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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혜숙 Jan 25. 2019

[감응의 책읽기] <정신병동 이야기>

삶의 구렁텅이에서 나를 구원하는 방법

<정신병동 이야기> 


<정신병동 이야기>는 저자인 대릴 커닝엄이 정신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경험한 일을 만화로 그린 그래픽노블이다. 치매/ 망상/ 자해/ 정신분열 / 우울증 / 자살 충동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저자가 계속 강조하는 게 하나 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든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맞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 자신은 물론 가족과 내 지인들도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특히,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치매와 우울증에 걸린다면? 이라는 생각을 계속 해 봤다.


지난 40년 삶을 돌이켜보면 힘든 시기가 많았다. 당시에는 "죽을 만큼 힘들다"라고 생각했던 일들도 지나고 보면 다행히도 내가 감당할 만큼의 시련이었다. 때로는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져 내 인생은 내가 주도하고 개척한다고 자만하기도 했지만, 내일 당장이라도 내 능력 밖을 벗어난 문제와 고통에 직면할 수도 있는 일. 그래서 늘 마음 한구석엔 불안감이 도사린다.


<정신병동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부디 나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어."라며 마음속 깊이 기도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기도를 해도, 언제든 나에게 생각지 못한 시련이 닥칠 수 있다는 걸 안다. 이제 그걸 받아들일 정도의 나이는 됐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고통 앞에 의연해지는 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에 대한 편견이 단박에 모두 사라지지도 않고, 마음속 불안이 깨끗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상상력을 키우는 데 첫 발판을 마련할 수는 있다. 


대릴 커닝엄은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그런데 대릴 커닝엄 본인도 끝을 알 수 없는 우울증에 시달리며 삶의 바닥까지 떨어져 본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을 책 마지막에 '나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술회했다. 




마음속으로는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 남은 건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공허뿐이었다. 그리고 절규에 가까운 갈망에 시달렸다. 눈부시게 화창한 날도 외로운 내겐 어둡기만 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살아났다. 내 경험은 내게 국한된 것이기에 다른 사람에게는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그러나 나는 이것만은 말하고 싶다.
약물치료와 친구, 가족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결코 자신을 부끄러워하거나,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며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싶다면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라. 
나의 재능과 희망은 무엇인가? 나의 꿈과 열망은 어떤 것인가?
바로 그것이 당신을 구원할 것이다.




각자 자리에서 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눈앞에 닥친 시련들을 견뎌 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때로는 부딪쳐 이겨내기도 하지만, 끝내 무릎 꿇어야 하는 순간도 온다. 시련을 이겨냈다 해도, 또 다시 시련에 부딪치고, 또 부딪칠 거다.

그러나 대릴 커닝엄의 말처럼, 모두에게 각자, 삶의 구렁텅이에서 스스로 구원할 수 있는 재능과 희망, 꿈과 열망이 있다. 매일매일 그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찾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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