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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일보다 공부가 어울려

아이의 어록 1.

중독에 좀 약합니다.


쌉싸름한 소주도 제법 좋아하고요, 극강의 매운맛도 즐깁니다. 요즘 핫하다는 마라 중독에 빠진 지도 1년이 넘어가죠. 그중 가장 그럴싸한 중독은 '공부' 중독입니다. 하지만 제 공부의 특이성은 '팬케이크처럼 얕고 넓다'는 지점입니다. 


방송작가라는 직업 덕분에 수많은 아이템과 인터뷰어를 만나면서 이리저리 발목을 담그고 그들의 강물을 즐겼기 때문이죠. (잘 휩쓸리는 타입 -,.-) 


인디밴드 연주자에게 우쿨렐레를 배우지 않나, 민화 관장님이 출연한 계기로 민화를 그리질 않나,  바리스타 축제를 다루다가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잉태한 기념으로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러 뒤뚱거리며 다니기도 했고요, 애니와 일드에 덕심이 깊어 일본어 능력 시험공부에 매진하기도 했습니다.(N4 두 번 떨어진 사람 나야 나..ㅠㅠ) 음반 디자인에 빠져 디자인을 해 보기도 했고요(다신 안 해... ㅠㅠ 디자이너님들 리스펙)


그런 공부의 한 귀퉁이에 최근엔 '영상편집'을 보태게 되었습니다. 방송작가라는 일이 영상과 가깝기도 하거니와 저의 아이디어를 살려주지 못하는(현실성 없는 아이디어를 던지는 제 문제일 수도..^^) 그런 결과물을 지켜보다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이러다 제 잘못을 깨닫겠지요 뭐..)


무튼, 편집 수업 가던 어느 날. 아이를 향해 엄마의 외출 이유와 주의사항, 챙겨놓은 간식의 위치를 알려주던 찰나 녀석이, 뒤통수에 대고 한 마디 합니다.  


"엄마는 일보다 공부가 어울려."


오메 이게 무슨 말이당가? 반사적으로 기뻤습니다.  이어 0.1초 후에 '나, 대학원 가도 될까? 남편에게 미안하지 않을까?' 웬갖 생각이 스쳤고요. 하지만 아이의 진의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ㅠㅠ


"학생 같아 보여서 공부가 어울려."


안경 끼고 백팩 메고 운동화 신은 엄마가 학생처럼 보였나 봅니다.  아주 잠깐의 오해였지만 공부가 어울린다는 말은 강의실 가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엄마는 일보다 공부가 어울려." 아이의 문장은 노랫가사 같기도 했고, CF 카피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워킹맘은 늘 학생입니다. 

서툰 엄마라 1살의 아이, 2살의 아이.... 를 매년 공부해야 하고,  직업인으로서도 늘 새로운 상황에 대한 자료조사와 취재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저는 이 모든 걸 '일상'이란 똑같은 제목으로 살고 있진 않았을까요?


이제는 타이틀을 조금 수정해 보기로 합니다. 매일 '같은 일상' 말고, 하루하루에 새로운 제목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눈으로 공부해 나가는 엄마가 되기를 다짐해 봅니다. 


그나저나...

이 공부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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