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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롱 Oct 07. 2019

당신에게 감옥은 어떤 이미지 인가요?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추천


당신에게 감옥은 어떤 이미지 인가요?





감옥, 잘 접하기 힘든 소재이다.


주변에 감옥갔다는 사람도 찾기 힘들뿐 아니라 뉴스에나 나오는 이야기 정도로, 감옥이라는 곳은 약간 ‘도둑놈들의 소굴’처럼 비춰지는 곳이다. 사실 뭐 틀리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통 감옥의 가는 사람은 범법행위를 한 사람들이 간 곳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깔고 간다. 처음 이 드라마의 제목도 상당수 논란이 있었던 걸로 안다. 감옥을 감빵으로 말하는 것부터, 게다가 그 감빵생활을 슬기롭게 한다고? 범죄 미화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당신이 가지고 있던 감옥에 대한 편견을 분명히 인정하면서, 동시에 죄와 인간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처음 보시죠?
감옥이라는 곳은 이런 곳이랍니다


일단, 드라마나 영화등 미디어 에서 비춰지는 감옥의 모습은 대부분, 칙칙하고 어두운 모습이며, 그 조차도 그리 잘 나타나 있지 않는다. 감옥의 입소 과정이라던가 보통 이런부분들은 생략되고, 결국 나쁜놈은 감옥을 갔다, 등의 결말에 사용되거나 혹은 감옥에 살고 있는 사람들 면회장소 정도만 비춰졌다. 그러나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슬빵’) 에서는 감옥이 소재인 만큼 아주 자세히 다룬다.




보통 감옥에 가는 일이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보니, 감옥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보여준다. 처음 입소를 하면, 구치소를 들어가게 되는데 신체에 다양한 검사를 받는다. 특히 항문검사(..)까지 하는 것은 꽤 충격적이었다. 생각보다 구치소에 들어가기 전의 단계도 많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접했다. 또한 구치소에서 형이 확정이 되고 나서 교도소로 넘어간다는 사실도, 교도소와 구치소의 차이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감옥에는 범죄자만 살고 있는 건 아니야





사실 감옥이라는 소재가 보통 다뤄지면, ‘범죄자’ 중심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슬빵>에서는 범죄자만 다루지 않는다. 바로 감옥에 있는, 근무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 다룬다. 사실 나 역시도 교도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고, 그저 감옥에 있는 투옥수들을 관리하는 사람, 정도의 이미지였다. <슬빵>에는 제각각 다양한 성격을 가진 여러 교도관들부터, 교도소장, 그리고 배식을 나누어주는 소지 등 감옥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들에 있는 이야기들을 다룬다.









끊임없는 반전과 입체적인 캐릭터 구성


나의 경우 <슬빵>을 거의 3-4일 만에 정주행을 마쳤는데, 그만큼 내용 면에서 정말 흡입력 있다. 바로 매화매화 반전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캐릭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가장 반전을 준 인물은 바로 ‘조주임(성동일)’ 이었다. 그동안 응답하라에서 나왔던 이미지, 무심한듯 하지만 따뜻하고 애정 많은 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성동일이 ‘슬빵’ 에서 주인공 ‘제혁’에게 뒷돈 3000만원을 제시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준다.



드라마 초반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제작진은 한시도 놓지 않고, 한 인물에 대해서 우리가 가진 한가지 단면만을 제시하지 않고 모든 인물이 입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어떤 사람도 늘 착하기만 하지않고, 늘 나쁘기만 하지는 않듯이, 드라마도 인물들 한 명 한 명에게 언제나 반전을, 여러가지 면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입체적 인물은 바로 주인공 제혁(박해수)이다. 대한민국의 슈퍼스타인 제혁은 시작부터 우리에게 어이없는 웃음을 종종 선사하는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당장 감옥에 투옥되어있으면서도, 집에 보일러 안꺼놓고 나온 것을 더 걱정하기도 하고, 평소 행동이 굼뜨고 느릿느릿해서 다른 제소자들이 어쩌면 무시하기도 딱 쉬운 성격을 가진 것 처럼 나온다. 하지만, 불의 앞에서만큼은 무섭게 돌진해서 ‘목동 또라이’의 진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 : ‘죄악의 평범성’ ]








" 나 사형수 봤어 지효야 "


" 어떻게 생겼어? "


" 너무 평범하게 생겼어, 그래서 무서워 ”



제혁은 처음 구치소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범죄자 소굴인 감옥에 편견을 가지고 들어갔으나 생각보다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법자’ 등 다른 사람 덕에 제혁은 가졌던 편견을 조금씩 버리게 된다.


슬빵을 보면서 가장 경악스러웠던 장면 중 하나였던 ‘비누 사건’ 은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제혁이 샤워실에서 샤워하고 있을 때 제혁에게 먼저 비누와 샴푸를 건넸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때 제혁은 그래도 감옥이라는 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는 걸 느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 구치소 내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사형수였고, 교도관들조차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나 역시 소름이 끼쳤다.



사실 우리는 범죄자를 생각할 때 어떤 얼굴, 어떤 모습을 상상하는가. 아주 흉측하고 흉악한 범죄를 일으킨 사람이니 당연히 그럴 법하게(?)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공개수배 당한 범죄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소름 돋는 것은 왠지 주변에도 평범히 있을 것 같은 인상이라는 점이다. 범죄는 특별한 사람들만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내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도, 단 한번의 충동으로도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죄악이라는 것은 특별하지 않다. 사실 어쩌면 아주 평범하고,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더욱 두려워해야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 : 죄의 습관을 씻을 수 없을까? ]






슬빵을 보면서 든 의문점 중 하나는 ‘죄의 습관은 씻을 수 있는가’ 라는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 슬빵은 씻을 수도 있고, 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 가지의 답변을 내놓는다.





장발장(강승윤)은 빵을 훔친 절도죄로 감옥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감옥에서 풀려나가기 전 사회에 잠깐 동안 나가있는 시간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장발장은, 또 한번 다른 사람의 지갑을 훔친다. 교도관들은 장발장부터 의심해 몸을 수색하려 하지만, 다른 작업 노동자분이 의심하지 말라며 막아준다. 이때 장발장의 표정이 굉장히 묘한데, 언제나 잘못을 하면 다그쳐지거나 벌을 받기만 했던 장발장은 처음으로 용서 아닌 용서를 받게 된다. 이때 들었던 생각은 마지막 풀려나가기 직전에마저 죄를 저지르는 모습에 역시 “죄를 짓던 습관은 쉽게 고쳐질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게다가 장발장은 심지어 그가 아버지처럼 생각하던 장기수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도 했다. 감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마저도 그를 욕하고 나무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수는 그를 아들처럼 용서해주어, 장발장은 마침내 도둑질하던 습관을 크게 뉘우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우리가 어쩌면 죄짓는 습관이 굳어진 것은 어쩌면 주변사람의 영향도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번도 진심 어린 용서와 사죄를 구해본 적이 없고, 그저 혼이 나거나 벌을 받는 형태였던 장발장은 그래서 그 습관을 고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죄를 진심으로 뉘우쳐 본적이 없기 때문에, 그 죄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습관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우리는 남의 실수에 대해서만큼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습관이 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구나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실수에 대한 처벌에 목말라서, 그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잊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감옥이라는 곳은 단순히 처벌의 공간이 아니라 교화의 공간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이렇게 볼 때에는 진짜 죄를 뉘우칠 만한 상황이 주어진다면, 이 드라마는 죄의 습관을 충분히 고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죄의 습관은 매우 씻기 어렵다는 사실 역시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바로 마지막 쯔음에서 반향을 일으켰던 ‘헤롱이’였다. 헤롱이는 ‘마약’을 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감옥에서 해내왔다. 끝까지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었다. 물론 헤롱이가 귀여운 행동을 해서 많은 사랑을 얻은 캐릭터 이기도 했지만, 모두들 그가 약을 진짜 끊으려는 그 행동 자체를 온 시청자가 응원했다.








한양아.. 안돼...!





그러나 유한양(헤롱이)은 감옥에서 나오자 마자 바로 약을 손댄다.

물론 죄의 습관은 씻을 수 있다. 뉘우치고 반성하면 고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드라마처럼 매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이 드라마는 경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죄를 한번 맛본 이상 그 범죄를 그만두기까지는, 완전히 새사람이 되기까지는 아주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재범이 생기고,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계속 일으키는 전과자들이 있는 것이다. 죄의 습관은 씻어내기 아주 어렵다. 이 장치를 한양이를 통해서 제작진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것




‘슬빵’을 보다보면 나쁘게만 생각했던 범죄자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고, 때로는 나쁜 인간이 아니라도 감옥에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모두가 ‘슬빵’ 에 나오는 이들처럼, 상황 때문에 감옥에 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해도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선량하게 살아가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 사람들도 감옥에 당연히 온다. 우리는 드라마가 세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꿀 수도 있다. 이런 ‘슬빵’에 나오는 범죄자를 모든 범죄자로 치환해서 생각하기에는 분명 위험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벌을 받아야할 사람들이 감옥에 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범죄자를 나쁘게만 보는 시선, 그리고 한번 죄를 지었다고 해서 죽일 놈으로 만들어버리는 선입견들은 분명 지양해야한다. 감옥은 분명 처벌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교화의 공간이기 때문이며, 누구나 범죄의 길로 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실수로, 사고로 누구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렇기에 억울하게 처벌을 받는 사람이 최대한 적어지도록, 그리고 각자 범죄를 저지른 만큼(그 양과 질이 크고 깊을수록) 정확히 벌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도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야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한마디로 줄인다면, 여기도 그래도 "사람사는 곳이다." 라는 말로 함축하고 싶다. 말 그대로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슬빵에서는 여긴 다 도둑놈들이다! 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 억울하게 들어온 ‘유대위’ 와 '고박사' 같은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감옥은 음식이 있으면 나눠먹고 자기의 것을 때론 나눠주고, 남의 슬픔에 같이 슬퍼하고, 기쁨에는 함께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제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가족의 품이 그립고, 때론 범죄를 크게 뉘우치기도 한다. 흉악범들과 절대 상종하지 않겠다던 유대위는 어느새 그들의 친구와 가족이 되어있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에는 또 다른 의미가 내포한다. 감옥안에서도 또다른 서열이 존재하고, 뒷돈이 존재한다. 또한 700억 사기를 쳐도 얼마 있어 감옥을 나가는 ‘국회의원 아들’ 이 존재하며, 성폭행범을 때려잡은 제혁은 반대로 형량을 무조건 꽉꽉 다 채워나간다. 감옥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라, 그 안에는 또 새로운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감옥을 특별한 공간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곳도 사실은 분리된 공간에 있을 뿐 우리 세계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역시 신원호-이우정 조합!  





신원호PD - 이우정작가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PD-작가 조합이다. 누군가를 희롱하거나 바보스럽게만 만들지 않고, 그 안의 우리의 따뜻한 정서를 가득 담고있는 두 분의 부드러운 웃음코드를 정말 사랑한다.




티빙은 물론,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으므로 정주행할 드라마가 필요하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마 올해나 내년쯔음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도 나온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다시 한번 신원호 피디님과 이우정 작가님의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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