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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스 플레이스 Oct 30. 2022

미니멀리즘의 얼굴

미니멀리즘 시리즈 1


미니멀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미니멀한 것일까.

빈 방에 의자 하나만 두면 미니멀일까.

일말의 장식도 허용하지 않는 것일까.

모두 비우면 미니멀일까.


미니멀디자인 욕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천장에서는 몰딩이 사라지더니  필요한 펜던트를 제외한 모든 조명이  속으로 숨어버렸다. 싱크대에서도 붙박이장에서도 손잡이가 사라졌다. 붙박이장에서 몰딩이 사라지고 문틀에서도 문선이 사라졌고 항상 세면대 위로 튀어나와있던 수전들도  속으로 들어갔다. 휴지걸이, 거울과 수납장도  속에 매립되었다.



형태적 미니멀


20세기, 강철과 플라스틱  새로운 소재와 기술의  만나 유기적이고 다양한 창의적인 형태들이 대거 등장했다. 기술의 도움으로 기존의 재료들과 새로운 재료들이 힘을 더하고 빼면서 아름다운 작품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미니멀 디자인은 이미  당시에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어나다. 디자인적으로   이후로 그다지 놀랄만큼 발전한 것은 거의 없어보인다.


대신 디자인 안에 발전된 기술이 들어가 더욱 기능성이 향상되었고 기능성만 있던 것이 더욱 디자인적이 되어 범위의 확장을 이루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더 쉽게 미니멀리즘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디 앨런 감독 SF 영화 <슬리퍼>(1973)의 한 장면



기술은 디자인을 원하고 디자인은 기술은 원한다


역광인 상태에서 백자 1개와  똑같은 백자 모양 가습기를 창가에 두고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멀리서는 그 둘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가까이 다가가  본다. 둘 중 하나는 백자의 주둥이가 평평하게 막혀있고 아주 작은 동그라미가 그려져있다. 그것을 터치하니 버튼 주위에 얇은 파랑 불빛이 들어오고 가운데 작은 구멍에서 일정량의 수증기를 뿜어낸다. 백자의 형태 안에 기술이 담긴 것이다.

도자기 모양 안에 이러한 기술을 넣을 수 없었다면, 디자인적 욕구가 없는 기능품이었다면 이런 미니멀 제품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점점 더 기술은 디자인을 원하고 디자인은 기술은 원한다.

후카사와 나오토 디자인 MUJI 가습기_ MoMA(뉴욕 현대미술관)소장품


대표적인 예가 아이폰이다. 아이폰 1세대의 형태를 보자. 전원이 꺼진 상태의 아이폰을 보면 형태적으로는 둥근 사각형의 물체다. 그것을 손으로 쥐었을 때의 무게감과 볼륨감은 사용자로 하여금 굉장한 만족감을 느끼게한다. 손에 쥐었을  가장 좋은 커브의 상태, 모서리를 얼만큼 둥글게 해야 할지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확인했을 것이다.

전원을 켜보면 액정 전면이 모두 화면이 되고 우리가 아는 엄청난 기술들이 담겨있다. 이러한 디자인을 해내려면 엔지니어적 지식과 접근법이 동반되었을 때 가능하다. 쉽게 말하면 디자인 엔지니어가 만들었을  가장  창작될  있는 것이다.


아이폰 1세대


특히 가전 분야의 경우 기술이 형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때에는 모두 형태 위로 올라와야 했다. 터치나 플렉서블, 나노, 무선 등 첨단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 안으로 모두 숨어들어갈 수 있었다.

선풍기에서 날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기도 하고, 벽걸이나 스탠드여야만 했던 에어컨도 천장 속으로, 공기청정기도 천장이나 창호의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주방 필수품인 후드도 천장 매립형, 필요할 때만 위로 올라오게 하는 다운드래프트형, 인덕션 일체형으로 변신했다. 식생활이 다양해지면서 점점 커져가던 냉장고도 빌트인화되어 주방가구와 폭을 맞추어 플랫하게 자리한다. 미니멀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이테크가 필수다.


숨기 바쁜 주방 후드의 진화.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미니멀의 또다른 이름 ‘럭셔리’


럭셔리 주택, 명품 가전 브랜드, 럭셔리 자동차 등 럭셔리를 표방하는 대다수는 이미 미니멀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다.

최고급 마감재를 입은 미니멀 디자인을 들여다보면 최고급 기술력이 들어있다. 그 하나하나 안에는 단순한 형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많은 인력과 에너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결국 기술력, 자본, 시간과 에너지의 응축으로 미니멀이 완성된다. 그렇기에 미니멀은 럭셔리가 되었다.

인테리어에서도 미니멀 디자인은 다른 시공에 비해 더 까다로운 공정을 거친다. 기계적인 형태들은 모두 벽 속, 가구 속으로 들어가고 보이지 않아도 작동해야 하므로 매립되는 것은 모두 기술적인 부분이다. 미니멀 인테리어에서 모든 공정이 끝나면 선과 구조적 형태만이 남겨진다.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이 형태들은 다른 눈길을 끌 장식요소가 전무해 마감 디테일이 모두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세밀한 기술력을 요하고 더 많은 밑작업이 동반된다.

그래서 미니멀 인테리어에서는 특히나 디테일의 퀕리티가 전부가 된다.


디테일 퀄리티가 전부인 럭셔리 미니멀 인테리어.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가질 수 있는 너_작품으로써의 미니멀


2000 들어서면서 한국을  오랫동안 점령했던 북유럽 디자인은 이제 동양의 미를 포함한 미니멀 디자인으로(거의) 대체되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 인테리어 유행의 포인트는 화이트 컬러, 아치, 간살도어, 내추럴 우드, 포세린타일, 매입조명, 무몰딩, 그리고 ‘그림으로 대변된다.


미니멀은 장식을 배제한 것이지만 그림은 미니멀 인테리어 안에서 그림을 거는 것은 장식이라기보다는 미니멀 인테리어의 성격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는 아이콘으로 작용한다. 물론 모든 장르의 인테리어에서 예술 작품은 훌륭한 오브제로써 자리한다. 따라서 미니멀 디자인에서는 추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 모던 예술 작품들이 선택된다.


그리고 미니멀 인테리어에는 당연히 실용품 자체가 작품으로써 공간안에서 예술적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의자나 테이블, 조명, 가전이 많은데 주로 20세기에 활동했던 대표적인 건축가, 산업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다. 그중 상당  제품들은 MoMA 소장되어 예술 작품으로 대우되지만 지금도 수작업이나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대중들도 충분히 미니멀리즘 작품을 소유할  있다.


(좌)장 프루베의 안토니체어와 세르주무이 플로어 스탠드 (우)디터람스의 비초에  606 선반시스템.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지속가능한 미니멀


기후변화 이슈는 인류 모두에게 직면한 어려운 숙제다. 사회는 코로나시대를 통과하면서 많은 해결책을 모색하고 제도를 바꾸고  속도을 높이고 있다. 미니멀은 태생적으로 산업화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정책이 바뀌면 산업은 이를 따르게 되고 친환경적 산업 시스템으로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있게 된다.


많은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소재,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기 위해 일부 혹은 전부 재료를 바꾸거나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낮추기 위해 공정을 바꾸는 등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끔 억지로 친환경 이미지를 넣으려고 하는 광고가 보일만큼 모두가 최대한 친환경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조금 비싸도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미니멀 디자인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미니멀은 본질만 남기다보니 꼭 필요한 기능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디자인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친환경과 닿아 같이 움직인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한동안 미니멀 디자인 제품들을 마주할 확률이 높아보인다.

사진출처ESG포털KRX




진화하는 미니멀


인공미 넘치는 미니멀 세상이 자연과 직접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며 진화하 있다.

인공적인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진짜 자연을 그대로  들여오고자 한다. 진짜 나무를 통으로 세워넣어 기둥인듯 오브제로 사용한다든지 아주  석벽을 침대 헤드로 사용한다. 훨씬 과감하고 훨씬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들여오고 이것을 디자인적 요소로 쓰고 있다. 돌을 사용하는 경우에 실제 암석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부분만 포인트로 거친 면을 그대로 노출시킨다든지  전체가 암석인듯하게 시공기법을 사용해 연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큰 암석 중간을 투명 유리로 막아 마치 돌이 외부에서 내부로 뚫고 들어오는  하게 연출하는 디자인도 있다.  


자연과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미니멀.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It’s minimal


미니멀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장르다.

결국 미니멀은 아름다울 때 ‘미니멀하다’라고 불려질 수 있다.


아무리 비우고, 본질만 남겨두고, 장식이 없어도,

아름답지 않다면 미니멀이라 부르지 않는다.



공간 안에서 유기적 관계성을 지니면서 제기능을 다하되 아무런 장식 요소 없이 홀로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워야 한다.

기본으로 전체가 되는 것. 그것이 미니멀이다.




이번에는 형태로써의 미니멀리즘에 대해 얘기해보았다. 다음에는 [미니멀리즘의 야망]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읽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by J's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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