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말 많고 활달한 성격의 내가 평소처럼 툭툭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닌, 정돈되지 않은 생각들을 다듬어 한 글자 한 글자에 담아내야 하는 것이기에.
어렸을 적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실은 글로 무언가를 형언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우선 나의 엉켜있는 생각들을 풀어내어 유형의 것으로 일단락 짓는다는 게 서툴렀고, 글로서의 나와 그 밖에서의 나는 사뭇 다르다는 것 역시 느꼈기 때문이다. 단지 한 토막의 글로 타인이 나의 모든 것들을 파악하고 판단한다는 것 역시 못마땅했다.
그럼에도 나의 내면의 것들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하루하루 느끼는 감정들은 매일 달랐고, 이를 그 잠시 동안에만 누리고 다음 날 잊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종종 다이어리에, 아이패드 노트장에, 인스타그램 비밀 계정에 내가 느낀 감정들을 짧게나마 기록해왔다.
이제부터라도 공개적으로 글을 쓰기로 한 것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이어리에 짤막하게 기록해온 감정들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 누군가가 나에 관해 물었을 때, 나는 질문에 아예 대답조차 할 수 없거나 혼자 간직해오던 깊고 진득한 생각들을 꺼내야만 했다. 그건 상대에게든 나에게든 불편하거나 불쾌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늦어지기 전에 나의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지금 시대에 스스로를 표현할 매체가 없다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곳에서의 기록이 나를 온전히 표현한 것이든 아니든, 진실된 것이든 아니든, 나는 아무래도 좋다. 이제 글로써 존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