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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스 플레이스 Dec 12. 2022

아이콘이 된 '문(門)'의 메커니즘 1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 깨기 시리즈 여섯 번째_도어 인테리어

무문선 도어, 간살 도어, 중문.

언젠가부터 꼭 해야만 할 것처럼 생각되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문(門)이 중요하게 되었을까.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문은 벽이면서 통로다. 벽으로 구획된 공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휴먼스케일을 고려한 적절한 크기의 열고 닫히는 단순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판이다.

문은 벽이면서 통로이다 보니 벽이 되어야 할지, 통로로써의 표시를 해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문 자체로 강조되고자 하면 주위 벽면의 디자인을 아우르면서도 포인트가 되는 특색이 실려야 한다. 반면 벽이 되기를 바라는 문은 벽과 최대한 일체화되어야 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무문선 도어처럼 말이다. 



문 없애기 대작전


미니멀 인테리어가 정답이 되어버린 요즘의 벽은 그저 빛의 움직임에 따른 공간의 변화를 느끼게 하도록 최대한 모든 힘을 빼야 한다. 그런데 중간중간 그걸 끊어버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문선이다. 문은 없앨 수 없으니 경계를 짓는 문선을 없애는 것이다. 그 결과 벽은 더 길어 보이고 높아 보이게 되었다. 미니멀한 영역이 확대된 것이다.

무문선 도어가 완성되었지만 문이 잘 열리기 위한 3mm 정도의 유격이 라인으로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그 라인의 개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문지방은 사라졌으니 문이 바닥까지 내려와 하단의 가로 라인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문 위쪽에 생기는 가로 라인이다. 이걸 없애려면 문 상부의 인방을 없애고(가능한 경우) 높이를 키워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의 이점은 두 가지다. 

첫째, 두 개의 세로 라인만 남길 수 있고 천장고가 높아 보이는 효과는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둘째, 기존보다 큰 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천장고는 2400mm를 기준으로 이보다 약간 높은 곳도 낮은 곳도 있다. 그렇다는 얘기는 문의 높이는 이 높이보다 낮거나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높이를 해제하고 문의 높이를 더 키우려면  준천장을 모두 들어 올려야 한다. 

문이 크다는 것.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템버 보드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벽면 모두를 템버보드로 시공하고 도어도 같이 마감한다. 이때 템버 보드의 요철 부분이 자연스럽게 손잡이 역할을 한다. 이 경우 어디가 문인지 진짜 헤맬 수 있다. 템버 도어 역시 효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절대 임방이 있어서는 안 된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한 번에 열리는 구조로 만든다.

템바보드를 활용한 히든도어와 무문선 도어.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미니멀 도어를 완성시키는 히든 손잡이


전기자동차와 컨셉카에서 보이는 히든손잡이.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무문선은 문의 테두리가 없이 벽과 면이 플랫하게 이어진다. 문이 열리기 위한 3mm의 유격이 라인이 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치장이 없다. 이것이 문인지 디자인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도어 핸들의 유무다. 이 경우 손잡이는 최대한 심플해야 하고 최대한 문 디자인에 흡수되어야 한다. 당연히 도어 핸들도 변해야 한다.


테슬라를 처음 봤을 때 외관 디자인에서 나의 눈을 끈 것은 숨겨진 도어 핸들이었다. 미니멀 디자인을 위해 전기차나 콘셉트카에서는 히든 손잡이를 선택한다. 마찬가지로 미니멀 도어에도 이와 같은 히든 손잡이가 적용된다. 잠금의 의무가 없는 도어는 히든 도어클로저를 사용해 아예 손잡이를 달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제 무문선 도어라는 개념을 넘어 미니멀 도어라고 불려야 할 때다. 


미니멀도어를 완성하는 히든 핸들과 히든 도어클로저.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이 모든 것이 무엇을 말해주는가. 기존의 문이라는 것이 보기에 뭔가 정돈되지 않은 거추장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제각각인 높이와 크기로 벽을 분할하는 문 대신, 긴 벽이 이어진 것처럼 보이길 원한다. 무몰딩과 무문선의 숨겨진 욕망은 바로 이것이다. 고급스럽게, 넓어 보이는 것. 




미니멀이지만 간살은 포기 못해


옛날옛날 '아트월'이라는 말이 있었다. 집의 포인트가 되는 치장을 한 특정 벽면을 말한다. 지금 보면 유치하지만 당시에는 대부분 인테리어를 할 때 꼭 챙기는 부분이었다. 

간살 도어가 바로 그 아트월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본다. 모든 벽과 바닥에서 몰딩을 없애고 장식을 없애고 중성적인 컬러만을 사용하면서 선과 빛으로 유지하는 미니멀 그 자체를 추구하지만, 뭔가가 필요하다. 장식성이 없으면서도 장식이 되는 무언가가.

이때 간살 도어가 들어가면서 집 전체의 포인트가 되어 분위기를 정리해주는 기능을 한다. 간살 도어가 일종의 아트월이 되는 것이다. 아트 도어쯤 되려나.

여러 위치에 적용된 간살도어.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간살 도어는 말 그대로 등간격을 둔 살대로만 이루어져 있어 문으로써의 기능은 없다고 보면 된다. 냄새도, 소리도, 빛도, 시선도 차단하지 못한다. 파티션의 역할 이라보면 딱 맞다. 공간을 나누었다 열어주는 파티션인 것이다. 

다 막혀 있는 문은 안쪽이 궁금하지 않다. 약간만 보이거나 가려진 문은 부정확한 내부의 실루엣을 만들어 왠지 내부가 궁금해지게 만든다. 보이지만 다 보여주지 않는 문. 하지만 역시 문이다. 빛도 소리도 냄새도 모두 통과되지만 들어가려면 직접 열어야 하는 안과 밖의 연결통로다.


포인트 도어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일단 크기가 어정쩡해서는 안된다. 간살은 살대의 세로 라인이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즉 세로 라인이 더 높고 길어 보여야 의미가 있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나 디자인적 이유가 있는 경우만 가로 살대를 최소한으로 넣고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를 키워야 한다. 유리를 넣어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무게가 상당히 나가기 때문에 목재도 가능하지만 크기나 용도, 살대의 개수 등 여건에 따라 철제를 사용하고 여닫이가 아닌 슬라이드 방식을 취한다.


간살 도어의 적용 위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침대가 들어가는 방을 제외한 모든 문에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현관 중문, 베란다로 나가는 문, 안방과 마주 보는 방 사이의 좁은 복도를 막아 거실과 분리해주는 파티션 역할의 문, 거실과 주방을 나누어주는 중문, 파우더룸이나 드레스룸의 문, 안방의 욕실 문, 서재의 문, 세탁실 문 등 어디라도 설치할 수 있다. 



젠 스타일의 '간살'과 조선식 '문살'


간살 도어는 일본의 젠 스타일 도어 디자인이다. 간살 외에 같은 사각 패턴의 등간격 살도 있다. 일본의 간살 도어는 최대한 세로의 라인을 강조하기 때문에 휨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가로 살만 넣거나 없앤다. 간살은 도어에만 사용되지 않고 창살이나 창 밖에 두어 시야와 채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식 문살은 그에 비해 세로 라인이 강조되지 않는다. 문의 길이가 그렇게 까지 길지 않은 경우도 많고 간살과 마찬가지로 세로로 일정한 간격의 세로 살이 들어가지만 문의 크기와 설치된 집의 권위에 따라 가로 라인이 3개에서 7개까지 겹쳐져 중간중간 격자 칸을 만든다. 비교해보면 평소 관심이 없었어도 한국의 문살이 간살 도어와 매우 다른 느낌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젠스타일 간살디자인. 사진출처 핀터레스


그런데 이 가로 라인 몇 개를 더 넣는 것을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다. 고압적이면서 시원하게 뻗은 세로 선이 강조된 일본식 간살 도어를 더 선호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본 젠 스타일의 문과 창에 사용되는 살의 간격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패턴을 보인다. 반면 한국의 문살은 세로보다는 격자 디자인이 많고 오행의 원리에 따른 여러 가지 기하학 형태의 다양한 패턴을 보인다. 간살이 한국식 인테리어 디자인이 아님에도 한옥을 내세우는 상업 공간에 가보면 대부분 간살 도어가 설치되어있다. 미니멀과 젠 스타일은 사실상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전 세계의 미니멀 디자인에서 젠 스타일은 곳곳에 묻어난다. 이제는 굳이 일본 스타일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퓨전이라 해두자.


한국식 문살 디자인.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다음 편에서는 아이콘이 된 문(門)두번째 시리즈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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