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성범 Sep 25. 2024

나의 수족관에 천적을 넣어보자.

필리핀에 계시는 어느 선교사님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필리핀에는 약 8만 명의 교포가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답니다. 필리핀 남부에서 열대어를 잡아 북부 시장에 팔기도 한답니다. 이들은 필리핀 현지인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그 비결이 참 신기합니다.     

필리핀은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남부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열대어가 마닐라 등 북부 도시 지역에 도착하기까지는 여러 날이 소요됩니다. 열대어들은 수족관에 옮겨져 배, 트럭을 타고 북부 시장까지 가야 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고기들도 힘들었을까요? 고기들이 대부분 죽거나 겨우 숨만 붙어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열대어를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열대어를 싱싱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필리핀 교포 어민들은 수족관에서 열대어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답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꺼냈습니다. 천적을 넣어보자는 것입니다. 천적이 있으면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답니다. 

    

그렇게 하여 열대어를 잡아먹는 천적을 수족관에 넣었습니다. 그 천적의 이름은 우리나라 ‘메기’입니다. 메기는 잡식성입니다. 어떤 고기도 잡아먹습니다. 한국에서 메기 몇 마리를 필리핀으로 가져왔습니다. 이 메기를 열대어와 함께 수족관에 넣고 북부 시장으로 운반했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신기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몇 마리는 메기의 밥이 되었습니다.
나머지 열대어들이 싱싱하게 살아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열대어는 살아남기 위해 긴장이라는 동아줄을 꼭 잡고 있었겠지요. 메기 움직임을 세세히 관찰하면서 이리저리 피하고 숨었겠지요. 그렇지 못한 열대어 몇 마리는 당연히 메기의 밥이 되었습니다.      


열대어의 이런 노력 덕분에 교민들은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역시 한국 사람은 천재’라는 선교사님 말씀 뒤에는 짙은 여운이 남아있었습니다. 우리 삶에도 메기라는 천적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를 적당히 긴장시키고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메기가 있으면 좋겠지요.   

  

1년 아니 한 달 후 나를 싱싱한 열대어 상태로 만들어 줄 메기는 무엇이 있을까요? 꿈, 목표가 메기일 수 있고, 부모님, 아내가 될 수도 있겠지요. 사람마다 그 메기의 종류는 다르겠지요. 다만 나의 수족관에 메기 한 마리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활력이 넘치는 나를 만들어 줄 천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당신의 천적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수족관에 천적을 넣어보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마지막 수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