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하지만 뻔뻔하게도, 항상 아는 척 하고 싶어 한다. 아는 척을 하기 위해서는 헛똑똑이라도 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이런 이유로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음악을 즐기며 듣지 못했다. 피치포크나 nme, 롤링스톤지의 리스트를 참고하며 들었다. 벌써 그렇게 음악 여행을 무작정 떠난지 6개월 정도 되어 간다. 아직 나는 지금껏 세계를 구성해온 음악들에 대해서 1%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그 1%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음악을 듣는다. 끊임 없이 내 취향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킹 크룰이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접했다.
역시나 내 허영심을 키우기 위해 들어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정중하게 음악 추천을 요청했다. 그러니 어느 음잘알 한 분이 킹 크룰을 자신의 최애 아티스트라고 소개하며 1집부터 꼭 들어보라고 했다.
1집 <6 feet beneath the moon>만 들어보았다. 달 아래의 6개 발들. 흠.
좋았다. 나는 항상 이런 우울하면서 자아도취에 빠진 듯한 음악이 좋다. 사실 제대로 해석 못했을 수도 있다. 가사에 집중하여 듣지도 않았을 뿐더러 음악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인디 락음악이구나 하고 느꼈는데 펑크나 트립합, 힙합의 요소도 많이 담겨 있다더라. 잘은 모르겠는데 중간 부분에 팍 꽂히는 트랙이 하나 있었다. <A Lizard State>. 변칙적인 리듬과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새 장을 여는 듯한 구성. 래핑도 좋았다.
근데 이 사람 진짜 목소리 좋은 것 같다. 내 취향이다. 목을 계속 긁으면서 상처를 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이 음색을 발명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인 것 같다는게 내 생각이다. 한동안 빠져 지낼듯 이 목소리에. 2집은 더 좋다던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