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비건레스토랑 • • • • • •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15길 36, 1층
주차 불가 / 상암1공영주차장 주차 도보 3분
13:00 - 16:00, 월/화 휴무
INSTAGRAM @jum.jum.jum.jum.jum.jum
웹사이트에서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jumjumjumjumjumjum.com)
'어떻게 하면 비거니즘을 사람들에게 쉽게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한 사람들이 있다. 모델 박서희와 윤대륜이 비건의 대중화를 위해 약 1년이라는 기간 동안 고민하여 내놓은 점점점점점점. 우리가 환경을 위해 어떤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지 음식과 공간을 통해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점점점점점점’은 비건 식당이면서 전시관이고, 카페이다. 때로는 워크숍이 진행되기도 한다. 다양한 용도로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포스터나 인쇄물을 프린트할 일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가급적이면 잉크를 덜 쓸 방법을 찾았다고. 그중 점(•)이 잉크를 가장 덜 쓰는 문자임을 알게 되어 상호명도 오직 점으로 구성하게 되었다. 점 6개가 모인 말 줄임표는 내면의 말, 침묵에 집중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번 달 11월부터 바뀐 점점점점점점의 가을, 겨울 코스 메뉴를 소개한다. 6가지 플레이트로 구성되며 그 메뉴는 아래와 같다.
단호박 샐러드 Sweet Pumpkin Salad
율무살사와 김부각 Yulmusalsa and Kimbu-gak
된장미역파스타 Miso Seaweed pasta
두부강정 Fried Tofu
감태말이 Ecklonia Roll
손수제비 Hand-pulled Dough Soup
감히 누가 비건을 맛이 없다고 했는가. 비건에 대한 편견을 한 번에 깨준, 한눈에 보아도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음식들이다.
양식 위주의 비건 레스토랑이 많은 가운데, 한식을 베이스로 메뉴 구성을 한 것도 반가운 점이었다. 부대낌 없이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나는 이곳에 어머니와 할머니를 데려갔을 만큼 나이 있는 분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공간의 트렌디함도 갖췄지만 가족들과 오기에도 음식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이 모든 코스 요리가 25,000이라는 것이 가장 놀랍다. 프리미엄을 일부러 붙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음식에 들어간 정성을 생각하면 진심으로 적자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비거니즘이 음식에만 쓰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비거니즘은 비인간적이 행위를 통해 인간이 대상을 착취하고 지배하는 구조에 대항하는 것으로 이 대상은 동물뿐 아니라 당연하게 누리는 자연도 해당된다. 인테리어, 건축 공사도 철거와 공사 과정에서 탄소 배출과 많은 폐기물을 남긴다.
비건이라는 주제 아래서 친환경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ATHLIER KHJ에서 선택한 재료는 폐알루미늄이다. 폐알루미늄을 압축하여 큐브 형태로 만들었고 이를 벽면과 평상 받침, 외부 앉음벽에 사용했다. 폐알루미늄은 용광로에서 녹여 재사용이 가능하니 이 공간이 철거되더라도 벽면과 평상에서만큼은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는다. 우리는 완공 후에 화려하게 탈바꿈한 공간만 보지만, 사라질 순간까지 환경을 생각하여 만든 이곳이 의미가 깊은 이유다.
벽면에는 손을 씻는 세면대가 전시품처럼 놓여있다. 사람들이 식사하는 테이블과 큐브 사이에서 손을 씻는 게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느껴져 괜히 한 번쯤 가서 손을 씻어보게 된다. 역시나 휴지, 비누통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점점점점점점이 갖고 있는 공간의 메시지는 한결같다. 테이블은 스테인리스 각관을 이용해 테이블과 의자 다리를 만들었고 코르크를 압축한 상판을 얹어두었다. 자리에는 일회용 휴지 대신 면포를 두었고, 테이블 옆 오브제도 폐알루미늄 큐브로 장식했다.
나 또한 공사현장에서 수백 톤의 폐기물 차량이 나가는 걸 자주 본다. 마구잡이로 불어난 폐기물이 쌓인 공사 현장들(물론 법을 지키겠지만 그럼에도). 이를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았던 나의 시선에도 정곡을 찔렀다.
이제껏 비건푸드는 '심심하거나 맛없다.', 친환경적인 것은 '모양이 빠지거나, 의미에 의의를 두자' 였다. 그러나 6가지 비건 푸드는 어느 코스요리 못지않게 훌륭했고, 환경을 생각해서 선택한 폐알루미늄 소재의 큐브는 힙스럽다는 느낌도 자아냈다. 그래서 멋진 음식과 신념이 깃든 이 공간에게 참 감사하다.
비거니즘은 익숙한 단어이지만 아직까지 누구나 선뜻 일상에서 시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비건을 포함한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은 대단한 결심을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베지터리언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가죽자켓을 입고 있더라도 저마다의 환경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게 시작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