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쓰기 일지 - 1일째)
교수님과의 상담을 통해 결국 다시 원점. 나는 연구를 통해 무엇을 알고 싶은가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야 하는 지점에 왔다. 그런데 그것이 인류학의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강박이 심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건 NEET 청년들의 취약함을 드러내고 싶었다. 동정표를 사고 싶다기 보다는 그냥 그들의 생활상과 관점을 드러냄으로써 그들 나름대로 고민하고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녹녹치 않은 현실때문에 지금의 모습으로 미디어에 비춰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걸 담아낼 틀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니트컴퍼니 참여자들은 넓은 범위의 NEET에 속하기는 하지만, 과연 그걸로 충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빈곤', 혹은 '사회적 배제'라는 틀 속에서 그들을 표현할 수 있을까 였다. 최근에 <빈곤 과정>이라는 책을 접할 수 있었는데, 현재 연대에서 인류학과 교수를 하고 계시는 조문영 선생님의 책이였고 인류학 전공을 하셨기 때문에 조문영 선생님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배울게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빈곤과 관한 책을 보면서 NEET 청년들의 결들이 보이기도 하여 좀 더 읽으면서 무언가 '빈곤'이라는 틀에 NEET 청년의 문제를 담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게 되었다. 책을 좀 더 읽어보아야 한다.
'사회적 배제'는 결국 이것이 지금 NEET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배경으로, 이것 자체가 유럽에서 만들어지는 용어이고 유럽에서 폭넓게 사용되던 것이 한국에서도 가지고 들어오려고 하지만. 사회적 배제라는 것 자체가 어디까지를 배제로 볼 것인가가 각 사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는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것을 인류학의 관점으로 바라본, 잘 정리된 글을 아직까지 보지 못한것도 크지 않을까 싶다. 이 부분은 조금 더 봐야 한다. 아직 놓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오늘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교육과 관련된 것이다. 정확하게는 교육인류학과 관련된 것이다. 너무 갈피가 안 잡혀서 한국에서 인류학의 흐름에 대해 궁금하다 싶어서 riss에서 인류학 관련 글들을 보던 도중 <서덕희 ( Deok Hee Seo ). "한국 교육인류학의 특징에 관한 일 고찰." 교육인류학연구 18.2 (2015): 1-56.>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어떻게 교육인류학이 정착했는지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교육인류학이 만들어진 배경까지 나와 있어서 굉장히 재밌게 보았다. 아직 다 읽지 못해서 마저 읽고 정리해야하지만. 일단 인류학이라는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도 신선했고. 왜 '교육'을 문화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니트컴퍼니가 정부에서 하는 기존 프로그램들과 다르다라는 인식이 강해서 프로세스 조차도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무언가 니트컴퍼니가 특별한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결국 니트컴퍼니도 제도화된 시스템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일종의 훈련 프로그램인 것 아니냐는 말에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보니 결국 니트컴퍼니는 너무나도 훌륭한,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 정부의 제도화된 프로그램이 알려주지 않는 것들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봤을때 니트컴퍼니가 교육, 즉 지식전달 프로그램으로써 무엇을 전달하는지를 본다면, 그것이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저 글을 다 읽지 않아 좀 더 봐야 겠지만 일단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기존의 프로그램과 어떻게 다른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힘들더라도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봤던 것들을 정리해나가는 작업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