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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doseeker Nov 26. 2022

나는 사실 인생 2회 차를 살고 있다.

Okay, 계획대로 되고 있어!



요즘 유행하는 환생물은 사실 내가 중학생이었던 십여 년 전에도 그다지 새로운 장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중원에서 내공을 운용하던 무림 절정 고수가 서양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 소드 마스터로 환생한다던지, 대한민국 병장이 조선시대 한복판에 뚝 떨어져서 낙후된 무기체계와 썩어빠진 나라꼴을 싹 뜯어고쳐 세계 정복을 시도하는 등, 그런 뻔하지만 통쾌한 사이다 클리셰 덕분에 손을 놓을 수 없게 했던 장르 소설들에 나도 푹 빠져있었던 기억이 있다.  


최근 어느 순간부터 환생물이 대세라고 느껴질 만큼 그와 관련된 스토리가 배경이 된 소설, 웹툰을 비롯해 영상물로까지 제작되는 현상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나만 하더라도 이 바쁜 와중에 요즘 대세인 <재벌집 막내아들> 웹툰, 드라마 다 보고 있고.......) 

환생물의 주인공은 아무튼 인생 n회차이기 때문에 미래가 내포한 불확실성의 공포를 당당하고 통쾌하게 극복한다. 거기서 우리가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까닭은 그게 허무맹랑한 허구이고 판타지인걸 뻔히 알면서도 미래가 주는 끝없는 심연과도 같은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잠시 도망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공포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증폭되고 있다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 같아 씁쓸하고. 


하루의 끝을 넷플릭스로 마무리하는 요즈음, 도대체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은 재벌집 막내아들 송중기의 변함없이 잘생긴 얼굴에 먼저 놀라고, 그가 개발되기 전의 분당 땅을 헐값에 싹쓸이하는데에서 부러움과 통쾌함을 느끼고 나서는 어김없이 현자타임이 찾아온다. 

나는 나의 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나의 작업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나는 오지 않은 미래가 선사하는 공포로부터 결국 어떻게 도망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게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지금 인생 2회 차이고, 예전에 살던 세계에서는 지독한 폭군으로 알려진 왕의 초상화를 엉망으로 그렸다는 어처구니없는 죄로 끔찍하게 참수되었지만, 대한민국 서울에, 화가로 환생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믿는) 수밖에. 

그런 생각을 하면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서 오전 5시까지 작업실에 출근하는데 조금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환생은 2회 차가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환생물을 두루 섭렵한 나로서 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다.(??)


아무튼 인생 2회 차 주인공이 된 이상, 어느 노래 가사처럼 '주인공 초반에 고통받고 각 잘 재고 무릎 팍 바닥 쳐 박고' 끝없는 모험과 사랑과 시련과 고통 끝에 결국 그 모든 과정이 추친력을 얻기 위함이었음을 증명하게 되지 않을까?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다. (okay 계획대로 되고 있어) 

feat. 소년점프-마미손

어? 뭔가 마무리가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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