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없이 새 집 살기 시리즈 세 번째 _ 공간별 솔루션
예전에는 집에서 방 하나를 온전히 하나의 기능으로만 사용해도 무리가 없었다. 주방이 좁고 길어도, 콘센트가 많지 않아도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에 비해 사용하는 가전의 수도 훨씬 많아졌고 가구의 크기도 커졌다. 공간의 용도도 늘어나고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방 하나에 가벽을 세워 다른 공간으로 분리해 사용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해온 그 분리와 결합이, 진짜 편리한 방법이 맞을까?
_일반적인 30평대 평면도에서의 예시
일반적인 결합 : 확장된 주 침실 = 침실+드레스룸
이제까지는 확장을 한 후 안방에 가벽을 나누어 드레스룸과 파우더룸이 합쳐진 형태를 두는 것이 정석인 것처럼 해왔다. 그런데 지난번 언급했듯 1인 가구가 아니라면 때때로 생기는 불편함을 참아야 한다. 가벽이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의 가장 큰 차이는 침대에 누웠을 때 옷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도 큰방엔 옷장과 침대만 있어왔다. 그렇다면 이 결합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부부가 늘 자고 일어나는 패턴이 같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자는 곳과 움직이는 곳을 한 곳에 넣는 것이 과연 옳을까.
새로운 결합 : 확장된 주 침실 = [드레스룸+안방 욕실] + [운동방 or 서재 + 해가 잘 드는 큰 창]
확장을 한 큰 방은 가벽으로 나누어 드레스룸과 운동방 혹은 서재로 사용하면 어떨까.
- 드레스룸 : 큰 방에는 작은 욕실이 딸려있으니 세안을 하고 옷을 입고 메이크업하는 것이 논스톱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드레스룸은 욕실 쪽으로 배치해 욕실과 드레스룸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다. 욕실 도어를 가구 도어와 일치시키면 미니멀 인테리어를 완성시키기에 좋다.
- 홈짐 or 서재 : 확장이 되었기 때문에 창가 쪽으로 분리된 공간은 채광이 좋은 큰 창이 있다. 홈 짐으로 사용한다면 밖을 보며 운동을 하기에도 좋고 운동을 한 후 바로 옆 욕실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기에도 편리한 동선이 된다. 서재라면 드레스룸에서 옷을 갈아입는 소음이 크지 않으니 동시에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낮에도 조명을 켜야만 하는 어둑한 작은 방보다는 낮까지 해가 잘 드는 통창이 있는 위치가 서재로도 훨씬 나아 보인다.
원한다면 두 공간 사이에 열린 게이트가 아닌 도어를 선택해도 좋다. 이왕이면 공간의 콘셉트를 확실히 분리해서 분위기를 다르게 잡아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드레스룸은 옷을 잘 볼 수 있어야 하니 조명을 밝게 설치하고 화이트 컬러의 가구로 미니멀하게 디자인한다. 홈짐 공간은 창호 프레임을 블랙으로 하고 벽면 전체를 우드톤으로 꾸며서 문을 열면 전혀 다른 공간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는 것이다. 집 안에 있는 운동기구 두는 장소가 아니라 실제 PT룸에 들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결합 : 자녀방, 드레스룸이나 서재로 사용한다.
새로운 분리 : 주 침실은 해가 잘 들지 않는 작은 방으로
실제 큰 방을 확장하고 다시 가벽으로 분리하고 나면 침대를 놓는 공간의 크기는 작은 방보다도 작다.
- 침실 : 온전히 수면만을 위한 작은 방이다. 해가 그다지 들지 않는 작은 방을 수면을 위한 침실로 사용하면 굳이 암막커튼을 설치하지 않아도 소음과 불필요한 채광들을 차단하기 쉽다. 다만 드레스룸이 따로 있더라도 침구류까지 모두 그 안에서 소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수납이 가능한 평상형 프레임을 제작해 침구 수납과 침대 프레임의 역할을 동시에 해결한다. 그리고 프레임이 커졌기 때문에 퀸보다 큰 사이즈의 매트리스를 두거나 공간이 가능하다면 더블이나 슈퍼싱글 매트리스 두 개를 두는 것도 좋다. 요즘은 매트리스를 원하는 사이즈로 제작해 주는 곳도 많기 때문에 작은 방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모두 가능하다.
일반적인 결합 : 좁은 주방+식탁
우리는 식탁은 꼭 주방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선만 확보된다면 당연한 배치일 것이다.
주방 벽 쪽에 붙어있는 작은 방을 활용하면 어떨까. 드물게 그 작은 방에 식탁을 두고 다이닝룸으로 쓰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새로운 분리 : 작은 방을 주방으로 / 좁은 주방을 다이닝 공간으로
-주방 : 우리나라 대부분 주방은 거실과 막힘없이 이어져 있다. 때문에 요리하면 음식 냄새가 집 전체에 퍼진다. 따스한 가정의 냄새이지만 도어로 분리되어 따로 환기될 수 있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많은 집들이 다용도실에 보조 주방을 두고 생선을 굽는 이유와 같다. 그렇다고 거실과 주방 사이에 중문을 달기엔 답답해 보일 수 있으니 주방 옆 작은 방 안으로 주방을 넣는 것이다. 물론 설비는 제대로 끌고 와야 하고 싱크볼은 기존 배관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설치한다. 이 작은 방의 경우 다용도실과 마주한 창이 있어 후드가 있으면 좋지만 굳이 후드가 없어도 그대로 환기가 되어 나가니 상부장 수납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방 공간이니 오븐과 밥솥, 전자레인지 등은 이곳으로 들어와야 한다. ㄷ자 주방을 가질 수 있으니 조리대 공간도 충분하다. 하부장만 설치하고 상부에는 선반만을 길게 이어 배치한다면 낯선 주방을 갖는 기쁨을 배가시킬 수 있다. 당연히 도어가 있으니 요리하는 동안의 냄새가 집 전체로 나가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다이닝 : 싱크대가 없는 주방은 이제 다이닝 공간이다. 6~8인용 테이블을 두고 냉장고를 나란히 두어도 공간이 넉넉하다. 한쪽으로 팬트리장을 둔다면 그 안에 냉장고를 설치하고 드래프트 도어나 무빙도어를 사용해 커피머신, 토스터를 두거나 작은 와인바로 활용할 수도 있다. 주방이 빠져나가 넓어진 다이닝 공간은 거실 공간과도 시각적으로도 훨씬 시원스럽게 이어진다.
일반적인 결합 : 책상+ 책장 + 침대 +옷장
보통 자녀방에는 책상, 책장, 침대, 옷장 외에 다른 것이 들어갈 자리도 부족하지만 이것들 외에 들어갈 것도 특별히 없다.
새로운 결합 : 침대와 옷장
예를 들어 도심에서 갖기 힘든 멋진 뷰가 거실 쪽이 아닌 반대쪽에 있는 경우가 있다. 주방은 창이 너무 작고 작은방 하나는 뒤로 다용도실이 있어서 밖을 보기 어렵고 밖을 내다보기 좋은, 자녀가 사용하는 입구방은 발코니가 없이 외벽과 만나있어 창이 반창이라고 해보자. 옷장과 책상, 책장, 침대를 벽을 둘러 배치하면 딱히 여유 공간도 없다. 이 경우 천장 높이를 많이 올릴 수 있다면 좋은데 창가 쪽 바닥 단을 80cm~1m 정도 올리고 하부를 옷장으로 사용한다. 윗 쪽에는 매트리스를 올려 침실 공간으로 사용한다. 벽 한쪽으로 서랍형 계단을 만들어 침대로 올라갈 수 있게 만들면 창가 쪽 작은 공간을 활용해 옷장 수납공간과 침실 공간이 해결되고 게다가 벽에서 벽까지 이어진 가로로 긴 창을 통해 멋진 뷰를 앉아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분리 : 책상과 침대
그리고 남은 공간은 책상과 책장을 배치한다. 실은 이 배치는 뷰가 좋지 않아도 효과적이다. 원래 아이방에서 가장 안 좋은 배치가 책상과 침대와 같이 붙어있거나 침대를 바라보는 자리에 책상이 놓이는 것이다. 그래서 가벽을 세우고 창을 등지고 앉게 만드는데, 굳이 책상을 창가 쪽으로 배치해 창을 등지고 앉아 답답한 가벽을 세우고 들어가 앉게 하기보다는 침실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욱 효율적으로 생각된다. 아침에 일어날 때 해를 받으며 일어나게 되고 침대와 분리된 책상은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왜 디자인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지 궁금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과정이 철저하게 이루어진 다음 스타일은 얹는 것이다. 사방의 벽과 바닥, 그 위에 올라갈 것을 미니멀하게 표현할 것인지, 클래식하게 표현할 것인지, 동양적으로 표현할 것인지는 그다음에 할 일이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적인 표현은 이전부터 아주 잘해오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뭔가 비슷비슷해 보이고 그 집이 그 집 같은 걸까. 구조 때문이다. 똑같은 얼굴에 메이크업만 달리 한 것처럼 말이다. 전체 구조로써 바라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재배치하려는 태도로 도면을 바라보아야 한다. 물론 구조적으로, 설비적으로 마음먹은 대로 다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가능한 것이 있다면 고민해 보고 그렇게 만들어진 동선과 다른 공간과의 유기성을 들여다보다 보면 생각 외의 좋은 결과와 마주할 수 있다.
교통과 온라인의 눈부신 발전으로 전 세계가 동시에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비슷한 것을 바라는, 거리와 시차가 있는 한 나라 사람들처럼 살고 있다. 그래서 서로 비슷한 것을 추구하게 된다. 북유럽이 유행하면, 아치 게이트가 유행하면 모두 그것을 원하고 따라서 한다. 모두가 비슷한 것을 추구하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개인의 가치가 재조명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남의 집처럼 예쁘게'에서 한 발 나아가려면 스타일보다 그 이전 단계에 힘을 실어야 한다.
리모델링을 하기 전 가장 먼저 할 일은 기본 구조만 남기고 나만의 기준으로 이 집을 어떻게 바꾸어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다. 그리고 필요한 공간을 정했다면 이제 다음은 구획을 통해 효용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이번에도 역시 공간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버리는 일이다. 누차 얘기하고 있지만 그래야만 '새로운 집'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게나 바라는 '새로운 집', '멋진 집'은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낯설은 집'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보아온 어떤 집처럼도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리조트의 욕실의 구조는 전혀 우리 집 답지 않다. 옆집 답지도 않다. 내가 자라온 집 답지도 않다.
클라이언트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여행 갔을 때 머물렀던 호텔 같은', '외국 같은'집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방보다 큰 욕실을 가진 이들이 얼만큼 많겠는가. 새로운 공간에 대한 경험이 새로운 욕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막상 새롭고 낯선 디자인을 제시하면 머뭇거리며 기존 아파트의 형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지속해서 습득되어진 관념은 무섭다. 바라지만 막상 하려면 멈추어 서는 것. 방법은 모든 알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마음을 열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에만 '변신'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활용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또 이번에 다루지 않은 욕실이나 발코니, 거실의 새로운 활용 또한 얼마든지 있다. 물론 평수에 비해 가족 구성원이 많거나 자녀에게 각각의 방을 주고 나면 공간이 없다거나 또는 가족 모두가 찬성하지 않는다면, 혹은 구조상 어렵다면 대대적인 변신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각 공간의 주인이 원하는 삶의 지향을 상의하고 그에 맞게 하나하나 디자인하면 얼마든지 만족스러운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오마에 겐이치는 <난문쾌답>에서 말한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3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3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이 중 사는 곳을 바꾼다는 것은 물리적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서 살면 사람이 바뀔 수밖에 없다. 군 내무반에서 일어난 나와 여행지의 별장에서 일어난 나는 분명 다를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공간 안에서의 시간도 달리 쓰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면 환경이 나를 돕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그것이 리모델링이든, 정리정돈이든. 그래서 인테리어를 계획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래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러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그렇게 주거 환경을 바꾸고 바뀐 공간에서 시간을 달리 쓰면 삶도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집값 하락이 이제 시작이라고도 하지만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기간 동안이고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오른다. 인구 유입 없이 지속적으로 감소만을 한다면 이런 상식적인 흐름은 깨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할 것이다. 다만 이렇게 고금리, 경기침체 시기에 무리하게 움직이기보다는 지금의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시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움직일지 때를 기다릴지는 각자의 몫이다.
다음 편에서는 재택근무로 인해 필수 공간이 되어가는 홈오피스에 대한 고민 해소, [ 홈오피스는 홈다워야? 오피스다워야?]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읽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by J's Pl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