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좋아서 하는 취미 생활이어도, 게다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무언가여도, 오르막과 내리막은 있기 마련이다. 최근 두어 달 정도, 찍은 사진의 양이 부쩍 줄었고. 외출할 때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지 않는 횟수가 늘었다.
나는 메모용 이외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우연히 멋진 장면을 마주해도, 폰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무웨에- 딱히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그날은 아예 사진을 찍지 않는 날이다. 그리고 그런 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그냥 좀 기분이 별로다.
물론 더운 여름은 카메라를 메고 나가기에 최고로 좋은 계절은 아니다. 내 몸 하나도 덥고 무겁고 귀찮은데, 카메라까지 덜렁덜렁이라니. 가벼운 단렌즈 하나를 달아도 1킬로가 훌쩍 넘는 니콘 F6나 D750보다는 훨씬 가벼워진 크롭 바디 미러리스라고 하더라도 조금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한두 장 좋은 사진 없이 그냥 집으로 들어오면 어찌나 억울한지!파리의 거리라고 해서 내게 늘 아름다운 사진들을 가득 안겨주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름의 강렬한 햇살은 멋진 사진들을 안겨주기도 한다. 강한 빛만큼 강한 그림자들, 그리고 찰나의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