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롱 Jan 25. 2019

사실 저 은근 낯가려요...

낯 가리는 사람이 낯 안가리는 척 하기 프로젝트 





사실 저… 은근 낯가려요. 





겉보기에는 난 참 활발해 보인다고 한다. 밝고 명랑하며, 쉽게 말을 잘 걸 것 같은 인상이라고 한다. 아마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은가 보다. 하지만, 난 사실 은근 낯을 가린다. 불편한 자리, 어색한 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오히려 적막한 그 시간이 너무 몸서리치게 싫어서 말을 걸 뿐이다. 그 어색함이 싫으니까. 

물론 원래 조용한 성격은 아니다. 친해지면 말이 당연히 많고, 쫑알쫑알대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쫑알거리는 수다쟁이라 해도, 그게 모르는 사람이거나 어색한 사람에게 쫑알거리고 싶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주변 사람들은 다 놀란다. “에이~ 너가?” 다들 이런 반응이다. 너가 무슨 낯을 가리냐고. 근데 말이야.. 사실 나 낯을 가려. 그리고 나는 항상 그들에게 다시 말한다. 내가 너랑 친해질 때, 사실 되게 힘들게 말 건거야. 그리고 왠만하면 먼저 잘 걸지 않아. 그럼 그제서야 주변 사람들은 “어? … 그런가?” 라고 답한다. 사실 나는 매우 소심한 사람이다. 


이런 내가 팀플을 하면서, 나의 <낯 안가리는 척 하기>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처음 만났을 때, 이 끔찍한 적막함. 나는 그게 정말 싫었다. 그래서 1학년 1학기 첫 교양 팀플에서, 지독한 적막을 뚫고 내가 먼저 자기소개를 하자고 했다. (그 적막한 10여분간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100번은 넘게 고민했다) 이게 나의 낯 안가리는 척 하기 프로젝트의 첫 발걸음 이었다. 그 이후로 어느새, 대학생활을 거치면서(수도 없는 팀플의 향연) 나는 낯을 잘 안가리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사실은 아직도 두렵다. 새로운 사람과 부딪히는 일은 언제나.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나와 공통분모 하나 없는 사람과, 하나하나 맞추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 자체가. 그리고 내가 판단할 수 없고, 가늠할 수 조차 없는 그 사람만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일은. 아직도 어렵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래서 어쩌면 남들이 한번쯤은 해본다는 소개팅도 나가지 못했다. 아.. 단 둘만 있는다고? 그것은 정말 끔찍해)



그러니까, 내 말은. 낯을 가리는 수많은 사람들아. 부디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주변에 내가 낯가린다고 말하면 다들 놀라지만, 낯을 안가리는 사람은 사실 없다고. 그리고 편하고 익숙한 것들이 아닌 새롭고 낯선 것에 도전하거나 부딪 힐때는 누구나 콩닥콩닥하다고. 학회에서 임원을 도맡아 했었고, 수많은 팀플에서 팀장을 맡았고, 새내기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먼저 얘깃거리를 꺼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수많은 두려운 순간 매번 번지점프를 하는 것 마냥 눈을 질끈 감았기 때문이라고. 사실은 낯을 안가리는 사람들은 어쩌면 어색함과 적막함을 단지 싫어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속단하지 말아라. 먼저 말걸었다고 그게 낯 안가리는게 아니라는 거. 그리고 그 무수한 적막함과 어색함을 누가 뚫어줄 수 있기를 그 사람도 간절히 바란다는 사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에 오고 나서 꿈을 잃어버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