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롱 Jan 20. 2019

대학에 오고 나서 꿈을 잃어버렸다

내가 휴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





대학에 와서 꿈을 잃어버렸다






넌 꿈이 뭐니?


그것은 나에게 말문이 턱 막히게 하는 질문이었다. 비교적 꽤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왔던 나는, 그래도 나름은 원했던 대학에, 원했던 과에 운이 좋게 입학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때까지 별탈 없이 공부를 성실히 해왔고, 나름 성적 욕심도 있어서 꽤 열심히 임했었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내가 고등학교에서 그랬듯 언제나 순조롭게 내 인생도 진행될 것이라고 굳건히 믿어왔다.



처음 입학하고 벚꽃을 바라보면서 기대에 부풀었고, 새로운 인간관계들을 여러 형성하면서 이런 저런 사람을 다양하게 마주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2학년이 후딱 지나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교수님과 상담하는 과제가 주어지게 되어, 딱히 교수님께 묻고 싶은 것도 할말도 없지만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교수님은 앉자 마자 물으셨다. 꿈이 뭐냐고.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할말을 잃어버렸다. “저…. 하고 싶은 게 딱히 없는데요.” 그렇다. 나는 꿈꾸던 대학에 들어왔지만 오히려 꿈을 잃어버렸다. 교수님께선 약간 당황하신 듯, “왜? 그래도 뭔가 직업은 없어도, 분야라도 있을 거 아니야. 가고 싶은 분야, 혹은 관심있는 분야라도.” 하지만, 없었다. 사실 내 안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길러진 모범생 습관 답게, 나중에 혹시 불이익을 얻을 까봐 성적은 그나마 잘 받아두었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내가 원하고 즐거워서는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집안 사정 생각해서, 장학금이라도 받자라는 생각에 열심히 했던 것 일뿐. 그렇다. 나는 그저 성실하기만 한 노예에 불과했다. 목표도 없이 그저 일하는 노예. 나는 그렇게 아무 목표도 없이 살아가는 대학생 나부랭이에 불과했다.




전공에 쌓인 수많은 지식들은 당장 학기의 중간, 기말고사만 끝나도 휘발해버리는 알코올마냥 날아가기 일쑤였고, 주변인의 인스타나 페이스북, 블로그에는 날마다 각종 대외활동 합격, 공모전 합격, 교환학생, 유튜버 등 다양한 스펙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하지만 바람이 슬슬 빠지기 시작한 공처럼, 피쉭… 소리만 내며 점점 진이 빠져갔다. 나는 뭘까. 나는 뭘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가. 내가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나의 장점은? 단점은? 난 뭐지?



대학에 오고 나서, 자꾸 거침없이 바뀌어만 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뚜렷했던 나의 꿈은 흐릿해져 갔다.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었던 내 로망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SMCRE와 같은 현장에서는 써먹지도 않는 무수한 이론서들만 책장에 가득 차버렸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대학은 나에게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빼앗았다. 길을 잃어버렸다.



분홍신의 아이유 마냥 길을 잃었다






그래서 휴학 신청 버튼을 눌렀다. 물론 누르기까지는 굉장한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 부모님은 내가 평탄히 4년간 스트레이트 졸업을 하기 원하셨다. 당장 졸업이 1년 늦어진다는 것은, 서울에 살지 않는 나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딜레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하지만, 어디로 갈 질 모르겠는데 달릴 수는 없지 않는가. 이제 정처없이 걷는 나그네이고 싶지 않으니까. 최소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 정도는 알고 가고 싶으니까. 그래서 휴학을 눌렀다.

대학이 가르쳐주지 않는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