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없이 새 집 살기 시리즈 첫 번째 _ 우리 집 바로 알기
경기 침체, 고물가와 더불어 부동산 폭락이라는 헤드라인이 비일비재하게 쏟아진다.
현실적으로 이사를 가려니 살고 있는 집을 빼야 하는데 요즘은 그도 쉽지 않다. 사고 싶은 집의 매매가를 보니 작년보다 가격은 내려갔지만 내 집 가격도 내려간데다 높아진 대출 이율에 선뜻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 어디까지 가격이 내려갈지도 불안하다. 수요는 있으나 꽁꽁 묶여있는 상황이다.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필요한 것들도 많아지기만 하는데 집은 이사 왔을 때보다 좁아진듯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년, 부동산 가격은 내려가고 고금리와 스테그플레이션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사를 고려할 때 보통은 비슷하거나 좀 더 큰 평수를 생각하는데 집값이 떨어져도 거주하고 있는 집의 매도와 높은 대출 이율 등의 허들 때문에 결정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가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주택을 매수하고 매도하면서 발생되는 세금과 대출 부담, 이사비용, 인테리어 비용, 부동산 비용 등 지출되는 금액이 상당하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의 입지가 가치가 있고 생활하기 편리하다면 근처의 집들을 알아보아야 하는데, 매매 상황은 비슷비슷하다. 혹시 현재 우리 집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금전적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만일 리모델링을 통해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대한 불편함을 없애고 신축보다 쾌적한 집을 가질 수 있다면, 지금 시기에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
필자의 클라이언트의 경우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고심을 하다가 살던 집을 한 번 더 고치기로 마음먹고 의뢰를 해왔다. 시장이 불안한 침체기로 들어간 상태에서 낮은 가격에 집을 팔고 옾은 이자를 감당하면서 차액을 얹어 집을 사기 보다는 잠시 시간을 벌기로 한 것이다. 지금 집이 팔리기를 기다렸다가 얼마의 금액을 더 지불하고 집을 구매하고 또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들의 합과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다시 인테리어 했을 때의 효과와 비용을 계산해서 비교하고 결정했다고 한다. 기존 집을 고치는 경우다 보니 모든 인테리어가 그렇지만 본인들이 원하는 개선사항을 충족시켜줄 디자이너의 공간 솔루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거주하고 있는 공간인만큼 그에 대한 많은 인사이트를 가졌을 수밖에 없다. 클라이언트의 집은 지은 지 30년이 넘어가는 아파트였고 거실 확장이 된 상태의 40평 대지만 답답한 구조의 특성을 가진 평면이었고 고층이어서 채광은 좋은데 반해 집이 추운 경우여서 리모델링을 통해 변신할 수 있는 요건이 많은 경우였다.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 깨기 시리즈]를 통해 생각을 바꾸면 공간이 얼마큼 달라질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살던 집을 리-모델링해서 큰 효과를 보고 싶다면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집을 매매하지 않고 리모델링을 한 것에 대한 매리트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를 계획할 때 흔히 하는 가장 첫 번째 실수가 인테리어 플랫폼을 뒤적거리는 것이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은 규모다. 그런데 처음 하는 일이, 나의 니즈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남의 니즈를 들여다본다?
앞뒤가 바뀐 거다.
그럼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
나 혹은 우리 가족의 생활 패턴을 고려했을 때 살고 있는 집이 어떤 점이 편리하고 불편했는지 먼저 돌아보는 것이다. 그동안 살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 살면서 만족했던 점을 적는다. 그리고 이사한다면 어떤 집으로 가고 싶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적는다. 그렇게 하나씩 적다보면 내가 어떤 집을 원하고 무엇이 교정되길 바라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진단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지금과 비슷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큰 변화는 필요하지 않다. 뭔가 새로운 삶이 필요하다면 이렇게 해야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수 있다.
살던 집을 고치는 경우뿐만 아니라 모든 인테리어의 가장 첫 번째 액션은 바로 이것이다. 현재 공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거주자다. 그리고 거주자의 스타일, 생활 패턴, 니즈에 따라 그 내용은 매우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이렇게 적고 보면 우리 가족에게 혹은 나에게 필요한 공간의 모습을 구체화할 수 있다. 스타일은 그다음이다.
'집'은 '삶을 사는' 곳이다. 집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마인드'와 '현재'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현재는 미래를 만들어낸다. 집은 그런 곳이다. 미래를 만들어내는 곳. 그런데 여러 이유로 인해 내가 지향하는 삶이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방해받고 있었다면 당연히 현재 공간에 대한 점검이 가장 우선 순위의 액션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적어두고 읽어보면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우선순위도 정할 수 있다. 고민만 하며 플랫폼 뒤적이는 것은 그만두자.
이제 진단 결과를 분석할 차례다. 분석을 할 때에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적어본다. 첫째, 만족스러웠던 사항은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이 부분은 리모델링을 하면서도 침범받지 않도록 한다. 둘째, 불편했던 사항은 개선시켜야 할 것이다. 하나하나의 항목마다 개선 방법을 적어본다. 추웠다면 단열을, 좁았다면 넓힐 수 있는 방법을, 어두웠다면 밝게, 동선이 복잡했다면 동선의 정리,라고 적어볼 수 있겠다.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셋째, 만족 사항의 유지와 불만족 사항의 개선을 아우르면서 어떻게 하면 현재의 평면도 안에 새로운 요구 사항들을 녹여낼 수 있을지 생각을 해야 한다. 정확한 해결책을 쓰는 것은 아니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적는다.
이제 내가 원하는 집의 모습이 대략 머릿속에 그려졌을 것이다. 나만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이 단계에 왔을 때. 이때에 내가 원하는 집의 모습과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도 줄일 수 있고 내가 가져오고 싶은 아이디어도 눈에 더 잘 띌 것이다.
그럼 그다음은? 예산 짜기다. 아직은 구체적인 금액을 알 수 있는 단계가 아니므로 내가 그리는 그림이 어느 정도 나왔다면 내가 이 인테리어 공사에 얼마를 할애할 수 있는지 나의 주머니를 잘 들여다보아야 할 차례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적정한 선을 찾을지, 꼭 해야만 하는 것과 꼭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충족시키며 변신을 할지 정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이 공사를 왜 하려고 결정했는지 기억해야 한다. 옆집 누구는 어떻게 했고 어느 플랫폼에서 어떤 집을 봤는데는 데이터로만 저장하고 출력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설정할 때 노력을 덜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기준 예산 금액이 정해졌다면 오픈 마인드가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살던 집을 고치는 경우 전체 인테리어 공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골조만 남겨두고 가능한 한 모든 변화에 대해 마인드를 열고 접근한다면 정해진 금액 안에서 멋진 변화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인테리어 할 때 요구사항에는 감쪽같이 다 들어가는 수납장이 항상 있다. 다양한 솔루션 기능을 가진 수납 철물들이 많기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똑똑하게 수납할 수 있는 세상이다. 반면 미니멀한 삶이 대세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미니멀 디자인을 선호한다. 아이러니다. 미니멀 디자인 안을 열면 맥시멀 물건들이 가득 있는 미니멀 인테리어. 물론 아이가 어리거나 구성원 수가 많거나 다양한 이유로 짐이 많다. 인테리어의 시작은 정리정돈이다. 그리고 수납장을 아무리 많이 만든 들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시간이 흐르면서 물건은 다시 수납장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상식처럼 알고 있듯 2년 이내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거나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이라면 처분하는 것이 좋다. 기억할 것은 물건 줄이기와 마인드의 변화는 세트라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맥시멀리스트이고 미니멀 디자인으로 수납과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인테리어가 리모델링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라면 주저 없이 진행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첫 번째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권유도 다른 사람들의 사례도 모두 나의 기준을 통해 여과시킨 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솔직해져야 한다. 미니멀하게 살고픈 욕구는 있으나 천생 맥시멀리스트라든가 아무리 줄여봐도 짐이 줄지 않는 마법에 걸렸다면 자신을 인정하고 방법을 찾으면 된다. 괜히 어디서 본 예쁜 사진 한 장에 홀려 나와 맞지도 않는 극단적인 미니멀 인테리어를 했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수납을 예로 들었지만 세 번째 액션은 나와 우리 가족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를 변화시킬지 나를 받아들일지를 정확히 결정해야 제대로 된 공간의 콘셉트가 만들어진다.
올 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여유로운 연말 분위기이길 바라는데 뉴스를 보면 마냥 분위기에 젖어있으면 안 될 것만 같다. 내년, 모두 긴장해야 하는 시절이 온다고 한다. 아직 내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파도가 밀려올지 모른다. 우리는 매일 현재를 살아낼 뿐이다. 그리고 현재를 객관적으로 마주할 때 가장 현명한 미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매매없이 새집살기 솔루션 두번째[ 오래됐지만 괜찮아 ]에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읽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by J's Pl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