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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휴학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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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온지 Oct 09. 2020

'꿈'

학교, 전공, 그리고 휴학

막연히 광고쟁이를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초중학생 당시부터 꿈꿔왔던 일이니, 사실 짧은 시간 반짝하고 말던 장래희망 같은 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참 당돌했다 싶다.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 없이, 그저 깡으로 덤벼들었던 시절이다.


그냥 재미있었다. 어려서부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에게 ‘기발하다’는 칭찬을 듣는 게 좋았고, 이런 아이디어들을 한 장의 포스터, 15초 분량의 영상에 한 줄의 메시지와 함께 담아낸다는 게 좋았다. 포부는 또 어찌나 컸던지- 미국으로 유학 와 처음으로 뉴욕에 놀러 간 날, 고개를 치켜들어 눈 앞의 거대한 타임스퀘어를 한 없이 바라보며 다짐했었다. 언젠가 저 화려한 전광판에 내가 만든 광고를 싣겠다고. 그러고서 세계를 놀라게 하겠노라고.


막연한 기대와 포부를 가지고 입학한 대학교에서 경험한 이면의 세상은 나에게 혼란 자체였다. 꿈이 확고했기에 배움의 확신이 없었다. 컴퓨터 공학에 온정신을 쏟는 동기들과 주위 환경에 휩쓸려 어설프게 데이터 과학 공부를 시작했으나, 가장 기초적인 코딩을 배우면서도 겨우겨우 진도를 따라가는 내 모습에 많은 회의감이 들었다. 마냥 나만의 꿈을 꾸기 전에 세상을 좀 더 직시하지 않았음에 대한 후회와 프로그래밍 공부를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이제라도 전공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매일 밤 잠을 설쳤다. '나는 우직하게 나의 길을 걷겠다'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중에도, 주위의 대단한 사람들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서서히 좌절했다. 하루하루 뒤처진다는 생각이었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도망치듯 휴학했다. 그래도 입학 전부터 휴학에 대한 로망이 컸던 만큼 이것저것 하고 싶었던 일들도 많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몰랐다. 그동안 무언가에 좇기듯 살아왔구나를 깨닫고서야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기회가 닿는 대로 많은 활동들을 하며 열심히 살아왔건만, 꿈에 대한 고민은 그저 '광고 기획자'라는 직업 타이틀에 가둬둔 채 깊이 해보지 않았던 터였다.


휴학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꿈'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었다.


나는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를 좋아한다. 이로써 사람과 사회를 이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스스로에 대해 헤아려보니 전공이나 진로 등 그간 풀리지 않던 퍼즐들이 맞추어졌다. 여전히 마케팅, 브랜딩에 관심이 많지만, 위 세 가지를 염두에 둔다면 굳이 내가 만든 틀, 내가 정의해버린 직업군 안에 스스로를 가둘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을 위한, 또 가치 있는 창작 활동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고 배우고 싶다.


이조차 나의 꿈에 대한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스스로에 대해 모르는 게 많고, 세상에는 재밌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남은 휴학 기간 동안에는 많이 돌아보고 익히고 배우고 싶다. 주위로부터 많은 걸 느끼고 또 흡수하고 싶다. 나의 꿈, 삶의 의미를 더 깊이 있게 고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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