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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pr 10. 2019

회사와 같이 10배 성장하기

아픈 만큼 성장한다

사업의 스타트를 끊은 지 이제 만 4년이 지나갔다. 회사는 외형적으로 10배 이상 커졌을 뿐만 아니라 사업의 복잡도, 문제의 크기도 10배 이상 커졌다. 나도 그만큼 성장하고 또 앞으로 꾸준히 성장해야 할 텐데. 그럼 지금까지 나는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고 앞으로 어떤 부분에서 더 성장해야 할지 정리를 해본다.


1. 무덤덤함

1년에 두세 번 정도는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위기를 맞이 한다. 이제 이 정도의 일은 없겠거니 생각하지만 해가 갈수록 더 강렬한 일들이 벌어진다. 과거에는 멘탈이 탈탈 털렸을만한 일을 겪고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면접을 보고 발표를 해야만 한다. 물론 마음속은 썩어가지만 그냥 달고 사는 거랄까. 요새는 그냥 운명이라 생각하게 된다.


2. (매우 매우 쉽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

회사가 커질수록 더 많은 이해관계자와 더욱더 높은 사람, 똑똑한 사람들을 만나 무언가를 설명하고 또 나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설득해야 하는 일들이 자주 생긴다. 대개의 경우 아주 쉬운 언어로 공감할만한 스토리를 담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으면 일이 진행되질 않는다. 손정의가 사우디에 가서 45분 만에 45조 원을 받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당신에게 선물을 주러 왔다. AI로 Singularity가 올 것이고 10배의 수익을 안겨주겠다'는 스토리. 정말 강력하다.

손정의와 빈살만. 45분 만에 $45 bil 약속


3. 사람들의 성장도 챙기기

나도 성장하기 힘들지만 남들을 성장시키는 것도 힘든 일이다. 사실 스타트업이란 게 알아서 잘해야 하고, 체계적으로 성장시켜주는 기능이 별로 없긴 하다. 반대로 얘기하면 스타트업엔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들이 참 보물 같은 존재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명확한 미션과 비전 제시, 적절한 기회/권한 제공 및 동기 부여 정도가 아닐까 싶다.


4. 구멍 난 곳 땜빵

알아서 잘 돌아가는 듯해서 신경 안 쓰면 조만간 직접 챙겨야 하는 시점이 주기적으로 온다. 나라고 슈퍼맨도 아니고 공부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해결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위에서 관심 갖지 않으면 아래에서도 관심 갖지 않는다는 명료한 진실


5. 영향력

회사의 경영진이 10번째 입사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과 100번째, 1000번째 입사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물리적으로 핸디캡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이제는 문화와 시스템으로 굴러가게 만들거나, 미친 존재감이 있거나, 아니면 믿을만한 리더들이 분신 같은 역할을 하는 게 방법이지 않을까. 또한 외부에서도 더 높은 체급의 인재들을 데려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어떤 면에서라도 압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과연 나의 말은 얼마나 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6. 크고 장기적인 관점

이제는 의사결정의 무게감이 커졌다. 찰나의 결정으로 몇 억, 몇십억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럴 때 단기적이고 소위 '짜치는' 아이디어들, 독단적인 결정은 전체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하는 것 같다. 크고 장기적인 생각을 통해 바뀌지 않을 관점을 평소에 잘 정리해놔야 비교적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을 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 같다.


7. 고민의 깊이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 몇 년 동안 파고들다 보니 이제는 이 업종에 있어서는 참고할만한 지식이 많지 않은 편이다. 시장과 고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종산업을 관찰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깊이 고민해야만 조금이라도 새로운 혁신의 가능성을 발굴하게 된다.


8. 센스

제한된 시간과 리소스로 문제들을 헤쳐나가다 보면 센스라는 게 중요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굳이 해보지 않았지만 이게 될 거 같다, 안 될 거 같다는 감. 이걸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 것 같다는 상상.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직원 A와 B가 논쟁하고 있을 때 누구 말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 표면적으로 보이는 문제 뒤에 숨어있는 진짜 문제에 대한 감. 이런저런 상황에서 사람에 대한 판단. 그런 센스가 리더에게 참 중요하다 느낀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봤는데 500명, 1000명을 이끄는 사람이 될 때 나는 과연 위의 역량들을 얼마나 갖추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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