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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롱 Jan 29. 2019

불합격이 싫어요

불합격의 '불'자가 내 삶을 부정당하는 것만 같아.


불합격이 싫어요







나는 불합격이 싫다.

불합격이 좋은 사람이 있겠느냐만은, 그래도 정말 정말 싫다.

불합격의 ‘불’ 이라는 단어가 마치 나의 능력과 그동안의 나의 삶을 온전히 부정당하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싫다.



어린시절, 사실 무언가에 합격하고 불합격하는 일은 나에게 그리 가까이 있는 일은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합격/불합격 그런 거를 잘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누구나 겪는다는 고3.  즉, 19살 가장 불안한 나이에 처음으로 불합격의 무서움과 두려움을 알게 되었다. 68:1 이라는 아주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나는 “에이- 내 사전에 실패란 없어” 라는 어디에서 근원을 두는 지도 모르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대학에 지원했고 처참히 서류에서 탈락했었다. 도저히 이유를 몰랐다. 내가 부정당하는 이유를. 그들이 나에게 ‘불’이라는 글자를 준 이유를. 그렇게 종합전형에서 두어개를 떨어지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 사실 쓸모 없는 인간은 아닐까? 그동안 3년동안 알고 있던, 내가 꽤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의 믿음이, 그리고 자존감이 가루처럼 부숴져서 잘게 으깨지는 듯 했다. 매번의 불합격마다 나는 엉엉 울었다. 아이처럼. (물론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나이였지만)





물론 운이 좋아서 어찌어찌 지금의 대학에 붙었기는 했다. 그 합격의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사실 그 합격이 지금의 모든 불합격을 쇄신할만큼은 미안하게도 아니다. 그때의 쓰라림은 아직도 남았고, 아직도 나를 떨어트렸던 대학을 보면 궁금증에 종종 빠지곤 한다. 그 대학은 나를 왜 안 뽑았을까?




그렇게 첫 실패가 어찌어찌 마무리 되고, 어찌어찌 대학생활을 다니면서 나는 운좋게도 지원하는 족족 붙었다. 물론 몇번의 실패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토록 바라던 다중전공도 꾸준히 성적을 올린 탓에 또 붙었다. 두둥실- 사실 합격이 나의 무언가 능력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작은 성취로 나는 기분이 참 좋았다. 그래 잘하고 있어! 나는 뭐든지 붙을꺼야!





하지만, 휴학을 하고, 두번의 대외활동에 지원을 했지만 아쉽게도 두 번 다 서류탈락을 했다. 순간든 생각은 “ 고작 우리 학과에서나 비벼볼 수 있는 스펙이구나 “ 라는 생각이었다. 세상은 넓고 잘하는 사람은 왜이리 많은지. 다른 사람의 합격했다는 서류를 보면 왜이리 짧은 시간동안 한 것들이 그리 많은지.



사실 나는 도전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라, 무엇이든지 한번 결정하기가 참 어려운 사람이라. 매번 지원할 때 엄청 알아보고 하는 편이고, 지원서도 항상 마감날 절대 시작하지 않는다. 늘 미리미리 해둔다. 붙고 싶으니까. 간절하니까. 하지만 오히려 지원서를 열심히 썼을 때, 그 실패에서 오는 타격은 더 세고 더 크다.  제길.

열심히 했는데 안되니까. 차라리 마감날 하루전날 밤새서 대충 썼다면 타격은 더 약했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봤을 때, 마지막날 3시간 동안 조졌던 서류가 붙었다는 소식을 접할때 마음은 한층 더 쓰리다. 아 난 일주일동안 무엇을 쓸지 고민했었는데… 고작 3시간만에 했던 그 서류보다 난 낮은 평가를 받았구나. 쓰라리다. 나 사실 유능한척 떠들고 다녔는데, 사실은 아무것도 할 줄 잘 모르는 무능력한 인간임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렵다. 아직도 19살때나 지금이나 실패는 두렵고, 불합격은 아프다.


이런 대외활동 하나 떨어질 때 조차 가슴이 이토록 아프고 쓰리는데. 아 취업은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숱한 불합격을 마주쳐야할텐데. 합격보다는 불합격의 수가 훨씬 압도적으로 많을텐데.. 그때마다 약해진 내 유리멘탈을 내가 지켜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성공의 그림자는 아마 숱하게 많은, 실패일지도 몰라!


얼마 전엔 내 생일이었다. 연락을 몇 달이나 못하고 있던 고등학교 친구들이 내 SNS를 보면서 진짜 열심히 산다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는 말을 들었다. 놀라웠다. 내가 잘 살고있다고? 이렇게 불안한데? 역시 SNS는 합격만 올리니까. 자랑스럽고 행복한 순간만 올리니까. 이 지독하고 아픈 이 순간들은 그곳에서는 없는 세상이니까.



그래. 아마 내가 부러워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숱한 불합격을 거쳤겠지. 그리고 행복한 순간을 SNS에 올린거니까. 내가 부러워하지 말아야지. 그것을 붙기 위해 다른 방면으로도 노력했을 것이고, 설령 내가 그사람들보다 능력이 부족하다해서 이 세상 쓸모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니까. 불합격이 쓰라리지만, 그래도 나는 내 쓸모를 알아주는 새로운 곳을 또 찾아야지. 씩씩하게.


게임 캐릭터가 한번 죽었다고 해서, 다시 리플레이 할수 없는 건 아니니까. 나도 오늘도 다시 replay 버튼을 누르면서 힘차게 장애물을 뛰어넘겠다. 그러니까 저 좀 붙여주세요~ 준비된 노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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