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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프포스트코리아 Sep 15. 2018

막걸릿집 사장의 누룩 고집? 이번에는 백종원이 틀렸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음식 사업가 및 방송인로서 백종원 씨의 지식·경험·감각은 대단하다. 그런 가치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빛을 발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틀렸다.


지난 12일 방송된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막걸리 양조자와 백종원 씨가 막걸리의 제조법을 두고 설전을 벌인 일이 있다. 이들이 나눈 대화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백종원 : (사장님 막걸리는) 물맛이 안 좋다. 내 경험에 의하면 (막걸리 맛은) 물맛이 많이 좌우한다.

양조자 : 오염 있는 지하수 대신 안정적인 수돗물을 사용한다.

백종원 : 그렇게 따지면 공장에서 만든 막걸리하고 수제 막걸리하고 무슨 차이가 있느냐? 사장님 막걸리의 특별한 점은 뭐냐?

양조자 : 물이나 재료보다는 누룩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백종원 : 누룩을 사 온다고 하지 않았나? 자기가 띄우는 게 아니라.

양조자 : 누룩을 사 온 것을 써도 다양한 균이 있으니까 곰팡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조절을 해서 만든다.

백종원 : 마트에 가서 인스턴트커피를 가져다 놓고 물에다 타고 거기가 설탕을 한 스푼 넣느냐 두 스푼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얘기랑 똑같은 것이다.

양조자 : 누룩에 있는 미생물들의 특성에 따라서 어떤 균들이 발현되느냐의 차이인데, 기존의 발효시키는 주 효모와 별개로 또 다른 미생물들의 작용이 일어난다.

백종원 : 나는 물맛이나 어떤 쌀을 쓰느냐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한다. 내가 알기로는 물맛이다.



마셔보지도 않은 이 집 막걸리의 맛을 두고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객관적인 사실을 두고 두 가지 논란이 일었다.


첫 번째 논란 : 물맛이 막걸리의 맛을 좌우하는가?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이대형 박사는 ”물이나 누룩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발효가 아니기에 방송에서 나온 것 만으로는 두 사람의 주장에 의미가 없다고 본다. 발효 온도나 도정의 정도 등 수많은 요소가 막걸리의 맛에 영향을 미친다”라면서도 ”일반 업소는 수돗물이나 안전상의 이유로 수돗물을 여과한 걸 사용한다. 물에 따라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물이 술의 맛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최한석 교수는 ”막걸리의 90%가 수분이긴 하지만 이 물이 감각에 미치는 영향은 5% 미만이다”라며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나머지 95%는 쌀과 물 그리고 발효 과정에 나온 미량의 성분들인데, 10년 동안 막걸리를 연구하며 느낀 바로는 그중에서도 누룩이 가장 크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쌀의 종류를 바꾸는 것은 물론 쌀을 밀로 바꾸는 것 보다 누룩을 바꿨을 때 그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수의 막걸리 양조장이 수돗물을 사용한다. 또한 양조장에서 수돗물을 여과해 사용하더라도 맛 때문은 아니다. 최한석 교수는 ”여과기가 수돗물 특유의 염소를 제거하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여과기를 거치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이물질과 미네랄이 일부 제거가 되는데, 이 제거되는 양이 발효된 술의 맛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류 업계에서는 식품으로서의 안전성 그리고 상품으로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돗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수돗물이 아닌 지하수나 우물물의 경우 주기적으로 양조에 적합한 물인지를 검사받아야 하며 이때마다 비용이 발생한다. 물론 일부의 사업장들은 지역 물의 특색을 살려 훌륭한 술을 빚는다. 그러나 도시 공간에서는 현실적으로 적합한 지하수를 찾기도 힘들다. 게다가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물맛이 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상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큰 위험이다. 


주식회사 월향의 이여영 대표는 ”상용 막걸리는 파는 입장에서는 물맛 하나가 막걸리의 완성도를 좌우해서는 안 된다”라며 ”총체적인 레서피나 밸런스가 중요하다. 수돗물이 가장 정확하고 안전한 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막걸리는 물맛’이라는 메시지를 방송에서 던지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최한석 박사 역시 이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최 박사는 ”수돗물은 다들 쓰는 것이다. 이를 두고 나쁘다고 표현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두 번째 논란 : 상용 누룩을 쓰면 특색이 없을까? 


최한석 박사는 ”쉽게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해서 나온 것이지 퇴보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누룩을 본인이 만들려면 품질관리 측면에서 매우 복잡해서 청년 사업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라고 본다”라며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발효 과정을 양조자가 제어하는 것만으로도 특색을 만들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여영 대표는 ”양조자에게 스스로 누룩을 만들어 쓰라는 건 셰프보고 소금을 정제해 쓰라는 것과 같다”라며 ”양조자는 아티스트인데 상업주의에 휘둘려 말도 못 하고 당하고만 있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고 밝혔다. 한 익명의 주류업계 제보자는 ”백종원 씨의 의견대로라면 효모를 사다 쓰는 한국의 모든 수제 맥주는 전부 특색 없는 맥주”라며 ”누룩을 띄우는 걸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섣불리 시도하다가 잡균이라도 끼게 되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고 매번 같은 맛을 내는 누룩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회(허프포스트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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