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죽은 듯이 잠만 자고 늘어져 있고 싶어요
[브런치] 라는 공간은 뭔가 그럴싸하고 '작가'가 쓸 법한 이야기만 올려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으로 손이 멈칫해야 할 거 같은 갈등이 머릿속을 지나가곤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제가 브런치에 올린 글 중 절반 이상이 그냥 즉석에서 떠오르는 대로 쓰고 바로 올린 글이랍니다. (물론 올리고 나서 맞춤법이나 오탈자, 몇 군데 정도는 더 나은 표현으로 수정하긴 합니다.)
과연 놀랍지도 않은 당연한 걸까요 하하.
요 며칠 몸살기에 몸 곳곳이 욱신거렸어요.
엄청나게는 아니지만 못내 신경이 쓰이고, 신경줄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듯 한 느낌이었어요.
제 생각만 하면 어떤 약속이든 전부 취소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고 싶었는데
어제는 일을 나가야 했고, 끝이 나자마자 부랴부랴 친자매와도 같은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러 SRT를 타고 먼 길을 다녀왔습니다.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선 꾸준하고도 진실된 마음과 교류, 갈등이 있을 때 피하지 않고 서로를 상처주기보다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대화와 행동을 쌓아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제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말과 함께 친구를 축하해주러 가지 않는 결과로 인해
친구와의 관계가 틀어질 것이 두려웠던 것이죠.
소중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은 사람이 제게 실망하는 것, 그래서 내가 버림받을까 하는 두려움은 여전히 너무나 제 삶을 쥐고 흔듭니다.
사실 알아요. 아주 많이 서운해하고 화를 낼지라도
미안해하는 저를 못내 이해하고 다음에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까먹고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걸요.
저는 정작 친구와 어제 그 늦은 밤, 함께 티비를 보며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 친구의 마음을 모른 채 하며 핸드폰 속 세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 정말이지... 모든 연결에서 빠져나가고 싶었어요 사실.
모든 것이 저를 짓누르고 피로하게 합니다.
몸살기가 돈다는 것은
세간에선 코로나로 의심된다는 말을 쓸 수 있고 (그냥 감기 중 하나가 된 코로나... 검사는 굳이 하지 않았습니다만...)
영성계에선 어떤 우주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시기라서 깊은 갈증이나 컨디션 저하 등이 따를 수 있다고 하기도 한다.
나는 모르겠다. 어제 먹은 짜디 짠 음식과 밤새 돌린 에어컨 속에 있느라 그냥 몸살기와 심한 갈증이 계속되고 있는 거라고만 간단하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 이 저입니다.
몇 친구들은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거나, 더이상 그에 대한 생각을 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그게 가능하면 이미 그랬을 거예요.
명상에 고도로 훈련되면 그때는 타고타고 흐르는 생각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요?
모든 것이 또다시 혼란스러워집니다. 불안하고요.
남들이 봐도 제가 봐도 저는 정기적인 수입원을 가져야 함이 분명합니다.
이제 정말 전재산이 400만 원도 남지 않았어요!
1년 반 정도 반백수로 살아오며 이것저것 참으로 많은 것들을 경험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배운 것이 참으로 많았어요. 모든 것이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확장되어 사람으로 끝이 나는 듯 했다가 또다시 사람으로 시작되는 삶이었습니다.
머릿속이 폭발하듯 흥이 나고 힘이 나고 하루하루가 살아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지나고 나니 그렇다는 것이죠. 그 당시엔도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해지고, 이렇게까지 '일'을 하지 않고 놀아도 되는 걸까? 지금이라도 다시 돈을 꾸준히 벌고 저축하며 미래의 '안전'을 위해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에고가 소리쳐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생하진 않더라도요.
저는 압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자리에만 붙잡혀서 퇴근과 월급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삶이 얼마나 고루하고 지루하고 저주스럽고 고통스럽게 하는지요.
그런 고통을 견디고 견뎠기에 1년 반 동안 정기적인 수입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돈'을 모을 수 있던 거지만요.
다만 지금은 뭐랄까요...
그냥 쉬고만 싶습니다.
사람들과 '단절'되고 싶어요.
그런데 그러지 못하는 저를 봅니다.
한시라도 혼자 있지 못하는 저를 봅니다.
무엇이 그리도 불안하고 두려운 걸까요.
세간에서 사람들에게 잊혀질까 봐 두려운 걸까요.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럴까요.
자도자도 피곤해지는 듯한 갈증에 빠지는 요즘입니다.
갑갑해요.
가슴이 갑갑합니다.
가슴의 왼쪽 어느 한 포인트가 마치 뭉툭한 듯 충분히 날카로운 막대기에 쿠욱- 하고 찔리는 듯한 통증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단순히 신체적인 근육 결림인 것인지, 스트레스가 신체로 표출되고 있는 것인지 잘 구분이 가진 않습니다.
남의 통증을 제 것으로 느끼다 보니 제 통증이 제 것인지 남의 것을 전이받은 것인지조차 분간이 안 갈 때가 많아 통증 또한 혼란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운명론적'인 것들에 집착하는 저도 보입니다.
요즘은 눈만 갖다대면 '엔젤넘버'로 가득합니다.
그만 좀 보고 싶어요.
이 또한 그냥 제가 신경을 쓰고 있으니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끝내고 싶어요.
이미 충분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더 더 더
평범하게만 살고 싶습니다.
유명해지고 하고 싶은 일들이 확장되어 널리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영향을 끼치고... 네.. 원합니다. 그런 삶이요.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함께 가져야 할 세간의 관심과 사람들의 지나친 간섭과 조롱과 루머와 기타 등등의 것들을 미리 생각하기만 해도 골치가 아픕니다.
저는 그냥 제 삶을 조용히 살고만 싶어져요.
평범하게... 평범이 뭔지 모르겠지만 평범...이라고 하면 제게는
삶이란 무엇인지, 영성적인 성장이 무엇인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고 그저 나의 현실적인 삶과 다가온 현실에만 집중하고 그것에 만족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싫어도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고, '결혼자금'도 차곡차곡 모아서 '좋은 사람'과 여러 회 연애하다가 남편감을 찾아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함께 가족을 꾸려 나가는 행복과 고통 속에서 아웅다웅 살아가고만 싶어요.
그게 어쩌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평범하지만 커다란 행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희 부모님이 그랬고, 운이 좋게도 저희를 위해 많은 것들을 베풀고 서로의 사이도 너무나 평온하고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제가 가진 '특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요.
어쩌다가 저같은 류의 인간이란 이렇게 쓸데 없이 많은 생각과 고민과 번뇌와 통찰을 갈구하는 걸까요.
수많은 정보와 사람들을 경험하고 울고 웃으며 이를 받아들이고 숙고해 나가며 삼리만상에 통달하고 싶다가도
아무것도, 그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작은 생명들과 식물만이 들어와있는 곳에서 닐리리야 하루하루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아가고도 싶은 이 마음은 대체 뭘까요.
뭐가 이렇게 극과 극일까요.
아...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온전히 잠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수면 시간도 길지가 않아서 그것도 어렵네요.
아... 모든 것을 잊고 새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기억상실에 걸리고 싶다거나 죽고싶다는 건 아니고요.
모든 것에 초연해지고, 정말 제가 100%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책임감, 도덕감, 결여감, 인정 욕구, 버림받고 싶지 않음, 좋은 사람이고 싶음'이라는 이유가 1%라도 섞여있는 일들은 모조리 다 벗어내던지고만 싶습니다.
아니? 이러면서 싱글이 아닌 삶을 갖고 싶다니. 아이러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