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데 평범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내 친구 S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결혼'에 대한 '관계'에 대한 '행복'에 대한 지금 우리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들, 어쩌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절심함에 대한 이야기.
공대 출신 내 친구 S는 웬만한 남자인 친구들보다 차에 대한 욕심도 많고 관심도 많았다. 나와는 다른 관심사에 대한 문제지만 차 브랜드도, 종류도, 사소한 정보도 잘 알고 있는 S를 보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S는 좋은 차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서로의 드림카가 뭐였는지, 드림카를 꼭 타게 된다면 어딜 가장 가고 싶은지 등의, 드림카에 대한 소원을 꼭 이루었을 때 비로소 행복이 완성될 것 같은 S의 반짝거리는 눈을 잊을 수 없다.
적어도 S에겐 차와 같은, 나에겐 한적하지만 이동이 편리한 곳에서 살고자 하는 집? 동네? 와 같은 특정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행복의 목표를 두고서 우린 상상하고 꿈꾸며 설레었고 기대했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불행함을 함께 느꼈다.
드림카 대화를 한 시점으로부터 1년이지만 조금씩 어른에 가까운 나이를 먹어가며 그리고 곧 결혼을 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계획들을 구체화하고 실현해가는 S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을 보며 자연스레 진짜 내 행복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보편적으로는 정말 특정 한 사람과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부터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꼭 해야 할까에 대한 부분 까지도, 최소한 결혼 후 어느 정도의 것들을 영위하며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아내가 될 자격이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아직 시작점이지만 결혼을 준비하며 S가 겪은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은 어머니의 반대였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복되는 싸움과 반대, 반면에 곧 잘 투닥투닥 하지만 그래도 서로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형성되어있는 관계를 둔 상태에서의 누군가의 반대는 더 치명타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S는 지금 아프고 슬프고, 아주 가끔 기쁘다.
"친구야 난 그냥 남들 다 하는 것처럼 적당한 나이 되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렇게 살고 싶어. 남들보다 잘나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는 욕심 많았는데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평범하게만 살고 싶어"
S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몇 안 되는 친구지만 요새 내가 모난 돌 마냥 뾰족해 다 들어주고 다 품어주지 못할 때가 많았다. 오늘 S에게 들은 저 말 한마디 때문에 수개월간 적어보지 않았던 이곳에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졌을 만큼 내 친구 S를, 그리고 나를 돌아보고 싶다.
어쩌면 가장 평범하지 않고 가장 어렵기만 한 일, 보통사람으로 보통의 삶을 사는 것,
보통사람들 사이에 묻혀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들, 그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각자만의 이유를 근거로 한 절심 함들, 평범을 꿈꾼다는 건 지금 내가 너무 평범하거나, 누구도 평범하지 않다는 증거, 가장 어렵게 느껴지지만 어쩌면 지금 이미 내가 속해있는 것. 그렇게 크게 실감하지 않는 것일 뿐, 보통의 나로 보통의 날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