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진술분석] 미성년자/아동 진술 신빙성 분석의 핵심은?

미성년자, 아동 진술의 신빙성 핵심은 진술오염 여부이다.

아이들은 순수하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한다.
애 앞에서는 냉수도 함부로 못 마신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림: 클립아트코리아

필자는 특수감정인으로 법원을 통해 진술 신빙성 감정자문 촉탁도 종종 의뢰받는다.

이는 법원뿐만 아니라 수사 및 정보 취급 기관, 관련 법조계, 그리고 소송 당사자인 개인 의뢰까지 녹취분석의 한 분야인 진술분석의 영역은 경험을 더 할수록 매 사건이 다른 듯 하지만, 유사하고, 또 유사한 듯 하지만 다름을 감정할 때마다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매번 진술분석 후 감정의견서까지 작성을 마치고 난 소회는 늘 새로운 사실을 배우게 됨에 분석 회차가 거듭될수록 겸허해지게 된다.


간혹 어떤 전문가는 많은 분석 경험을 마치 달인이 된 것인 양 자랑하는 사람도 종종 글이나 관련 모임에서 본 적 있으나, 이를 볼 때 마음은 그 많은 분석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감정했다면, 저런 자랑은 하지 못할 텐데 섣부른 분석으로 인한 예단, 속단 때문에 누군가가 혹여 피해를 보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지 오히려 걱정됐다. 이렇듯 진술분석은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 페이지, 수백여분의 진술 영상을 보고 또보며 치밀하고 자세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진술인 이면에 자리한 감정이나 정서, 그리고 숨김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특히 성인 진술보다 미성년자나 아동 그리고 지적 장애인 진술에서 이런 어려움과 신중함을 더 느끼게 되는데, 그 이유는 성인들의 진술보다 이들의 진술이 더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미성숙하기에 그에 따른 언어, 인지, 정서, 행동, 사회성 등의 모든 면에서 성인이 지닌 인식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유는 그들만의 경험, 지식, 정서적 표현 수준이 각기 다 다르기 때문이다. 즉 어찌 보면 그런 수준의 보편적 평준화가 이루어질 시간조차 이들에게는 부족하므로, 일반화된 관점으로 평가하면 위험하다. 물론 아동발달과정에 따른 여러 학문적 연구와 통계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적 데이터로 만들어진 수치 내용일 뿐,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는 특수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바로 그 특수성이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고, 모든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또래 나이에서도 경험, 환경, 학습 정도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그러므로 매우 섬세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해당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

또한 진술 영상이 있는 상태에서 분석하는 것과 진술서 즉 녹취록(속기록)만 가지고 분석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자료를 보고 분석하는 것이 좋다.


간혹 노파심에 의뢰인(개인, 기관, 법원, 언론사 등 통칭)이 의뢰 자료를 진술서와 영상으로 한정해서 주는 경우가 예전에는 많았다. 분석자의 선입견, 편견 등을 우려하여 좀 더 객관적으로 진술내용을 분석해달라는 의미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래서 굳이 힘들게 검토할 자료를 더 요청하지 않고, 주로 진술서에만 국한하여 분석했었다. 그러나 분석을 하면 할수록, 검토할 자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편견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분석할 수 있어,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가설을 세울 수 있고, 이에 의뢰인이 최종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좀 더 선명해지는 결과를 얻게 됨을 알게 되었다.

진술분석을 포함한 특수감정은 판단 도구이지, 판정 도구가 아니다.


특히 법원 특수감정 의뢰는 첨예하게 양측이 다투는 가운데 서로 자료를 최소화로 노출하려고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주로 진술서, 녹취록(속기록) 만으로 분석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미성년자 진술분석은 반드시 진술 영상을 달라고 요구한다. 법원을 통해 검찰로부터 받아야 하기에 자료 전달이 늦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있고 없고에 따라 상황 파악이 달리 되는 경우가 많아서 꼭 필요하다. 그리고 미성년자 진술은 해바라기센터라는 곳에서 의무적으로 면담자(경찰), 진술조력인(아동전문가), 신뢰관계인(보호자)이 참석한 상태에서 녹음, 녹화가 진행되면서 진술토록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진술 영상이 함께 자료로 제공되는 게 일반적이다.


진술분석을 거시적, 미시적 분석으로 크게 나눈다고 할 때, 거시적 분석에서 진술의 맥락, 그리고 여러 진술분석 도구(CBCA, RM, SVA, SCAN, Kinesics)의 준거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므로, 진술서와 영상 외에는 활용할 자료가 없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할 경우에는 미시적 분석으로 들어가 수사기록을 꼭 요청한다. 이유는 최초에 사건 인지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건 인지 단계 과정이 중요한 것은 진술분석에서 신빙성 높은 진술은 최초 진술이기에 그렇다.

진술분석의 핵심은 실제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는 것인지 여부이다.

실제 피해 진술에 있어서 주로 포함되는 내용을 준거로 만든 것이 오늘날 검찰, 경찰이 진술분석 시에 사용하는 분석도구 CBCA, RM이다. 그런데 이 CBCA와 RM의 한계는 바로 진실 탐지에 근거한 도구라는 점이다. 거짓말을 하거나 진술이 누군가로 하여금 조작, 왜곡, 오염되어 사실관계가 뒤죽박죽 뒤섞여 있게 되었다면, 해당 분석도구로는 신빙성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오랫동안 거짓 탐지 도구도 진술분석에 있어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함께 활용하여, 최소한 분석도구로 인한 편견, 편향, 불공정 시비는 미연에 막아야 형평성 면에서도 공정하지 않겠는가 주장해왔던 것이다.

이에 따른 자세한 글은 아래 필자의 브런치 링크를 참조 바란다.

( https://brunch.co.kr/@2lab/28 )


특히 10세 미만 아동 진술은 거짓말로 없던 사실을 스스로 작화해서 말하면 대다수의 어른들이 알 수 있다. 이유는 작화 수준이 실제 사실에 기반한 진술로 보기 어려운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몇 가지만 더블 체크해서 교차 검증하고, 알리바이까지 확인하면 웬만해서는 어른들을 속일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아직 언어적으로나 인지적, 경험적, 사회성에 있어서 미숙한 나머지 실제 경험한 사실을 오해할만한 잘못된 표현으로 묘사하면서, 어른들이 이에 자신들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이를 아이들에게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된다. 이럴 경우 실체적 진실이 엉뚱하게 곡해되어서 아이들에게 잘못된 정보로 재학습 되고, 이후부터는 무엇이 사실인지 진실인지 과장인지 허위인지 거짓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실제 경험한 체험 정보는 최초에 감각을 통해 기억에 저장된다.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자신이 느낀 신호가 뇌에서 해석되어 정보로 남아 기억으로 저장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서이자 단초로써 기억 인출의 시발점이 된다.

그래서 진술분석 도구 RM(Reality Monitoring)이 있는 것이다.


'어제 점심때 뭐 먹었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 우리가 떠올리는 과정, 즉 기억의 인출 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 뇌는 개념적, 관념적 정보인 메뉴 이름이 아니라 어제 점심때 장면인 시각 정보를 우선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맛있게 먹었는지 등에 따른 미각 정보, 냄새인 후각 정보, 또 함께 먹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와 대화했는지에 따른 청각정보까지 아울러 인출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메뉴의 이름을 개념적 관념적 언어로 내뱉게 된다. 우리 뇌의 이런 정보는 컴퓨터보다 빨라 이런 과정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쉽게 구분되지 않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이 설명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기억의 인출은 감각정보로 출발해서 해석되는 과정에서 개념적 관념적 표현으로 인식, 인지되는 것인데, 표현이나 묘사에 미숙한 아이들은 대다수 제한된 지식과 언어로 말하다 보니 자칫 과장하거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도록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런 사실이 범죄로 인지될만한 사건인 경우, 놀란 부모나 가족은 사실관계를 파악한다는 명분으로 반복 진술을 강요하고, 때로는 아이의 진술을 확인하면서 자신들의 언어 표현으로 아이들에게 재각인, 학습시킴으로써 사건의 실체는 점차 미궁으로 빠지게 될 수 있다.

아동학대. ⓒ게티이미지 코리아

정말 아이들이 심각한 범죄의 피해자라면 해당 진술에 있어서 위와 같은 어른들의 행동은,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게 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중요한 증거인 진술을 훼손시켜서, 가해자를 처벌토록 할 수 있는 유일한 유죄 증거를 무죄 증거로 뒤바뀌게 만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이를 우리는 진술이 오염되었다고 표현한다.


본 글 상단에 '아이들은 순수하다'라고 썼다.

순수하다는 것은 백지장 같이 하얗다는 의미다.

다음은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한다'라고 썼다.

여기서 '거짓말'의 의미는 다 아시다시피 할 말 못 할 말에 대한 구분 능력에 있어서, 굳이 할 필요 없는 말, 혹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이롭지 못한 말을 거짓으로 포장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 '애 앞에서는 냉수도 함부로 못 마신다'라고 썼다.

이 의미는 그만큼 아이들은 어른의 행동을 따라 하려고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고 썼다.

이는 아프리카 가나 아샨티(Ashanti) 지역의 속담으로 그만큼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위와 같은 글을 본문 서두에 쓴 이유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과 손길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변별할 능력이 없는 만큼,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에, 아이들이 쓴 글이나 말, 행동은 곧 어른들의 언행일 수 있다. 즉 아이들의 순수한 묘사나 표현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아이들의 진술분석에 있어서 표현이나 묘사가 너무나도 정형화되어 있고, 명확하다면 오히려 의심을 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아이들이 경험하고 바라본 세상에 대한 묘사와 표현은 우리 어른들의 표현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진술분석에서 미숙하고 불완전한 표현은 오히려 신빙성을 높인다고 볼 수 있다.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는 DNA 시료는 그 양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

만약 화성 연쇄살인사건에서 검출된 DNA를 당시의 기술로 밝히겠다고 이리저리 다 소모했다면, 현재 발전된 과학기술로 훨씬 더 정확하고 나은 결과를 도출해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었을 것이다.

진술도 마찬가지다. 목격자든, 증인이든, 피해 당사자든 간에 누구든지 처음 진술이 가장 신빙성이 높고 생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함부로 이를 비전문가가 바로잡아 사실을 파악하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로 하여금 진술이 오염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증 하여 증거로써 흠결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자녀의 범죄 피해사실을 인지하고 놀랐을 부모의 마음은 백번 천 번 이해하나, 그럴수록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 가해자를 온당하게 처벌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진술이 매우 중요함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비록 자녀가 하는 말이 불완전하고 미숙하여 바로 잡아 주고 싶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매우 신빙성 높은 진술 증거임을 인지하고, 절대 반복해서 피해를 진술토록 하여 확인하려고 한다거나 추가 조사하려고 하면, 자칫 영영 정당한 증거로써 취급받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는 점 꼭 숙지하기를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미성년자, 아동, 지적 장애인의 피해 진술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증거인만큼, 이를 인지한 모든 사람들은 이 진술이 오염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북, 매거진 링크 모음 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