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8일 ‘금발의 폭격기’가 한국에 상륙했다. 과거 우리나라 골망을 터트린 스트라이커가 이번엔 감독으로 돌아왔다. 클린스만은 입국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전략부재에 관한 우려에 대해서 “공격 축구를 선호한다…빌드업 축구의 연속성에도 흥미가 있다”라는 한편 “한국 상주는 당연”하다며 재택근무 논란을 일축했다. ‘SNS 사임’ 사태에도 “변명 없는 실수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것”이라고 반성했다.
곧바로 3월 평가전이 다가왔다. 2023년 3월 24일 콜롬비아전과 28일 우루과이전에서 각각 무승부와 패배를 기록했다. 시간이 부족했던 클린스만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멤버를 거의 동일하게 채택했다. 수비 집중력이 다소 흔들렸다는 아쉬움 뒤로 매서운 공격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6월 평가전은 시험대였다. A매치 주력 선수인 손흥민이 탈장 수술을 했고 김민재는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김영권·조유민·권경원 등도 부상으로 빠졌다. 뉴페이스만 9명을 기용한 클린스만은 지휘력을 증명해야했다. 결과는 2023년 6월 16일 페루전 패배, 20일 엘살바도르전 무승부였다. 선수 개인만 돋보였고 팀 색깔은 찾을 수 없다는 진단이 잇따랐다. 클린스만은 “색깔을 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항변했다.
9월 평가전엔 비상이 걸렸다. 2023년 9월 8일, 웨일스와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이 났다. A대표팀 감독 중 데뷔 이래 ‘5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초유의 기록이 쓰였다. 아시안게임에 차출된 이강인을 제외하고 유럽파 최대 전력을 모두 기용했으나 공격력마저 흔들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13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무승 행진을 끊어냈으나 “승리 당했다”는 냉소가 팬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