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송은 May 08. 2021

[나의 이십 대 보고서 #7] 인기의 맛

"역시 인기가 최고야"

어린이날에는 괜히 어린 시절 앨범을 꺼내본다. 13살에 뮤지컬팀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그 시절 입이 닳도록 부른 곡 '스타'를 흥얼거린다. 꿈 너머 소명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 뮤지컬 <그러므로 가라!>의 수록곡 중 하나다. "부와 명예와 힘 가질 수 있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스타가 될 거야. 화려한 조명을 받고 큰 인기를 누리고파 모두가 부러워하는 스타가 되고 말 거야!"


자동차 업계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저절로 깨닫게 된 것이 있으니, 바로 '인기 얻는 법'과 '인기가 주는 힘'이다. 가까운 지인과 농담으로 자주 하던 말이 "역시 인기가 최고야"라는 말을 주고받았을 정도로 인기라는 것은 정말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 거의 대부분의 자리에서 '갑'이 되고, 가벼운 말마저도 힘을 얻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관심을 얻기까지 얼마나 사연 많은 여정이었겠는가. 공짜로 얻은 인기가 아니니 시샘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인기 없는 삶은 사연이 없는가. 인기는 반드시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인가. 절대 아니다. 인기로 보상받지 않는 삶도 멋지게 존재한다.


인기를 살짝 맛보았다.  번째 회사에서 운영한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가 13 명일  퇴사했다.  가다 인사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쇼핑몰에서는  명이 모여들어 나의 싸인을 원하기도 했다.  번째 회사는 회사 자체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유명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우버 기사님이 내게 만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회사 소속인 내가 닿지 못할 곳은 없어 보였다. 퇴사 후에도  회사에서 얻은 어떤 인기 스펙(?)으로 다양한 기회를 감사히 누리고 있다. 어떤 지점에서 개인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나 돌아보면, '예상 밖의 일에서'이다.  번째 회사에서는 내가 보정 속옷을 입길 원했다. 댓글도 나의 외모와 몸매에 관심이 많았다. 아마도 내가  섹시하게 보였으면 지금보다 인기가  좋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반항하는 마음 ,  정체성을 지키고 싶은 마음 반으로, 오히려  편하고 무난한 옷을 입었다. 넉넉한 셔츠와 슬랙스를 즐겨 입었다. 가끔 화장도 하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안경도 곧잘 썼다. 솔직히  일하기 편하자고 그랬다. 보정 속옷은 불편하니까  입었다. 희한하게도, 내가 애써 말하지 않아도 나의 어려움을 미뤄 짐작하고, 나의 태도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나의 리뷰도 그런 식으로 인기를 얻었다. 자동차 스펙 나열하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감각에 집중해서 말했다. 자동차를  아는 사람 입장에서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자동차를  모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방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때도 자동차 업계  어른은 나보고 '상큼한 역할'에서 벗어나라는 , 나의 역할과 방식을 비하하기도 했다. 속으로 '너는  상큼해라' 답했다. 물론 대다수의 선배들은 나를 응원해주셨다. 주변에서 권하는 인기를 탐하지 않고,  갈길을 가다 보니 작은 인기를 만났다. 물론 나의 작은 경험을 다양한 상황에 대입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참 달콤하지만 그래서 계속 맛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 맛을 잊고 싶다. 인기 없는 자리도 맛집임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내가 걷는 길목에 인기가 있을지 명예가 있을지 돈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 없을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걷는다. 나도 모르게 박수소리에 맞춰 뛰고 길 때 반드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를. 그래서 너무 멀리 가지 않기를. 인기. 원동력과 목적지로 삼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이십 대 보고서 #6] 나를 신선하게 하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