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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브의 설렘 Aug 27. 2023

2. 삶에 변화를 일으킨 세 가지 전환점은 무엇인가요?

한달 어스 11기 [한 달 브런치 작가되기] 1일차


이 주제를 받은 당일날 아침부터 퇴근 전까지,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킨 전환점들에 대해 끄적여봤어.


전환점이랄 게 너무 많은데 이 중에서 세 가지만 고르라니! 추리고 추려서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킨 [베스트 3 전환점]에 대해 읊어보아.




1. 동물 교감(애니멀 커뮤니케이션) 첫 수업을 들은 2014년 6월 14일



티비 프로그램 동물농장에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 편을 본 적이 있어. 혹시 기억나는 사람? 방영 당시에 꽤나 화제였는데...

하이디가 동물들의 마음을 척척 알아내는 걸 보면서 '와~재밌겠다. 나도 해보고 싶다.' 하고 감탄하긴 했어도 저런 건 특별한 사람이나 가능하다고 여기고 잊고 살다가 21살이 되어서 우연히  '루나'라는 한국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분을 알게 됐어. 그분의 말에 의하면 같은 일반인도 동물과 교감을 할 수 있고 교감 수업도 진행한다거야! 너무 너무 참가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었어. 용돈을 모아서 어느 세월에 수업을 들을 수 있겠나 싶던 차에, 별 생각 없이 학교에 제출했던 미래 계획표가 교내 장학금에 뽑혀서 돈이 냉큼 굴러왔지 뭐야. 바로 수업을 신청했어. 음, 그 타이밍은 정말이지 이 세계로 들어가라는 뜻이었을 거라고 지금도 종종 생각해. 


수업을 들은 후 나의 삶이 변하기 시작했어. 동물 교감의 세계에 빠져들었. 23살이 되어선 꽤나 심혈을 기울여서 교감 수련지도도 받았어. 그때의 나는 자질이 부족하기도 고 너무 어렸는지 슬럼프를 이기지 못하고 동물과 교감하는 일을 잠정 중단해버렸어. 두렵고 막막한 여정을  극복해갈 수 있을만한 힘이 생겼을 먼 미래의 내게 모든 걸 맡긴 채로. 


벌써 3년 정도가 지났네. 아예 없던 일로 치고 이쪽 세계를 잊어버릴까, 놔버릴까 고민도 했지만 끈을 놓지는 못하겠더라. 어느샌가 내 ''이 되어버렸거든. 정말 막막하고 돈도 안 되고 헛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내 사명인 거 같아 포기가 안 되는 꿈.

"동물들의 깊고 내밀한 이야기, 그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의 불씨가 잿더미 속에서 간신히 빛을 잃지 않고 내 안에 살아 숨쉬었어.


그리고 드디어 때가 되었어. 내년 3월부터 전문대를 수료하는 거라 생각하고 2년 정도 교감 집중 지도를 받기로 했어.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심히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해보려고.

최근에 팬이 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가기 전에 피땀눈물을 얼마나 흘렸을지를  교감하는 일이 내 삶의 큰 꿈이 됐거든. 과장하면 내 인생의 '사명'인 '동물들의 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을 미래의 나를 미리 응원해.

2. 비건의 세계

내가 비건을 시도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 이것도 아마 21살쯤부터였어. 고기 없이 한 끼도 못 먹는 고기 러버였던 내가 어째서 지금까지도 비건지향인을 하는 건지 정말 기적인 일이 내게 일어났지. "동물을 사랑해"라고 말해왔어도 "소 돼지 닭"같이 내가 "먹는" 동물, "입는" 동물, "쓰는" 동물들에 대해선 전혀 인지하지도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내게 "비거니즘, 비건"이라는 곳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 그 자체였어. 그렇게나 고기 고기 하던 내가 비건이 되겠다고 공식 선언을 했을 정도였으니까 말 다 했지. 물론 비건에 대한 정보와 이해 부족 그리고 원래의 고기 중심 식습관을 가지고 단번에 바뀌는 건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는 게 되더라구. 이미 알게 된, 기업과 자본에 가려진 세계를 알게 되니까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약을 먹고만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어. 현실을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까. 21살부터 27살인 지금으로 흘러오기까지 "비건 지향"으로서 별의별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스트레스도 상당했지만 지금도 내가 한 선택 중에 가장 잘한 일을 선택하라면 바로 이거야. '비거니즘' 덕분에 나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너무나 크게 확장할 수 있었어. (어쩌면 이쪽으로 '편향'된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만 생각하던 내가 '너'와 '그들' 모두 결국은 '나'와 같은 거란 걸 알게 되었어. 우리 모두가 결국은 하나라는 것 말야. 그리고 이것 덕분에 23살 쯤부턴 '페미니스트'가 되었고, 동물권뿐만이 아니라 인권 문제에도 아주 관심이 많아졌고, 미니멀리즘과 제로웨이스트도 지향하게 되었네. 이것말고도 더 생각해보면 영향받은 게 엄청 많을 거야. 지금 여기에 다 적기엔 지면이 부족할 거야.ㅋㅋ 음... 그래 내 두 번째 삶의 전환점은 '비건의 세계'야.

세 번째... 이건 좀 고민된다. 큰 거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뭘 골라야 할까?

음... 더 짧게 말할 수 있는 거로 할게.ㅋㅋ

세 번째는 2018년 25살에 '당뇨'를 진단받은 거야. 와, 이제 곧 당뇨 3년차가 되겠구나. 세월 참 빨라...
당뇨의 ㄷ도 고려해본 적 없는 20대의 나이에 당뇨를 진단받은 건 내가 인생을 지금과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걸 강력하게 경고해준 사건이지. 24살의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을 두달 반 동안 갔다온 후에야 서울의 한 정형외과에 취직을 했었어. 10개월 정도 병원에 딸린 기숙사에서 2명의 동료분과 함께 생활했는데, 그때는 뭐가 그렇게도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었는지. 폭식증을 겪게 됐어. 내가 섭식 장애를 가진 것 자체는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시작됐을 것 같기도 해. 어릴 때부터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식탐이 엄청났거든. 그런 내가 눈을 좌우로만 돌려도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서울 한복판에서 처음 겪는 사회생활에 이것저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니 온갖 음식들을 먹고 또 먹어댔어. 그때 생각하면 뭘 먹었는지가 제일 기억이 잘 나. (그때 나는 채식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동물성 식품을 끊지 못하니까 그거로도 스트레스를 배로 받았어) 월급을 거의 전부 식비로 썼을 정도니까 더 설명 안 해도 되겠지? 그렇게 먹고보니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게 됐어. 물도 자주 마시게 되고 화장실도 자주 갔지. 당뇨 진단을 받고 나서야 그때 그게 다 (비만, 다갈, 다뇨) 당뇨 증상인 걸 알게 됐지.
진단은 받은 직후엔 덤덤했어. 아... 이제 내가 먹는 걸 바꿔야 할 때가 왔구나 했지. 이미 알고는 이 '자연 식물식' 위주로 식단을 유지했더니 혈액 검사상 '정상' 수치로 좋아졌어. 음식이 몸에 끼치는 영향을 내 몸으로 직접 실험해서 알게 된 거야. 그러다 다시 고정적인 일을 시작하고 좋아진 몸 상태에 자만하기 시작하면서 식습관이 전처럼 엉망이 되기 시작하면서 당뇨도 금새 다시 나빠지더라. 그렇게 반 년이 넘게 또 엉망으로 먹고 지내며 몸을 관리하지 못하다가 몇 달 전부터는 천천히, 다시 식습관을 바꿔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제 겨우 27살인데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의 내 몸이 당뇨 합병증을 겪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몸이 되어버렸네. 지금도 식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가 않고 운동하는 것도 너무 하기 싫어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이런 사실이 아주 짜증날 때가 있고,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렸을까 부모님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고, 왜 나는 병에 걸리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제대로 관리도 하지 못하는가 자신에게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뭐 덕분에 '채식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가 더 명확해졌고, 폭식증을 고칠 수 있었어. 남들처럼 중년이 되어서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하지 않고 20대부터 내 몸을 아끼고 관리해서 더욱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거라 생각해. 그리고 이런 점도 나의 '유니크한 특성'이 되어서 언젠가 내 소중한 글감이 되지 않을까? ㅋㅋㅋ 그렇게 생각하면 아주 훌륭한 병을 얻은 셈이지. 당장은 치명적이지 않으니 다행이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더 건강해질 수도 있으니까 말야. 음. 그래 이 글을 올리고 나면 바로 스쿼트나 100번 해야겠다. 내일은 더 건강하게 먹고 말야. 그래,



자, 여기까지가 내 세 가지 삶의 전환점 설명이었어.
내일은 어떤 글을 쓰게 될지, 다른 11기분들은 어떤 글을 올리셨는지 궁금하다.
벌써  밤 10시가 다 됐다. 졸리다.
그럼 다들 하루 마무리 잘 하고 오늘도 좋은 꿈 꾸길 바라.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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