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2> 리뷰
웰메이드 드라마의 기준이 다소 높은 편이다.
첫번째는 흡입력이 있어야한다. 매화 매화 긴장시키고, 다음 화가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끌어나가는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다.
두번째는 현실을 반영해야한다. 제아무리 달콤한 대사라 할지라도, 재벌가의 남자와 평범한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일명 ‘신데렐라’형 스토리는 더 이상 나에게 재미를 주지 못한다.
하지만 흡입력과 현실성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은 웰메이드 드라마가 있기에 당신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얼마전 시즌 2로 종영된 <보좌관> 이라는 드라마다!
[ 너무나 드라마틱한, 그러나 너무나 현실적인 ‘정치’이야기 ]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 효능감(유권자가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이 낮은 나라 중 하나다. 내가 뽑은 정치인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보좌관>을 보면서 얼마나 한 정책이 실효되기까지의 과정이 고달프고 힘든 지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모두가 동등하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다. 대부분, 한쪽은 이익을 한 쪽은 손해를 보기마련이다. 이럴 경우, 서로의 이익이 걸린 문제다 보니 힘이 약한 쪽의 의견이 묵살되기 쉬운 것이다. 또한 한 법안을 만들 때 다른 법안과 충돌하지 않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온갖 태클은 견디고 견뎌야 하나의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다. 보좌관은 이런 과정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시즌 1에서는 국회의 이야기가 중점적이었다면, 시즌 2에선 송희섭의원이 법무부장관이 되면서 검찰로 다루는 이야기의 범위가 더욱 커진다.
보좌관은 또한 현실 정치의 어두운 단면 역시 가감없이 드러낸다. 정경유착 비리부터, 비자금문제 등 권력을 가진 자들이 더욱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한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특히 주진화학 사건과 고석만 보좌관 사건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사람이 얼마나 비열해질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다. 또한 이런 비슷한 방식으로, 피해를 봤을 수 많은 약자들이 내 주변에 숨쉬고 있다는 것이 때론 화가나기도 했다.
[ 보좌관이 여성을 풀어내는 방식 ]
이 드라마의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다. 보통 그동안 정치드라마에서 여자 캐릭터들은 많이 소외되어 있을 뿐 아니라, 캐릭터의 비중도 굉장히 적었다. 그러나 보좌관에서는 여성 캐릭터들의 비중이 결코 남성 캐릭터에 비해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남성들도 해내지 못한 부분들을 해내는 모습도 보여준다.
첫번째는 바로 강선영 의원(신민아) 이다. 사실 시즌 1에서는 초선의원의 한계가 많이 보였다면, 시즌 2에서는 더욱 강력하게 돌아왔다 특히 시즌 2에서 강선영 의원이 아버지와 송희섭 장관의 비리가 연결되어 있는 문제에 닥치게 된다. 그때, 비리와 연루된 사실을 밝히게 되면 자신의 의원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자칫하면 정치적 생명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이 순간, 나는 이 사실을 덮고가나?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녀는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족의 치부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어쩌면 이정재도 시즌 1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강선영의원이 오히려 대의를 위해서 옳은 선택을 하게 되는 모습은, 작가와 감독이 얼마나 강선영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있는 지 충분히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두번째는, 윤혜원(이엘리야) 보좌관과 이지은(박효주) 보좌관이다. 두 보좌관은 각 국회의원실의 브레인으로서 완벽히 활약한다. 특히 윤혜원 보좌관은, 마지막에 장태준(이정재)이 검찰에 끌려가야 하는 상황에, 모든 것을 대신 책임지겠다며 대신 검찰 조사를 받으러 들어간다. 흔히 ‘의리’라는 것은 대부분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기존 드라마의 틀을 깨고, 여성의 의리를 보여준다. 시즌 2에 처음 등장했던 이지은 보좌관 역시, 아이를 막 출산하고 온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더 의원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서 여성 캐릭터의 수와 비중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편인데, 보좌관은 정치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남성 국회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국회이야기), 비교적 여성캐릭터의 수와 비중을 지켰다고 생각했다.
[ 빈틈없이 완벽한 캐스팅과 조화 ]
보좌관은 정말 초호화 캐스팅이기도 했다. 연기 구멍 하나 없이 완벽한 조합이었다. 주인공인 이정재씨는 더 이상 이정재가 아닌, 장태준 그 자체였다. 또한 신민아씨의 연기력도 다시 봤다. 그동안 사랑스럽고 예쁜 이미지가 강했다면, 보좌관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칠 뿐 만아니라, 정말로 딕션이 좋다고 느꼈다. 실제로 당 대변인으로 나왔을 때는 tv에 신민아씨가 그냥 당 대변인으로 나와도 모를 것 같이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신선한 연기자들의 발견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엘리야씨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차분하면서도 그 안에 심지가 곧은 윤혜원 보좌관의 연기를 누구보다 잘 해냈다. 그리고 아이돌 출신이라 걱정했던 동준의 연기 역시 나름 괜찮았다. 박효주씨 역시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가장 연기의 정점을 찍은 배우는 당연 김갑수 배우다. 김갑수씨의 연기력은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뼈저리게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악역을 잘하시면서, 그동안 왜 착한역만 하셨나요 ㅠㅠ) 비열하고 치밀한 ‘송희섭’을 감히 김갑수씨 말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진짜 평소에는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능글능글 맞는 역할이나, 자신의 이익을 건드리려는 놈이 발견되었을 때는 거침없이 달려들고 숨통을 끊어놓는 ‘뱀’과 같은 정말 잘 표현해냈다. 특히 김갑수씨의 전어 먹는 씬은 가히 압도적이다. 눈빛도 그렇고, 속을 읽을 수 없는 멘트까지도. 시즌 1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송희섭 장관은 낯 한번 변하지 않고, 나쁜 일을 서슴없이 해낸다.
[ 목적을 위해서 수단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 ]
시즌 1에서 장태준(이정재)이 이성민의원이 있었던 성진시의 공천을 받게 됨으로써 나름의 흑화(?) 를 한다는 결말로 끝나, 궁금증을 일으킨 채 끝이 났었다. 그러나 시즌 2는 오히려 독기를 품고 법무부장관이 된 송희섭을 물어뜯으려는 고군분투를 담게 되었다.
보좌관을 보면서 끊임없이 들었던 의문은, 바로 목적을 위해서 수단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에 대한 물음이었다. 장태준은 시즌 1에서 힘을 가져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고, 받아서는 안되는 잔을 때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물론 그가 늘 옳지는 않았지만, 사실 시즌 1을 보면서 이정재의 의견에 상당수 많은 공감을 하기도 했다. 결국 세상에서 힘을 가지지 않으면, 나에게 발언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약자가 또 약자가 되는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즌 2에서는 완벽히 그 이야기에 대해서 반박을 하는 과정이었다. 수단이 정당하지 않으면, 그 방향성이 결코 올바르게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렇다면 처음부터 방향이 옳지 못했던 사람과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이성민 의원과 고석만 보좌관의 두 명의 사람을 잃고, 이정재는 진정으로 마시지 말아야 했던 술의 대가를 톡톡히 치룬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작이었던 정치는, 수단이 목적보다 앞서게 되면서 방향성이 사라진다.
시즌 2에서는 자신이 만들었던 과오들을 돌이키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완벽하지 못한 방법을 썼지만, 본인이 만들어 놓은 것을 제대로 돌려놓으려는 고군분투를 보면서 가슴 한구석이 찡했다. 당신도 역시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보좌관을 한번 보시길 바란다.
[ 조금은 아쉬웠던 점 ]
그러나 완벽한 드라마가 없듯,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 있다. 먼저, 흡입력이 강한 스토리인 것 맞지만, 시즌제 특성상 한 시즌이 그렇게 길지 않다보니 전개 속도가 미치게 빠르다. 이것이 동시에 양날의 검처럼 다가왔다. 빠른 전개로 초반에는 흥미진진 했으나, 지나치게 빠르고 내용의 강약조절이 없이 강강강강 이런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한 8화쯤에는 “이러다가 송희섭 장관 잡기전에 이정재 신민아가 먼저 죽겠다” 싶었다. (ㅋㅋ) 티키타카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때론 버겁게 느껴졌다. 시즌 1에는 그나마 고석만 보좌관이 웃긴 캐릭터를 맡아서 속도감에 약간 브레이크를 주는 강약조절 캐릭터가 있었지만, 시즌 2에는 할 말과 할 일이 많았는지 쭉 달리기만 한다.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건 윤혜원 – 한도경 사이의 약간의 러브라인 뿐이었다. 가뭄에 콩나듯 나오던….
[ 결국은 보이지 않지만, 세상을 바꾸는 작은 '빛'들의 이야기 ]
이 드라마의 가장 명장면 중 하나는 바로, 마지막 장면이다. 송희섭 장관을 세웠던 방식 그대로,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대가로 다시 송희섭 장관을 장관직에서 물러나게한다.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돌려놓는 수미상관 구조였다. 게다가, 이제 모든 자신의 과오를 돌이키고 새 시작을 할 줄 알았던 장태준(이정재)은 반대로 의원직을 완벽히 내려놓는 점도 멋있었다.
또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바로 송희섭 장관의 운전기사였던 전진기씨다. 바로 내부고발자에 의해서 세상이 제대로 돌아오게 됨을 보여주었다. 사실은 세상의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넘어가는 사람들이 아닌 << 잘못되었다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소시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고 어둠으로 가득찼던 송희섭 - 성회장의 카르텔은 그렇게 작은 빛들이 모여서 밝게 비추면서 쓰러트렸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본 정치드라마 중 가장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였고, 대통령이 장태준을 보좌관으로 스카우트하게 되면서 시즌 3의 기대감도 증폭시켰다. 이번 연말, 흥미진진한 정치드라마의 세계로 빠지고 싶다면, <보좌관>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에서도 방영을 해서 더욱 더 접근성 면에서 훨씬 편해졌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미드 처럼 시즌제 드라마들이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 이렇게 속도감 있는 전개들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10화의 장태준의 나레이션을 마지막으로 전한다
6g 무게
스스로 견딜 수 없는 인생의 무게가 있다. 그들의 무게를 짊어지고 걸어야한다.
이제 그 책임을 지어야 할 때다. 하나의 빛이 모든 밤을 밝힐 순 없다. 짙어지는 어둠에 때론 어둠으로 맞서야 한다. 그 위태로운 어둠 속에서 빛을 잃지 말아야한다. 다가올 새벽을 기다리면서 끝없이 빛을 비추어야 한다. 내가 가야할 길을 오직 하나다.
우리가 더욱 사회를 비추는 작은 빛과 같은 역할들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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