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같은 회사는 없어요.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거든요.
얼마 전 회사 대표님께 들은 말이 있다.
“회사에 너무 매몰되지 말아요. 이력서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세요.”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라’니, 순간 어떤 답변을 해야할지 당황스러웠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서
'그냥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기 위해서 여러가지를 시도해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예전 회사는 정반대였다.
작은 스타트업이었기에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 같은 회사는 없다. 가족보다 끈끈한 사이가 되어야 한다.” 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고,
나 역시 그 회사가 내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라는 말에,
당시에는 어렴풋이 짐작만 했었던 뜻이 뭐였는지,
그 말씀의 의도를 알게 되는 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초창기에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썼지만, 2000년대 초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며 문화를 완전히 바꿨다고 한다.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다.”
가족은 무조건적인 관계다. 서로의 부족함을 감싸고, 끝까지 함께하는 걸 전제로 한다.
하지만 팀은 다르다. 팀은 목적을 위해 구성된 관계다.
서로의 역할이 달라도, 그 역할이 합쳐져야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팀은 때로 냉정하다.
지금 이 경기에 더 잘 맞는 선수가 있다면, 자리를 바꾸는 게 당연하다.
넷플릭스 조직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아티클을 참고했다.
좋은 리더는 사람을 오래 붙잡는 사람이 아니다.
함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사람이다.
예전엔 “회사가 가족처럼 느껴져야 좋은 조직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팀이 잘 돌아가는 조직은 정이 아니라 정직함으로 유지된다.
서로의 실력을 믿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투명하게 말하는 문화다.
현재 조직이 좋은 이유는 연차와 관계없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각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용어에 대한 뜻은 알더라도 그게 내부적으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는 담당자 말고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른다고 얘기하고 같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말할 수 있도록 정의를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져 있다.
다시 돌아와 정리하면,가족은 감정을 우선하지만 팀은 역할을 우선한다.
리더는 구성원이 떠날 때 미련보다 존중을 보여야 하고,
남아 있는 사람에게는 더 큰 책임을 맡길 용기가 있어야 한다.
결국 리더의 역할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길 팀을 만드는 것’이라는 걸 더욱이 느끼고 있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회사는 영원한 울타리가 아니다.
더욱이 안정적인 직장은 없고 변화에도 대응이 가능한 안정적인 나로 설 수 있도록 트레이닝 되어야한다.
직원에게 회사는, 성장할 수 있는 시기 동안 머무는 무대다.
그 무대에서 충분히 배우고, 실력을 쌓았다면 다음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
팀의 유연함은 개인의 이동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회사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순환이 된다.
자신의 이름이 담긴 이력서를 꾸준히 업데이트한다는 건,
회사 밖에서도 통할 만큼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뜻이니까.
회사가 팀이라면 팀은 결국 함께 이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고, 떠나는 사람도 다음 경기를 향해 나아가는 선수일 뿐이다.
하지만 회사가 가족이라면, 떠나는 사람은 배신자가 된다.
가족은 영원함을 전제로 하지만, 팀은 목표를 전제로 한다.
결국 중요한 건 함께 있는 동안 얼마나 잘 싸웠는가이다.
냉정하게 느껴지던 대표님의 말이 비로소 정말 나를 위해 해주신 말이었다는 깨달음에 닿자,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졌다.
결국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라는 말은 회사를 멀리하라는 뜻이 아닌
회사 안에서도, 그리고 언젠가 회사 밖에서도
자신의 경기를 계속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마음이었던 걸로 해석된다.
Thanks to. 항상 객관적으로 상황에 대해 공유주시고 개인의 관점에서 성장점을 알려주시는 대표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