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어쭙잖은 객기로,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미술치료를 공부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디를 가나
나를 붙잡고 자기 인생 스토리를 털어놓는 사람이 줄을 이었기에,
사람들을 구원하는 게 내 소명이고 특기일지 모른다 생각했다.
사람들은 내 앞에만 앉으면 무장해제된 듯 자신을 드러냈고,
나는 그것이 나에게 마음을 연 결과라 믿었으며,
내 안의 공감 능력이 그들을 자연스레 끌어당긴다고 여겼다.
보람과 흐뭇함, 우쭐함이 한데 섞여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미술치료를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보람은 환각이었고,
중독이었고,
결핍이 끝없이 불러대는 자기대상 환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촉매가 되는 연민이야말로,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감정 1호라는 것도 배웠다.
그다음 글을 쓰게 되면서부터는 또 한 번,
뭔지 모를 사명감에 불타,
글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낫게 하는 데 기여하길 바랐다.
(니가 뭔데? 니가 뭐라고?)
지금 나는 내 글이 그냥 진실한 배설이기를 바란다.
그게 된다면, 그 글이 누군가에게 유익이 되든 말든 할 것이다.
무엇을 하려는 사람은
제일 먼저 자기 욕망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 힘을 들여 해놓은 일들이
결국은 모래성이 된 자기 욕망의 드라마였음을 보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돕고 싶어서’,
‘누군가를 위해서’
이런 말은 순진할 때나 쓸 수 있는 말이다.
속으로라도 하려거든
그 볼륨을 많이 줄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