그림을 그리고 글을 씁니다.
오토파일럿 autopilot
항공기, 로켓 등 비행체의 자동조종장치.
첫째 목적은 비행을 안정하게 제어하는 것이고, 둘째 목적은 자동적으로 조종시키는 것이며, 셋째 목적은 다른 장치와 연동된 자동유도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핫한 테슬라로 인해, 기계란 무엇인고 하는 나조차도 익숙해진 단어, 오토파일럿.
그래 봤자지, 얼마나 믿을만하겠어하던 시큰둥했건만,
무수히 쏟아지는 실제 영상 리뷰를 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혹하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장시간 고속도로 여행길을 오토파일럿으로 보조 운전 개념으로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는 이의 영상을 보고 있자니.
주말부부 내내 500km 고속주행 아우토반을, 밤이면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그 길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던 4-5시간이 생각난다.
단순한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준 머릿속 나 자신과 매 순간 치열하게 공방 중이다.
A를 하면서 B에 대한 해결책도 생각을 하고 그러다 C가 나오고 그러다 다시 A를 갔다가 어느 순간 D도 만지작 거린다.
멀티플레이어를 통해 짧은 시간에 많은 일들을 해결하고자. 내 컴퓨터는 항상 10개 이상의 창이 열려있다.
하나의 일을 해결하는데도 최적의 효율성을 위해 빠르고 신속하게 그리고 완벽한 길을 찾기 위해 내 뇌는 항상 엑셀을 쎄게 밟은 고속주행이다.
그렇게 내 머리는 고속주행에 맞춰 세팅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수동모드로.
수동 고속주행 덕분에, 경주마처럼 눈앞에 놓인 미션을 해결하며 나름의 만족스러운 삶의 서른 중반을 맞이했다.
바삐 살아오며 놓쳤던 진짜 내 모습을 찾기 위해 남들의 평가, 미션과는 상관없는 내가 그냥 진심으로 같은 일들을 찾고 싶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자 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그러지 말자고 했건만, 오랫동안 세팅된 나의 수동 고속주행은,
작가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불합격에 대한 불안감으로 최선을 다해 다른 이들의 후기를 찾아본다.
신청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최상의 결과만이 정답이라는 목표 아래 신청서를 고칠까 말까 오랜 시간을 고민 속에 빠져있다.
그리곤 깨달았다.
국도를 타고 여유 있게 경치를 즐기려는 길에서도 본능적으로 세팅된 수동 고속모드가 되는구나. 이 정도면 자동차 급발진 급이다.
마치 오늘날 마주한 자동차 시장처럼, 늦기 전에 내 삶에도 거대한 패터 다임의 변화를 준비해야만 한다.
모터 과부하, 급발진 사고로 완전히 고장나버리기 전에.
지금의 테슬라가 있기까지 숱한 고정관념의 비난과 시행착오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앞으로 계속 나아갔기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테슬라가 되었겠지.
그렇게 누구보다 낫거나, 누구처럼이 아닌 오롯이 테슬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남들과 비교하며 그들처럼 혹은 그들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아닌 정답에 자꾸 나를 끼워 맞추며 스스로에게 상처만 주던 나를,
나를 찾아온 나는 나다움을 바라보라고 했다.
지나온 나와, 지금의 나를 알아가며 그렇게 앞으로의 나를 만드는 거라고.
아무래도 그 길을 가기 위해 새롭게 운전 모드 세팅을 맞춰가야 할 듯하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고속질주만 나의 수동 고속모드를 이젠 내려두고
핸들을 잡은 양팔의 긴장을 풀어줄 파일럿 모드를 켤 수 있도록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면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보면서.
그 어떤 결과를 위해서가 아닌 그 행위 자체를 즐기는 나를 알아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