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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그루 Jun 27. 2024

응원과 표현

왜 나는 타인을 응원함에도 표현할 수 없는 걸까?

(1) 집 앞에 꽤 대단한 카페가 생겼다. 평점을 주자면 4.5/5.0 정도? 여담이지만 나는 모든 평점 사이트에서 4점 분포가 제일 많다. 무언가에 대해서 웬만하면 쉽게 감동을 느끼는 편이다. 하지먼 4.5점이나 5점은 별로 없다. 그만큼 좋은 카페라는 뜻이다. 0.5점 감점 이유는 협소한 공간인 것 같다. 그 카페는 분위기며, 접근성, 메뉴 등 구성 요소 모든 것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고, 모자란 부분없이 빼어나다. 집 앞에 이런 카페가 생겼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고, 한동안은 매일 아침에 그 카페를 찾아 문서 일을 하곤 했다.


(2) 그런데 어느새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려워진 지갑 사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딱히 문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직은 직장에 자리 잡지 못한 나의 불안한 마음이 행동에 투영된 것일까? 혹은 가끔 보이는 사장님의 친구가 방문했을 때 괜히 내가 방해된다는 느낌을 받아서일까? 정말 나도 모르겠다.


(3) 그러나 이 답을 찾은 것은 다른 곳이었다. 내가 정말로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당장 자기 사업을 위해 천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면 선뜻 빌려주고 싶을 정도로 멋진 사람이고, 옆에 있고 싶은 사람이다. 그와 나는 종종 안부를 묻거나 만남을 갖곤 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표현이 적은 사람이다. 그의 모든 표현에서 나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할지 전혀 모르겠다. 나도 그와 더 좋은 친구관계가 되고 싶고, 더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4) 에바 시리즈의 팬으로써 내가 가장 공감이 가고 이입이 되는 사람은 카츠라기 미사토이다. 미사토는 겉으로는 밝고 사회성 있고 건겅하며 당차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타인을 매우 갈구하며, 본인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카지와 불완전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 정작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신지는 방치하기 이른다. 어른처럼 보이는 잘 훈련된 아이일 뿐이다. 한마디로 페르소나가 엄청 강한 인물이다.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는 유독 심하다.


(5) 그래도 20대 초반보다는 나는 나를 조금 더 사랑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사는 방식이 너무도 어색하다. 예전 여자친구가 내게 ‘너는 너무 뚝딱대. 자연스러운게 없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사는게 어색하다. 주위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아직도 존댓말을 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조금 멀리 있으면 그래도 편하니까.


(6) 지금 이 글은 정신분석학적, 그러니까 내 진짜 심리를 알기 위해 의식대로 퇴고없이 쓰고 있다. 적다보니 내 심리를 더 알게 되는 것 같은게,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편하다. 누군가 내 선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내가 완벽할 때이거나, 상대가 완벽할 때 뿐인 것 같다. 근데 보통 타인에게 큰 기대를 안해서 후자는 성립이 안 된다. 고로, 내가 정말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거리를 두는 건 반대로 내가 나를 완벽하게 만족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7) 사실은 오랜만에 연락하고 싶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아니면 더 친해지기 위해 더 자주 연락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다.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사고 싶다. 나는 지금 내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돼서 이렇게 된걸까?


(8) 아무튼 조만간 내가 나를 용서하고 싶다. 그리고 꼭 그 카페에 가서 사장님께는 오랜만에 왔다고, 그리고 그에게는 전처럼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에게 꼭 말해야지. 항상 당신을 멀리서 응원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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