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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ILLUSTRATOR Feb 08. 2024

관계

한 때 끊어버리려고 애썼던.

두 시간 후에 일을 하러 가야 한다. 아주 오랜만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조금은 내게 여유가 생긴 것이다. 지난 세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난 ‘상황’에 빠져 허우적댔다. 별안간 전세금을 주지 않는 집주인 덕에 난 굉장히 큰 혼란에 빠져 이에 대응하고자 정말 뼈를 갈아 넣어 준비를 해오고 있다. 어떤 일을 하다가도 그 생각이 떠오르면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지고 내 손은 다급하게 정보를 찾으러 스마트폰을 두드리고 내 눈은 빠르게 그걸 캐치하고 머리는 점점 복잡해졌다. 괴로운 일이 내게 터진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난 내 인생에 불행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나의 어떤 행동이 그 실마리에 불을 지폈는지 곰곰이 살펴봤다. 의외로 답은 쉽게 나왔다. “조급함”.

그 집을 구하러 갔을 때 난 시간이 없어 바로 계약을 했고, 굉장히 불안한 마음으로 의심을 품으면서도 ‘에이 설마… 괜찮겠지.‘ 하며 안 좋은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에 부정하며 마음에 단도리를 쳤다. 이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 혼자만의 깊은 생각 끝에 이 정도 생각했으면 됐다 하며 결단을 내리고 행동에 옮긴 덕에 불행한 결과를 낳았다.


늘 결과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직관을  따랐던 섣부른 결정에도 나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의외의 기쁨을 경험하는 순간도 맞았다. 하지만 그때에는 항상 나 혼자가 아니라 곁에 내가 책임져야 할 대상이 있었다. 그렇기에 난 무의식적으로 잘 될 거라는 확신을 마음에 품고 그 일을 임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혼자의 자각이지만 나로 인해 영향을 받을 누군가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나의 의식이 확장되어 생각과 행동의 범위가 넓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나 혼자만의 일은 어떻게 되는 큰 상관없다는 인식이 내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 안 끼치는 삶을 살려고 애썼지, 정작 내 몸을 혹사시키는 것, 조금 손해 보고 사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 습관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내 자식을 아프게 하는 것은 눈을 부릅뜨고 대항하면서 왜 나 자신은 그렇게 보호하려 하지 않았을까. 그 모든 결과는 결국 내 주위 사람들의 아픔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결국 내가 잘 되어야 그들도 마음이 편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벌린 일이 내 손에서 끝나지 않으면 내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 또한 그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되니까. 평소 나답지 않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용기를 내서 하게 되었고, 귀찮은 요청에 결국 응답을 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어울려 사는 게 맞다는 것도 다시 깨달았다.


한 때,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어려워 다 차단하고 싶어 그렇게 살았었다. 한동안은 주변이 조용해지고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 듯하는 데 그때 착각에 빠졌다. 인생은 언제나 고독하고 이걸 받아들이고 적절하게 행동하며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이다라고. 새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도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친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럴수록 내 오래된 관계가 더욱 그리워졌다. 학창 시절 친구들, 가끔이지만 오래 연락하고 지내던 지인들. 남은 건 정말 공허함 뿐이었다.


요새 나는 친구들에게 다시 연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나를 보며 어떤 친구는 ‘이제야 아쉬운 마음이 생긴 거냐’며 비꼬기도 했지만 인정한다. 소원해진 관계를 다시 완전히 회복할 수 없고 각자의 삶이 많이 변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기억 너머 어딘가에 남아있고 이게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점점 깨달으며 소중히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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