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델라 Jan 03. 2021

치매 걸린 할머니, 손녀가 ‘요리사’라고 좋아하신 날!

2020년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강의와 집콕을 적응하며 한 해를 보냈다.

방학 아닌 방학이 지나가고 이제야 조금이나마 마음에 여유가 생겨 오랜만에 방학맞이 할머니 댁에 놀러 왔다.


할머니의 치매는 예전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조금 더 치매가 진행되었나 보다.

아침 식후에만 약을 드셨는데, 이제는 저녁 식후 약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약을 먹겠다, 안 먹겠다 실랑이의 문제보다 할머니의 병이 조금 더 짙어진 것에 있어 마음이 안 좋았다.

꽤 오랫동안 머물 계획이어서 짐을 택배로 받았는데, 구석에 택배가 쌓여있었음에도 할머니는 내가 지금까지 계속 같이 살아온 사람처럼 대했다.

할머니 : 오늘 일찍 집에 왔네? 나는 또 나 혼자 있는 줄 알고.

나 : 할머니 일찍 도착한다고 문자가 와서 일찍 집에 왔어요!


할머니가 기분이 좋을 것 같은 말을 계속 지어내서 하다 보면 거짓말이 익숙해진다.

                             



집에서 엄마표 차려진 밥만 먹다가 갑자기 이것저것 해 먹으려니 참 어렵다.

그래서 가끔 배달음식을 시켜먹게 되는데, 오늘은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던 짜장면을 시켰다.


코로나 이후 한 그릇에 나두고 함께 먹는 생활습관을 가장 먼저 버렸기에,

할머니께 드릴 짜장면과 탕수육을 예쁜 그릇에 옮겨 담았다.

나 : 할머니, 저녁 식사하세요!

할머니 : 어머! 뭐가 이렇게 맛있게 차렸냐! 너 정말 요리 잘하는구나!

나 : 아, 그럼요!! 저 요리 엄청 잘해요!

할머니 : 너 정말 요리사다. 요리사!

나 : 이거 할머니가 예전에 다 만드는 법 알려주신 거예요!

할머니 : 그래? 너 요리사다!

너무나 해맑게 웃으시는 할머니를 보며, 배달음식이라 하기 어려웠다.

또 거짓말을 했다.

아무렴 어떤가.

갑자기 기분 좋은 수다쟁이가 된 할머니를 보며, 이렇게 기분 좋아하신다면 매일 거짓말을 해도 신이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늘도 거짓말 스킬이 늘었지만 할머니의 웃음으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나는 오늘 저녁 중식 요리사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홍델라입니다.

참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예민한 2020년을 보냈습니다. 2020년 1학기에 코로나로 개강이 미뤄져 여름방학이 단축되는 바람에, 할머니 댁에 잠시 잠깐 있게 되어 에피소드가 없어 글을 한동안 못 올렸습니다. 어느덧 2학기를 마무리하고 다시 방학이 왔고, 곧바로 할머니 댁에 놀러 왔습니다. 아마 종종 에피소드가 생길 듯합니다. 그때마다 다시 짧은 글을 올리려 합니다. 위 짧은 글에 언급되었다시피 할머니께서 치매가 조금 심해지셨습니다. 그래서 표정도 더 없으시고 말 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아무래도 방학에만 잠시 사는 거기도 하고, 할머니의 무기력함이 많이 심해져서 매주 스토리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할머니와의 추억을 남기고자 이야깃거리가 생길 때마다 글을 올리려 합니다.


잊지 않고 기다려주신 구독자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 2021년 겨울, 현재 진행 중인 할머니와의 동거 이야기를 다시 지켜봐 주세요!

글을 읽는 동안 소소한 재미와 공감이 일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안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


홍델라 올림.  


매거진의 이전글 32. 할머니의 추억이 가득한 자개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