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톱을 깎다가 문득 엄마 발가락이 생각났다. 세월만큼 두꺼워져서 딱딱한 살갗에 꼭 달라붙어서 파내듯 겨우 겨우 깎아내야 했던 엄마의 발톱. 그렇게 또 잠깐 엄마의 두꺼운 발톱과 굽은 발가락이 그립다.
보조 주방 물건을 정리하며 구석에 놓여있던 설탕가루를 오늘 버렸다. 엄마가 미음 한 모금 못 넘기고 다 게워낼 때 의사는 콧줄을 하라고 했었다. 콧줄만은 피하고 싶어서 개인 간병인을 병원에 들이고 그 간병인은 죽을 먹이다 먹이다 못하니까, 죽에다 섞어 먹인다며 나에게 만들어 오라던 사탕가루. 사탕 십여 알을 큰 믹서기에 갈았다. 부옇게 올라오던 사탕가루 연기를 흔들어가며 겨우 만들었던 한 컵 분량의 사탕가루 한 병을 보냈다. 그 사탕가루를 채 한 숟가락을 드셨을까. 그대로 집으로 돌아온 지 석 달이 되었다. 차마 버리지 못한 사탕가루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부으니 또다시 부옇게 연기를 날리며 한참 뒤에야 겨우 쓰레기통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렇게 또 엄마에 대한 아픈 추억 한 조각이 내 살에서 떨어져 나갔다.
석 달만에 처음으로 엄마의 묘소를 혼자 방문했다. 가족들과 함께 갈 때는 묘소 위의 풀 몇 번을 쓰다듬고 덤덤하게 돌아왔는데, 혼자 간 그날 처음으로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만이 내 울음을 불러온 것은 아님을 안다. 다양한 현재의 상황들과 여러 섭섭함들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뭉떵그려지면서 숨겨둔 설움을 토해내었다. 하지만 길게 울면 엄마가 마음 아플까 봐 짧게 끝냈다. 그리고 가벼운 인사 한 마디 남기고 돌아섰다.
"엄마, 걱정 마. 잘 될 거야. 같이 도와줘. 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