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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an 19. 2019

아주 비싼 아시안컵 축구 경기 관람

두바이-알아인


오랜만에 두바이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일이 바빠서 별다른 계획을 못세우고 있다가 가기 전날 부랴부랴 계획을 세워야 했다. 사우디에서 두바이로 여행가면 보통은 도착하자마자부터 술을 마시고 시간이 남으면 쇼핑을 하는 일정으로 보내는 것 같다.


사우디는 술이 금지되어 있고 해산물, 특히 회가 별로 없어서 나도 두바이에 가면 회에다 소주나 실컷 먹고 와야지 생각하고 별다른 계획 같은 건 없었는데 우연히 가는 일정 중에 두바이에서 아시안컵 축구경기 중 한국과 키르키스스탄 경기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술만 퍼마시는 것 보다는 축구 경기를 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 가기 전날 급히 계획을 짜고 두바이로 출발 했다. 알고 보니 축구 경기가 열리는 곳은 두바이가 아니라 알아인이라는 곳으로 두바이에서는 한시간 반쯤 걸리는 곳이라고 해서 렌트를 해서 가기로 했다.


렌트카를 구하기 위해 렌트 업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 보니 예약이 다 차서 차가 없다는 곳이 많다. 어찌어찌 찾다 보니 차가 있는 곳이 있는데 못들어본 브랜드이다. Fast 어쩌고 하는데 물어보니 두바이 로컬 브랜드라고 한다. 렌트 비용도 싸서 보험 포함해서 210 AED에 포드 포커스를 빌렸는데 7천킬로 정도 주행한 한달 밖에 안된 차여서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숙 메디나 주메이라 전경. 전통시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곳이다


먼저 호텔로 가서 짐을 풀고는 점심으로 고대했던 생선회를 먹고 본격적으로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먼저 향한 곳은 숙 메디나 주메이라라는 곳인데 전통시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들어 놓은 곳이라고 한다. 숙이 아랍말로 시장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전통시장을 리모델링한 곳이 아니라 새로 만든 곳이어서 시장이라기 보다는 쇼핑몰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시장 구경 하는 것도 재밌지만 바깥이 더 좋은 곳이었다. 바닷물을 끌어들인듯한 인공 호수가 있고 멀리에는 두바이의 상징과도 같은 버즈두바디가 살짝 보인다. 아늑하고 활기찬 느낌의 공간이어서 나중에 가족들과 같이 와도 좋을 것 같았다.


숙 메디나 주메이라 수변공간 풍경


같이 간 이전무님 말씀이 두바이에서는 땅만 파면 저렇게 맑은 바닷물이 스며나온다고 한다. 공사 하기는 만만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숙 메디나 주메이라를 떠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팜주메이라를 향했다. 두바이를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알린 프로젝트 중 하나인 팜주메이라는 야자수 모양의 인공 섬인데 사실 하늘에서 봐야 그 모습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기념비적인 프로젝트인지라 한번 가보고 싶었다.


두바이에 오기전 멋진 풍경을 하늘에서 보면 어떨까 싶어서 스카이다이빙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전무님이 어지러워서 나 혼자 뛰라고 하셔서 포기하기도 했다. 알고보니 전세계 3대 스카이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한다.


팜주메이라 끝에서. 뒤에 보이는 건물이 유명한 아틸란티스 호텔이다.


팜 주메이라로 가는 길은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땅에서 봐봐야 제대로된 형태를 볼 수 없어서 그럴 것이다. 야자수 쪽은 다리로 건너 가고 바깥 원 부분은 해저 터널을 통해 갔는데 왠지 돈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건 없었다. 역시 돈 많은 나라인가 부다.


바깥 원부분은 방파제 역할을 겸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바깥의 파도가 거칠어서 놀랐다. 방파제 쪽은 큰 바위로 되어 있었는데 낚시대만 있으면 가서 고기를 낚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랬다가는 어글리 코리안 소리를 듣기 십상이겠지만..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야자 잎으로 된 부분으로 가 보기로 했다. 모래 해변으로 된 부분인데 멀리서만 보였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는데 야자 잎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 놓았다. 경비원이 오더니 사유지라서 못들어 간다고 한다. 야자잎 전체가 private beach라고 한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알아인 경기장 외관


이제 알아인으로 갈 시간이다. 시간이 좀 남았지만 좀 일찍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알아인으로 가는 길은 사우디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두바이 시내에서도 편도 8차선의 거대한 도로에 놀라기도 했지만, 알아인으로 가는 길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먼저 길가의 풍경이 달랐다. 리야드 부근은 거의 자갈로 된 거친 광야같은 느낌의 사막이지만 이곳은 고운 붉은 모래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풍경이다.


제일 놀란건 이쪽 사람들의 운전 매너가 사우디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리야드의 거친 남성적인 운전과는 달리 이쪽에서는 운전의 스트레스가 훨씬 덜한 느낌이다. 편도 3차선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2차선으로만 가는 풍경도 생소했다. 리야드에서는 3차선을 네줄로 가는 경우도 많아서...


생각보다 일찍 알아인에 도착했다. 먼저 표를 구한 후 저녁 먹을 곳을 찾기로 했는데 표 파는 곳을 몰라 이리저리 물어서 찾아가던 중 진행요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에게 표 두장을 주면서 재밌게 보라고 한다. 표 값이 엄청 비싼건 아니지만 그래도 공짜표를 얻으니 기분이 좋다.



공짜표를 얻어서 기쁜 나머지 저녁을 먹고 가야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어찌어찌하다보니 경기장에 그냥 입장하게 되었다. 들어와서 그 사실을 깨닫고 저녁 먹을만한데를 찾아보니 매점이 있기는 한데 별로 먹을만한 건 없어 보인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 배도 안고픈지라 그냥 대충 있기로 했다.


알아인 경기장은 생각보다 시설이 깨끗하고 훌륭하다. 두바이가 한국보다 잘 산다고 하더니만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짜표여서 좋아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모서리 부근이라 좀 그랬는데 나중에 경기 시작하니까 한국 응원단이 모여 있는 중앙 관중석으로 전부 이동할 수 있었다. 


골 넣은 직후 모습


사실 경기장에서 제대로 축구를 보는 것이 처음이어서 모든 것이 생소했다. 무엇보다도 티비와는 달리 리플레이 같은 게 없으니까 정신 안차리면 뭔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한번은 황의조가 슛을 했는데 골대 상단에 맞고 나와서 아쉬웠다. 그런데 골키퍼가 그 직후에 머리를 감싸쥐고 아프다고 구르는데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머리는 언제 맞았지? 나중에 인터넷으로 보고 나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알아인 경기장 외관

키르키스스탄이 약팀이라서 그런지 한국 응원단이 아주 많지는 않았고, 붉은 악마 같은 사람들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가족 단위로 보러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교민 들인 것 같았다.


경기는 생각보다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었는데 골은 한골 밖에 안나서 아쉬웠다. 골대 맞은게 다 들어갔으면 4대 0쯤 되었을 것 같기는 한데 다 부질없는 가정일 것이다.


저녁은 하프타임때 맛없는 햄버거를 사와서 때웠는데 특이하게 음료수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따서 종이컵에 따라 준다. 선수들한테 던지지 말라는 거겠지. 한국에서도 이렇게 하는지 궁금하다. 가본 적이 없으니...


경기가 끝나고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편의점이 보였다. 왠지 맥주를 팔 거 같아서 가보자고 했더니 전무님이 웃의시며 여기는 술 안판다고 하신다. 가 봤더니 역시나 맥주는 없었다. 


같이 간 이전무님과 함께


호텔로 돌아오니 거의 열두시가 되었다. 그냥 자기는 아쉬워서 일식집에 가서 소주와 맥주를 먹다보니 한시 반이 넘어서 잠들었다.


다음날 일어나니 숙취가 심해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오랜만에 먹은 술이라 그런것 같다. 겨우 몸을 추스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비행기 시간은 오후 네시여서 그 사이에 쇼핑을 하기로 했다. 에미레이트몰로 갔는데 두바이몰과 함께 두바이의 양대 쇼핑몰이라고 한다. 지하에 까르푸를 갔는데 엄청난 규모에 깜짝 놀랐다. 와이프의 지령을 받아 페이드아웃 크림 몇개를 사러 갔는데 이것저것 사다보니 가방 한가득이 되고 말았다.


에미레이트 몰에 있는 스키두바이


에미레이트 몰에서 쇼핑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버즈 칼리파로 가보기로 했다. 구글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가다보니 버즈 칼리파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밖에서 보려던 것인데 어쩌다 보니 버즈칼리파 주차장으로 가는 줄에 서게 되었는데 차를 돌릴수도 없어서 일단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들어가는 사람마다 인터폰으로 왜 왔냐고 묻는데 뭐라고 할말이 없어서 횡설수설하고 있으니 들어가자마자 왼쪽으로 가라고 한다. 일단 들어왔으니 대충 차세우고 놀면 되겠다 싶었는데 들어가보니 다시 차단봉이 있고 왼쪽 길은 차를 돌려서 다시 나가는 길이었다. 그럼 그렇지...


두바이 몰 연못. 이곳의 분수쇼가 세계 3대 분수쇼 중 하나라고 한다


차를 돌려 나와보니 두바이몰이 바로 붙어 있어서 거기로 가 보았다. 두바이 몰의 fountain에 가면 버즈 칼리파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거여서 이제야 제대로 온 것이다. 


분수로 가 보니 역시나 버즈 칼리파의 위용은 놀라웠다. 꼭대기를 쳐다보고 있으면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핸드폰 카메라로 끝까지 찍기도 쉽지 않아서 구석으로 가서 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세계 최고층인 버즈 칼리파의 위용


두바이몰을 떠나 공향으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기름을 넣고 가야 하는데 아무리 가도 주유소가 안보인다. 결국 차 반납하는 곳 까지 가도록 기름을 못 넣었다. 한국 같으면 그런 경우에 벌금을 높게 물리기 때문에 여기도 그런지 몰라 물어보니 'No problem' 이라고 한다. 


벌금을 안물린단 얘긴지 벌금을 물면 문제없단 얘긴지 모르겠다. 아마도 deposit에서 까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기름값이 워낙 싸서(리터당 4백원대) 벌금도 얼마 안되겠지 라고 생각하다.


공항에 도착해서 시간도 남고 두바이 돈도 남아서 공항 라운지에 갔다. PP카드가 있으면 공짜인데 그냥 추가 돈을 내고 갔다. 집에 PP카드가 있어도 한번도 써본 적이 없었는데 음식이나 술 등이 전부 공짜여서 그동안 왜 안썼는지 모르겠다.


리야드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본 사막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사막에 저런 것들을 만든 사람들도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쨋든 재미있는 경험이 많았던 여행이었다.


P.S. 두바이 여행을 다녀온 얼마 후에 렌터카 업체에서 750AED가 결제되었다. 우리돈으로 거의 25만원이다. 뭔 일인지 알아보니 과속 단속 카메라에 찍힌 벌금이었다. 알아보니 두바이 과속 벌금이 기본 2~30만원부터라고 한다. 어째 차들이 얌전하게 달리더니만 그게 다 벌금 때문이었나 보다.


결과적으로 아주 비싼 축구 경기 관람이 된 셈이다... 그래도 이겼으니 망정이지.....


암튼 두바이에선 절대 과속 금물이란걸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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