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이나믹 한 가운데서.
생각이 쏟아져 생각에 빠져있을 시간에 당장의 무언가를 하면 나는 좀 더 성취를 이뤘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늘상 생각에 파묻혀 지내는 것 같아요. 특히나 호르몬의 영향을 받을때는 아주 일전에 이불킥했던 내용들이 떠오르면서, 별것도 아닌 일임에도 무슨 세상이 망한 냥의 걱정과 불안이 올라올 때도 있고요. 또 현실과 전혀 다른, 근거없는 막연히 상상하는 휘황찬란한 미래에 설렐 때도 있습니다. 다양한 생각이 쏟아지는 가운데 때로는 정신을 못차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늘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 하나 붙잡고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30대인 저는 이 생각들을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어서 브런치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사랑하는 일에 대해 꾸준히 기록하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결국 저는 또 다른 SNS와 마찬가지로.. 돌고 돌아 그냥 저의 생각을 기록하는 용도로 브런치를 하게되려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계속 저 스스로를 정의하고, 진짜 '나'는 누군지, '내'가 원하는게 정말 어떤 모습인건지 찾고자하는 욕구가 강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극히 일기같은 개인적인 정리의 기록들이라, 이런것은 웹용의 기록으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오히려 이상한 것만 같아서) 늘 가만히 있다보니.. 오히려 정말 생각으로만 꽉차는 날들이길래, 안되겠다. 일이 아닌 나 전체로 봤을때 이러한 기록은 나에게 의미가 있다 라는 마음으로.. 글을 기록해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위와 같은 용기를 낸 데는.. 얼마전에 둘째 임신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도 있습니다. 또 한 번 삶의 국면이 새로워 진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 임신과 출산, 휴직과 복직에 있어서는 앞으로의 삶을 지지해 줄 무언가를 세워야한 다는 맘들이 올라오면서, 더 기록에 대한 욕심을 낸 것 같아요.
' 35세 전에 내가 생각해 온 가족의 형태를 완성하고, 40이 되기 전에 나의 커리어에서 한번의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쌓는다. 가정에서는 현명한 아내와 엄마로, 일터에서는 열정적인 일꾼으로 삶의 어떤 영역에서든 에너지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된다. 시간이 흐를 수록 깊은 사람이 된다.'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25살부터 34살까지를 한 싸이클로 보고, 20대 중반 남편과 결혼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다짐했던 10년, 그리고 30대의 모습은 위와 같았어요. 늘 마음에 품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일을 했고, 대학원을 다녔고, 가정을 꾸렸습니다.
10대 때 부터 많은 계획을 세워가며 하나씩 이뤄가면서 그 가운데 최고의 결과를 얻지 못한 단계 단계에서의 순간에는 다시 한 번 해보기보다는, 내가 한 최선의 단계에서 우선 마무리 짓고 그 다음 단계를 밟아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단계에서 한단계 더 높게 도약하지 못했던데서 오는 패배의식(?)같은게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이전 시절로 돌아가라면 선뜻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만큼 순간순간에 진심이었구나 싶어요. (물론 어리고 미성숙했던 시절 내가 좀 더 현명했다면 이라거나 그런 후회들은 종종 있지많요.)
덕분에 적성에 잘 맞는 일을 하게 됐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게 됐어요. 제가 정의한 평범의 영역 안에서 감사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마지막 가족계획(?)을 실행해나가면서, 감사하고 설레는 마음 말고도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첫째때는 출산하고도 한참 어린(?) 나이, 넘치는 열정과 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이번 둘째는 임신과 출산, 휴직과 복직을 진행했을 때 어느덧 30대 중반의, 직업과 인생에서 어느정도 전문성과 성숙미가 보여야하는.. 그리고 내 삶에서 어느정도 올라섰어야하는(?)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제가 40살에 보면 웃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지금 마음은 그래요. 요즘의 30대는 이전에 생각하던 20대와 다르지 않은 것 같이 젊고 도전으로 가득찬 세대인데, 왜 제 마음에는 약간의 겁이 올라오는 걸까요?
취업을 준비할 때 최대한 적성에 맞는 직무를 찾아 준비했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일이 참 재밌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많고요. 그런데 이번에 또 공백이 생긴다는 생각을 하니까 이번 공백은 마음이 이상해요. 첫째때도 아낌 없이 육아와 공부를 하며 ㅋㅋㅋ 성장의 시간으로 잘 보냈는데, 이번 둘째 때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더 치열하게 잘 살아나가야한다는 비장하나 마음이 들거든요.
올 하반기 임신을 염두해두고있었기 하지만, 일이 재미있다보니 임신시기에 대한 고민을 막 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 전체로 봤을 때 지금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로 판단했을 때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해서 큰 결단을 한 것인데요. 그러면서 제게 닥치는 상황과 마음의 다이나믹이 저를 출렁이게 합니다.
이번에 유독 더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큰 결정들에 대해 스스로 계획했다고 한들, 삶 속 무수한 다이나믹에 어떻게 몸과 마음을 맡길 것인가.. 맡기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생각요.
이번 브런치북은 저의 30대를 기록하는 브런치입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기록하지 않으면 자꾸 그 하루가 함몰되는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임신 초기 입덧과 컨디션 저하로, 삶의 무기력이 시작되는 느낌인지라 이것을 벗어나려는 발버둥의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제껏 삶의 경험치로 보면, 발버둥을 치는 모든 행동은 결국 제 인생이 잘되는 방향의 어떤 밑거름으로 바뀌어있더라구요.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오늘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3개월간, 시간이 될때마다 열심히 읽던 책들도 잠시 놨었거든요. 그러면 아이러니하게 생각이 더 많아져요. 저를 좀 더 다시 타이트하게 가져가봐야겠어요. 이미 어느정도 삶의 형태가 정해져 한계가 없는 삶의 형태로 나아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겠지만 ㅋㅋㅋ!! 가정에도 중요한 가치를 두는 저는 그런 마음이 드네요.
내 삶에서의 최선과 최고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록이 되면 좋겠습니다. 막상 갔는데 오잉 목표가 없었던건가? 싶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계속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면서 제 삶의 방향성이 좀 더 명확해 지면 좋겠어요.
이 기록이 끝날 때 쯤, 또 생각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발전적인 형태의 생각으로 나아가져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무기력한 한달을 보내면서 무기력하게 지냈던 그 모습조차 기록해보려고요. 그래도 또 이렇게 지금의 마음을 기록해두니 한결 가벼운 맘이 들어요.
오늘은 그래도, 좀 더 편안하게 잠들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내일 그리고 월요일을 생각하면서 글을 마무리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