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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언 Nov 24. 2024

밤에 피는 꽃


있어

배가 볼록


언제나 만삭인

하얀 가로등

밤을 삼켜 잉태했다지


매일 밤

하얀 꽃 출산으로

야간작업 하는 

외로운 가로등 

영락없는 달


내 엄마 

손가락 위에 앉아있는 

왕 진주알 같기도 해

가로등은


눈보라 치고

비바람이 와

오줌을 싸도 끄떡없어

밤마실 배웅까지

참! 든든함이여

향기가 빛 이래


그저 향기 따라 

걸음 하면

다하는 

하얀 가로등 꽃

밤 꽃


낯가림도 

하지 않어


물을 주지 않아도

보채지도 

시들지도 않아 성격 좋고


낮엔 잠자고

밤 되면

백색의 꽃을 출산하는 

키다리 가로등  


밤새 어두움 

젖 물리느라 

지쳤나 봐


졸고 있어

빛 닳아 희미해


아침! 

고운 꿈 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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