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롱 Jan 15. 2020

'새내기병' 증상 = 끊임없이 누군가를 부러워하기   

부러우면 지는 거라면, 벌써 수천번은 이미 졌지요.  

내가 처음 스무살이 되어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바로 ‘부러움’이다. 

세상엔 부러워할 인간이 왜 이렇게 많은거야

고등학교 시절, 제법 공부를 잘했던 나는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면 사는 존재였지, 누군가가 부러운 존재는 아니었다. 일단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시스템 자체가 지나친 입시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었고, 사실 같은 교복을 입고 사는 처지다 보니 누군가의 집사정이나 재산이 크게 티나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게다가 친구들과 사이도 좋았고, 친구들의 고민도 맨날 잘 들어줘서 소위말하면 인기가 있는(?) 그런 아이에 속했었다.

그러다가 대학에 오게되었다.



상황은 고등학교때와 180도 달라졌다. 

고등학교때는 언제나 주목을 받던 내가, 대학에 와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완전히 우물 안 개구리를 묻는다면 그건 바로 나예요! 라고 번쩍 손들고 이야기 할만큼. 대학에서의 사람들은 별로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니 별로 정도가 아니라 아무도-. 그냥 나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 1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엥..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활은 이게 아닌데.. 그래서 잊혀진 존재가 될까봐 그게 두려워서 원치도 않는 술자리(그때까지는 술이 진짜 맛도 없었는데)에 무조건 오래오래 남아있고자 했다. 동기들하고 선배들하고도 친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재미없는 자리라도, 그리고 할일이 없어도 무조건 과방에 남아서 어떻게서든, 지루하지만 그래도 같이 그들의 이야기에 동참하고자 했었다. 아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의 부러움이라는 감정


그렇게 한명한명 관찰을 하다보면서 시작된 것은 부러움, 내지는 열등감의 시작이었다. 쟤는 저렇게 싹싹하게 선배들한테 말도 잘 걸고, 먼저 밥먹자고도 잘하네.. 난 밥약 한번걸때마다 심호흡을 다섯번은 넘게하고 카톡을 했었는데.. 쟤는 처음부터 술을 엄청 잘 마셔서, 선배들이 가는 곳마다 부르는 동기도 있었다. 술이 맛있지도, 즐기지도 못하는 나는 왁자지껄한 그 분위기가 싫은데 정말 쟤는 잘 즐기는 구나.. 한명은 춤을 또 어찌나 잘 추던지 춤 동아리 선배들이 알아서 섭외해가더라. 한명은 그림을 참 잘 그려서, 몇 화 올린 만화들이 우리 과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름 그림그리는 거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에 비하면 내 그림은 초등학교 낙서수준에 불과했다. 그냥 태어난 곳이 사투리를 쓰는 곳에 태어난 애가 부러운적도 있었다. 걔가 사투리만 쓰면 선배들이 다 귀여워해줬다. 젠장. 우리집은 왜 표준어를 쓸까? 하다하다 이런것도 부러워진적도 있었다. 추가적으로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할 만큼 예쁜 애, 선배들이 그냥 먼저 다가와서 그 후배랑 친해지고 싶어하는 애 등등 .. 글쎄 난 뭐랄까. 그냥 애매했다. 매력을 끌기에는 부족하고 못나진 않았는데 탐나지도 않는. 참 애매한 인간이었다.


내가 애매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고작 2달이 되지 않았고, 매력쟁이 동기들 사이에서 난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부러움의 감정들은, 사그라들기보다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외국에서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영어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동기, 외고를 나와서 제 2외국어까지 수준급으로 이상 해내는 동기, 1년동안 원하는 진로로 오기위해서 독학재수를 하면서 독서실에서 공부했다는 동기.. 


가장 부러웠던 것은 꿈이 확실한 동기들이었다. 의지력도 부족한 나는 그런 이야기들과 그런 동기들을 볼때마다 나는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나 싶기도 하고, 하고싶은 것이 뚜렷하게 대학에 온 그들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나는 그냥 이쪽 분야가 꽤 재밌겠다…? 잘맞을것같다는 애매한 확신으로 지원했었는데, 이미 인생 로드맵까지 짜논듯한 그들의 확신있는 눈빛과 열정이. 나를 한층 좌절하게 만들었다. 

출처 무한도전 



부러워 할 대상이 아닌 진짜 현실의 나를 돌아보기


그러다가 점점, 나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놓기 시작했다. 난 왁자지껄한 술자리를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소소하게, 추억을 되새기면서 마시는 자리가 더 좋았다. 더 이상 술자리에 억지로 나가는 것을 관뒀다. 학과에서 어울리는 동아리에도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는 없었다. 억지로 끼려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더 관심있는 쪽으로 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동아리 대신 중앙동아리를 선택했다. 대외활동을 1학년때부터 하는 동기도 있었다. 하지만, 난 아직 내 분야를 못 찾았으니까 섣부르게 시작하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1학년때는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과 학회를 선택할때도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곳이 아닌 그냥 영상을 보고 내 느낌과 감성이 맞는곳이라고 생각한 곳에 넣었다. 학생회를 할까? 고민했지만, 여러모로 난 그 일과 맞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내 모든 선택들이. 남들이 하는 선택대로 하지 않는 것들이 두려웠고, 과 활동을 이렇게 안해도 괜찮을까? 싶기도 했다. 내가 하는 선택들이 불안하고 두려워서 기숙사로 돌아가는 외로운 밤이면 룸메가 들어오기전까지 숨죽여 운 기억도 많다. 다들 친한 것 같은데. 나만 혼자였고 외롭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없다고 느꼈다. 친한 사람들끼리는 무리지어 다니던데, 혼자 다니는 내 모습이 초라하다고 생각했다. 우울했다. 아마 내가 돌이켜보건대 살아온 해동안 우울증을 잠깐 앓았던 시기였다. 물론 사람들은 전혀 몰랐겠지만. 


하지만, 이 모든게 나만 이러는 줄 알았다. 나만 외롭고, 나만 공허한가? 다들 서로 친하고, 다들 꿈이 그렇게 확실한가? 다들 그렇게 잘났나? 다들 매력이 한두가지쯤은 다 있는데 나만 무매력의 인간인걸까? 우울감에 빠져갈 때, 우리 과에서 제일 인싸(??) 녀석과 돌아오던 길에, 나의 기분에 대해서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놀라운건 그애의 반응이었다. “나도 너랑 똑같아. 나도 친한 친구 없는 것 같고, 나도 별로 선배들이랑 안친해..” 뭐 정확한 말 한마디한마디는 생각나지 않지만, 대충 자신도 나와 똑 같은 감정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서 토로했다. 그때 순간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얘도 이렇다고? 적어도 그 아이는 우리 과에서 제일 잘 알아주는 소위말하는 인싸중의 인싸(핵인싸, 아직도 그런것같긴하다 ^^) 였기 때문이었다. 



나만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건 아니야


이상하리만큼 그때부터 뭔가 그렇게 두렵지가 않았다. 누군가 한명쯤은, 아니 심지어 내가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 아이 조차도, 나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잖아? 소위말하는 ‘새내기병’ 이었다. 여름방학이 되었고, 나는 그때 첫 알바를 시작했고 거기서 내가 대학시절에서 제일 친하게 된 친구와 제대로 친해지게 되었다. 같이 알바를 하면서, 공유하는 것들이 많아졌고(오히려 학교에 있을때보다 더!) 관심사도 제법 엄청 비슷했다. 나와 달리 과생활을 엄청 즐겨하던 내 친구 역시, 관계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고, 이 친구와 친해지게 되면서 점차 안정감을 찾아갔다.


중앙동아리에 들어가면서, 과 사람들이 아닌 다른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좀 더 넓은 세상을 깨달았다. 과에서만 인정받아야만 되는 건 아니잖아?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네! 그렇게 2학기가 되었다. 






부러움을 내려놓은채 바라보니 관계가 넓어지더라


나는 꼭 술자리나, MT와 같이 엄청난 기회가 있어야지만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대학에서 친해질 수 있는 경로는 무지 다양했다. 같이 팀플을 하다가, 열심히 하지 않는 팀원들 덕분에 둘만 독박을 쓰게되다가(…) 친해진적도 있고. 다른 팀플이었지만 같은 조원한테 당해서(??) 친해진 경우도 있었다…(좋은 방식인가…는 의문이다 하하). 그리고 별로 안친했다가, 내가 친한 사람과 친해서 마음이 맞아 친해진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그냥 기숙사에 같이 살다보니, 기숙사 팸을 만들어 친해지기도 했다. 교수님을 욕하다가 친해지기도 하고, 기숙사에서 같은 늘 같은 방향으로 하교하다가 친해지기도하고. 그렇게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이 친구들도 나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하면서도, 같은 감정들을 공유하는 20살 또래의 친구들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무지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도, 생각보다 관태기를 겪고 있었고, 첫 인상에 눈에 띄지 않았던 친구들도 의외로 엄청 좋고 착한 친구들이 더 많았다. 



처음부터 싹싹하거나 언니- 오빠 말을 잘 붙이지 못하는 약간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지만, 한번 어떤 사람한테 정을 주거나 좋아하게 되면 오래오래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알아봐주는 선배도 많이 생겼다. 처음부터 오히려 너무 과하게 친한 척을 하는 후배가 오히려 부담스러웠다는 말을 선배로부터 듣고나서는, 내가 부러워하던 성격들이, 혹은 낯을 가리는 나의 결점들이 오히려 때로는 도움이 될때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릴 때부터 언니들을 참 좋아했던 나에게, 나만큼이나 나를 아껴주는, 어쩌면 나보다도 더 나를 위해주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언니들도 많이 생겼다.


또한 같이 시험정보 공유를 하고, 강의에 대한 정보와 과제와 팀플을 같이 할 소중한 동기들이 생겼고, 점차 나를 신뢰하고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아주는 친구들이 생겼다. 남의 자존감 잘 세워주고, 상담해주는 것은 내가 정말 많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다. 나와 대화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해줄 때 마다 뿌듯해졌다. 진로가 확실해 보였던 사람들도 다 고민이 있었고, 대학에 와서 신념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람들을 볼 때, 내가 엄청 대단하게 보았던 사람들도 다 나름의 고민이 있음을 깨달았다. 다른 대학에서 반수해서 와서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언니들도, 늦은건 아닌지 미래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다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내가 모든 대학의 모든 사람과 늘 유쾌하게 끝났던 것은 아니다. 끝 마무리가 찝찝하게 끝난경우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에게 뒷담화를 들어 배신감을 왕창 느낀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도 다 내 사람들을 얻어가기 위한 과정이었고,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과 잘 맞는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배움의 과정이었다.





아직도 누군가가 부럽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생활에서 어느정도 안정화를 찾았다.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법도 알고, 더 관계를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밀어내는 것도(…) 최대한 기분 나쁘지않게 밀어내려고 노력한다. 분명한 것은 선을 딱 지켜서, 사람에 따라 어디까지를 허용하게 할지를 조금씩 다르게 두는 법을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 이 친구하고는 여기까지. 이 사람하고는 여기까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서든 약속을 잡아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며, 내게 도움을 주었거나 고마운 사람에게는 반드시 선물을 준다. 꼭 거창한 선물이 아니어도 된다. 당신에 대한 마음의 정도를, 내가 항상 생각하고 있음을 꼭 알리려고 노력한다. 지속적인 관계에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난 부러운 사람들이 많다. 그치만 부러워만 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은 신도 아니고, 그냥 나와 똑 같은 하나의 인간이다. 대신 내가 갖지 못한 것을 한두가지쯤 더 소유했을 뿐. 그리고 나에게 없는 능력에 대해서 불만하거나 불평할 시간에 그냥 내가 가진것들을 발전시키거나, 없으면 키우면 그만이다. 노력도 하지않고 불평만 할 시간에, 차라리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쪽이 더 빠르다. 또한 고칠 수 없거나, 내 능력으로 할 수 없는 것들(외모라던가, 집안사정 재력 등등)에 대해서 부러워하는 것은 하루빨리 멈추려고 노력해야한다. 쉽지는 않아도 말이다. 



그러니까 울지마 새내기! 


세상에는 인간 관계에 대한 책이 정말 많다. 누구나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고민을 한다는 반증이다. 나이가 먹어도 인간관계는 언제나 고민이 되는 부분이고, 특히 성인이 막 된 시점이 성인 이전시점과 꽤 차이가 많이 날 것이다. 어쩌면 당장 1년뒤에 내가 다시 관계로 고민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치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같은 문제로 고민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돌파구와 탈출구 정도는 그 전보다는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관계에 대한 것은 어렵다. 하지만 세상에 아무매력도 장점도 없는 인간은 없다. 내 매력을 발굴하고 찾아나가면서, 단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되 고칠 수 있는 것들만 고쳐나가면서. 진짜 좋은 나, 내가 생각해도 좋은 나로 만들어가면, 관계와 열등감, 그리고 부러움에 대한 고민들은 점차 옅어져 갈 것이다. (사라진다고는 말 못한다 ^^) 그렇게 우리는 고민들이 조금씩 진해졌다가 옅어져가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거니까.. 고민없고 문제없는 삶은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헤쳐가는 모습이 중요한거니까! 


유튜브에 벌써 새내기들을 위한 영상들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다. 아마 이맘때쯤 제일 설레이고 있을 새내기들에게, 지나치게 타인을 부러워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그 부러움을 느낀다고 해도 그건 절대 이상한 감정은 아니라는 것, 모두 공통된 감정을 느낀다느 걸 꼭 말해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합격이 싫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