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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너스톤 Mar 29. 2019

사랑 때문에 왕위를 포기한 윈저 공의 심미안

윈저공의 사랑이 듬뿍 담긴 심슨 부인의 주얼리 컬렉션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바친다고들 하지만, 한 나라의 왕위까지도 바칠 수 있을까.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패션감각은 물론, 대영제국의 왕이 될 자로 영국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한 남자는, "나는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뒷받침 없이는 왕의 막중한 책무를 다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I have found it impossible to carry the heavy burden of responsibility and to discharge my duties as king as I would wish to do without the help and support of the woman I love)."라는 말과 함께 왕위를 포기했다. 바로 세기의 로맨티스트, 에드워드 8세다.



국왕이 결혼을 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당시 영국 의회는 이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고, 왕실은 물론 잘생긴 젊은 왕을 몹시도 사랑했던 당시 영국 국민들도 반대를 했다고 한다. 그가 사랑했던 심슨 부인은 이미 이혼을 경험한 평민 출신의 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는 왕위에 오른지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왔고, 동생에게 왕위를 넘겼다. 동생이 바로 '킹스 스피치'라는 유명한 영화에 등장하는 말더듬이 왕 조지 6세다.  


공작 부부의 조촐한 결혼식


그렇게 자리를 내어놓은 후, 그는 왕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심슨 부인과 프랑스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왕실의 가족 그 누구도 결혼식에는 오지 않았지만 심슨 부인은 순백의 웨딩 드레스 대신 푸른 드레스를 입고 푸른 신발에 푸른 장갑을 착용해서 보수적인 영국 왕실에 대한 반항심을 표했다고 한다. 이후 이 푸른색은 '심슨 블루'라고 불리며 유명해졌다. 결국 그는 에드워드 8세가 아닌 윈저공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되었지만, 심슨 부인을 반대하던 왕실은 끝내 공작 부인에게는 로얄 하이니스(Royal highness)라는 호칭을 하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잠깐의 스캔들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중의 기대를 뒤엎고 둘은 평생을 함께 했다. 자식 대신 강아지를 키웠으며, 수많은 파티를 다니고 전세계를 누볐으며, 트렌드를 이끄는 사교계의 대명사가 되었다. 윈저 공작 부부는 타고난 심미안으로 패션 아이콘이 되었을 뿐 아니라 미술품부터 주얼리까지 유명한 콜렉션을 남긴 콜렉터가 되었다.



윈저공은 보석을 사랑하는 심슨 부인을 위해서 결혼 전에나 결혼 후에나 한결같이 보석을 특별히 주문제작하여 선물했다고 한다. 로맨틱했던 윈저공은 특히 보석에 사랑의 메시지로 각인을 새겨 선물했다고 한다. 목걸이, 브레이슬릿, 브로치, 반지, 가리지 않고 시그니처한 둘만의 메시지를 그 고가의 보석에 새겨넣었다니, 윈저공은 진정한 로맨티스트다.


반 클리프 앤 아펠에서 제작한 주얼리


결혼 전 밀애를 즐기던 시절, 에드워드 8세가 심슨부인에게 선물한 루비와 다이아몬드 장식 브레이슬릿에는 '홀드 타잇(Hold tight)'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사랑을 위해 엄청난 역경을 맞이할 것을 예감했던 에드워드 8세는 역경을 함께 견뎌달라는 의미에서 반 클리프 앤 아펠에 이 브레이슬릿을 주문했다고 한다. '나의 윌리스에게 그녀의 데이비드'라는 문구를 새긴 루비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하기도 했고, 왕위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지 못하자 성탄절을 기념하는 호랑가시나무 잎새를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장식한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반 클리프 앤 아펠에서 제작한 브레이슬릿, 까르띠에의 에메랄드 결혼 반지,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지퍼 네크리스


결혼을 기념하고자 '우리의 계약을 위하여'라는 내용이 새겨진 브레이슬릿을 선물하기도 했는데, 심슨 부인이 사랑했던 블루 컬러를 가득 담은 사파이어의 색감이 아름답다. 결혼 반지로는 까르띠에에서 '우리는 이제 서로의 것이야(we are ours now)'라는 글귀가 새겨진 에메랄드 반지를 제작해서 착용했는데, 희망을 상징하는 에메랄드가 위태로운 결혼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하에 윈저 공이 특별히 주문했다고 한다. 이제는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시그니처 목걸이가 된 지퍼 네크리스도 윈저공이 심슨 부인에게 선물하기 위하여 제작한 디자인이라고 하니, 윈저공의 센스가 돗보인다.


까르띠에의 십자가 브레이슬릿


윈저공은 그냥 화려한 보석만을 선물한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 항상 메시지를 담고 싶어했는데, 까르띠에에서 제작한 다이아몬드 체인 브레이슬릿에는 9개의 십자가가 참처럼 달려있는데, 각 십자가마다 둘이 함께 했던 추억을 새겨넣었다고 한다. 1944년 심슨 부인이 했던 맹장수술이라거나 1936년 아일랜드 기자의 암살 시도 같은 것들이 있었다. 추억이 잔뜩 담긴 브레이슬릿인만큼 심슨 부인은 데일리 주얼리로 이 브레이슬릿을 자주 착용하면서 둘 간의 사랑을 기념했다고 한다.


까르띠에에서 만든 자수정 목걸이


심슨 부인은 보석을 유난히 좋아했는데, 심슨 부인의 화려한 취향은 까르띠에의 감성과 잘 맞아떨어졌다. 결혼 후에는 까르띠에에서 보석을 몹시 자주 주문제작했는데, 그중에서 자수정 목걸이는 몹시 유명하다. 아름다움 보라빛의 자수정과 푸른색의 터키석, 다이아몬드와 골드로 만든 화려한 목걸이는 심슨 부인이 아주 아끼던 보석 중 하나였다. 심슨 부인은 화려하고 비비드한 색감과 볼드한 주얼리 디자인을 선호했다고 하는데, 그런 주얼리의 전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목걸이를 만들며 까르띠에에서 함께 브레이슬릿도 세트로 제작했다.


윈저공의 주문으로 탄생한 까르띠에의 팬더 컬렉션


지금은 까르띠에의 상징이 된 팬더 컬렉션은 사실상 윈저공이 탄생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윈저 공은 까르띠에의 장 투생에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부탁했는데, 투생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팬더에게 매료되었고, 험난한 역경을 극복하고 순수한 사랑을 쟁취한 공작 부부의 로맨스를 상징하는 모티프를 팬더로 표현한 것이 까르띠에의 시그니처 컬렉션인 팬더 컬렉션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브로치는 심슨 부인이 사랑하는 블루 컬러가 눈이 부시고, 팬더 모양의 팔찌는 부드럽게 팔목을 감싸도록 플래티넘에 다이아몬드와 블랙 오닉스로 장식한 것인데, 그 가운데 눈동자는 에메랄드로 장식해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까르띠에에서 제작한 진주 목걸이와 펜던트


윈저 공은 다이아몬드만큼이나 진주 또한 사랑했는데, 우아함을 강조하기 위해 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천연 진주 보석들을 많이 선물받았다고 한다. 다이아몬드와 플래티넘을 기본으로 한 까르띠에의 진주 목걸이와 펜던트 뿐 아니라, 흑진주 보석까지 귀한 보석들을 컬렉팅했다. 첫 사진에서 착용하고 있는 두줄 진주 목걸이는 윈저공이 어머니에게 받은 유일한 보석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까르띠에는 물론 반 클리프 앤 아펠 등에서 제작한 다양한 진주 보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정한 원피스에 두줄 진주 목걸이를 자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까르띠에에서 제작한 다이아몬드 브로치들


심슨 부인에게 보석이란 선물받는 것이었기에, '웨일스의 왕자'라고 불리는 다이아몬드 브로치는 심슨 부인이 스스로 구매한 처음이자 마지막 보석이었다. 로얄 하이니스라는 호칭을 공식적으로 얻지는 못했지만 왕관과 왕실을 상징하는 문양의 브로치를 통해 그녀의 지위를 증명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은 윈저 공작 부부와 절친한 사이였는데, 테일러와 심슨 부인 모두가 보석광이었던 만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항상 이 브로치를 부러워했다고 한다. 심슨 부인이 죽고 나서 경매에 나오자 테일러가 바로 낙찰을 받은 보석이기도 하다.


플라밍고 브로치는 생일 선물로 까르띠에에서 주문제작한 것으로,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등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한 유니크한 피스다. 하트 모양의 브로치는 결혼기념일 20주년 선물로 심슨 부인이 받은 브로치로, 윈저공의 사랑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가운데에 에메랄드로 장식된 문양은 심슨 부인의 이름인 왈리스의 이니셜 W와 윈저 공의 이름인 에드워드의 이니셜 E를 따서 만든 것이다.



노년의 윈저 공작 부부를 포착한 유쾌한 사진


심슨 부인과 윈저공은 살아 생전 비록 왕실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죽을 때까지 평생을 동고동락하며 세기의 로맨스를 역사에 기록했다. 정치에서 거리를 둬야만 했기에 평생을 사교계에서 즐겁게 보내며 보석도 미술품도 패션도 이끄는 트렌드 리더가 될 수 있었다.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난 둘 간의 세기의 로맨스. 윈저 공작 부부 같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커플이라면  둘만의 사랑의 메시지가 새겨진 특별한 주얼리를 소장해보는 건 어떨까.



                                                  www.connerst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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