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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an 20. 2019

세상의 끝에서

The edge of the world


사우디아라비아는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다. 메카와 마디나를 가지고 있고 이슬람 세계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나라인데다가 석유가 풍부하니 관광객을 유치하는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심지어 사우디는 관광비자 자체가 없는 나라이다. 입국하려면 무조건 business visa 이상을 받아야 하고 비자 발급비용도 엄청나게 비싸서 관광 목적으로 입국하는 것은 거의 어려운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광 인프라도 잘 개발이 되어 있지 않아서 유명한 관광지도 많지 않지만 잘 찾아보면 원석과 같은 곳도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갔다 온 'The edge of the world'도 그런 원석같은 곳이다.


말 그대로 세상의 끝이라는 곳인데 절벽이 이어져 있는 황량하고 쓸쓸한 곳이다. 리야드 도심에서 두시간 정도 가면 되는 곳이지만 길이 험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edge of the world로 가는 길


사우디 휴일인 금요일에 점심을 먹은 후 서부장과 만나 edge of the world를 향해 출발했다. 구글 네비에 의하면 두시간 정도면 갈 수 있을 걸로 생각되어 오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가다 보니 낙타 떼가 길을 막고 있다. 가까이 가니 길을 비켜주는데 낙타를 가까이에서 본게 처음이라 신기했다. 사우디 친구들 말로는 낙타 고기가 맛있다고 하던데 나중에 한번 먹어봐야 겠다. 


길에서 만난 낙타 떼


구글 네비을 따라 가다 보니 갑자기 길이 끊겼다. 가다 보면 댐이 나오는데 거기서 더 갈수가 없는 데다 동시에 3G도 끊겨서 다시 검색도 안되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다른 사람들도 예전에 가다가 여기서 길을 못찾아서 포기하고 돌아와야 했다고 한다.


그래도 전날 구글맵을 보면서 대충 길을 봐놓아서 여기서 돌아가는 길을 대충 알 것 같았다. 들판에 바퀴자국이 있는 곳을 따라서 출발했다. 본격 비포장 도로인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도로라고 할 수도 없었다. 들판에서 난 타이어 자국을 따라 가는 것이었다.


도로라기 보다는 들판에 난 바퀴자국을 따라 가는 길


Edge of the world를 가려면 4륜구동 차량이 필수라고 들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온통 자갈로 이루어진 거친 길인데다가 중간중간 언덕도 있어서 세단으로 오는 것은 불가능한 곳이었다. 우리 차는 산타페 4륜구동이었지만 지나가는 다른 차들은 전부 대형 SUV들이었다.


무엇보다도 타이어가 펑크나지 않을까 걱정 되었다. 오도가도 못하게 되면 견인차가 올 것 같지도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비상시에 조치할 수 있도록 차 여러대가 떼지어 다니는 모양이었다. 


가다보니 한군데에서는 한쪽으로 경사가 심해 잘못하면 차가 뒤집힐 것 같은 곳도 있었다. 동행한 서부장은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떨고 있는 모습이다. 독실한 크리스찬이라서 기도라도 하라고 했더니만 벌써 한참전부터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차 세운 곳에서 edge of the world로 가기 위해서는 이 언덕을 넘어야 한다


어찌 어찌해서 edge of the world에 도착했다. 오는 길은 험했지만 와서 본 경치는 감탄할만 하다. 약간 그랜드캐년 같은 느낌인데 - 가보진 않았지만 - 규모는 좀 작았다. 그래도 탁 트인 광야와 절벽이 스펙터클한 광경이다. 


절벽 아래쪽에 보니 다른 길이 있었는데 어제 찾아본 바로는 강바닥을 따라 오는 길이여서 훨씬 덜 험한 길 같았다. 갈때는 그쪽 길로 가고 싶었지만 그쪽으로 가려면 엄청나게 위험해 보이는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해서 포기해야 했다. 



edge of the world 광경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다보니 절벽 가장자리로 가곤 했는데 높이가 100m는 되어 보여서 떨어지면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갔던 트롤통가 처럼 커다란 아슬아슬한 바위 꼭대기로 가 보기로 했는데 같이 간 서부장은 도저히 못가겠으니 나 혼자 갔다 오란다. 오는 길에 너무 겁을 먹었나 보다. 


막상 바위 꼭대기로 가 봤더니 전혀 위험한 길은 아니었다. 서부장보고 가보라고 했더니 여전히 고개를 젓는다.


같이 간 서부장과 


해지기 전에 가야 해서 다시 리야드를 향해 출발해야 했다. 가로등도 없는 사막에서 길을 잃거나 하면 곤란해질 것 같아서였다. 


오던 길이 너무 험해서 어떻게든 절벽 아랫쪽 길로 가보려고 지도에도 없는 길로 가 보기도 했지만 절벽 아래로 이어지는 길은 없었다. 우리처럼 절벽 아래로 가는 길을 찾으려고 했는지 차 한대가 절벽 중간에 걸려 있었다. 버려진지 오래된 것 같아 보였는데 아마도 사람만 빠져나온 것 같았다.


세상의 끝


다른 길을 찾으려고 가다 보니 결국 구글 네비가 안내하는 길이 아닌 이상한 길로 가게 되었다. 중간에 차를 돌리기도 뭐해서 계속 그 길로 갔는데 이러다 어디 사막 한가운데서 오도가도 못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참을 가다보니 여기저기 낙타들도 보이고 야자나무도 보여서 안심할 수 있었다. 나중에 보니 그 길이 훨씬 덜 험한 길이었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간다면 그 길로 안내해줘야 겠다.


구글이 알려준 길이 아닌 우리가 찾아 간 길


겨우 리야드로 돌아와서 서부장이 자주 가는 태국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배고파서 그런지 조마조마해서 기력을 쇠해서 그런지 태국음식이 아주 꿀맛이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세상의 끝을 무사히 다녀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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