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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구차 Dec 16. 2024

안 하던 것

난생처음 프로배구 경기를 보러 갔다. ‘구도(?)‘라고 불리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내가 아는 스포츠는 야구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태 신앙처럼 지역 연고의 팀을 좋아하면서(이 부분은 좀 불명확하다. 좋아하게 된 건지, 좋아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 구도는 그렇다.) 시즌동안 바쁘지 않으면 여러 차례 경기를 보러 가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아는 스포츠의 지식이 야구이다 보니 배구도 같은 건지부터가 아리송했다.


티켓팅을 예매사이트나 구단 홈페이지가 아니라 연맹사이트에서 하는 것도 처음 알았고, 배구 체육관들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티켓가격대도 처음 알았다. 야구 경기는 먹거리를 먹으면서 보는 데, 배구도 그런 건가, 실내인데 되는 건가. 음식을 먹어도 되는 건지에서부터, 겨울인데 실내에서 하니 난방을 해줄 텐데, 옷을 어떻게 입고 가야 하는지부터 해서 하나도 모르겠다 싶었다. 이래저래 검색하다가 그냥 처음은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갔다. 밥은 먹고 커피만 사서 들어갔는데, 아주 다행이었고(좌석이 좁아서도 그렇고, 경기시간이 짧고 빠르기 때문에 뭔가를 먹을 새가 없었다.) 바깥이 너무 추워서 옷을 꽁꽁 껴입고 갔더니 이건 낭패였다.(실내난방이 아주 세서 겉옷을 벗어도 후끈한 정도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반팔 유니폼만 입고 응원들을 하고 계시기도 하고, 모두들 난방 탓에 볼이 발그레했다.) 경기 시작 전 연고응원을 친절히 예습시켜 주는 것에도 놀랐고, (야구는 그런 거 없다. 그냥 알아서 배워와서 적응해야 한다.), 경기가 매우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데에는 다시 한번 놀랐다.(TV로 볼 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렬한 느낌이었다. 어버버버 보다 보니 2세트가 지나서 정신 차려야지 했다.)


그래도 같은 것들도 있었다. 사람들의 간절함.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들이 끝까지 몸을 날려 공을 따라가는 장면이나, 후보선수들이 계속해서 몸을 풀면서 경기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며 집중하는 모습이나, 본인이 응원하는 팀을 위해 간절히 응원하는 팬들까지. 내가 몰랐던 이 세계에서 각자 자신만의 간절함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아는 세상과 룰과 방식이 전부라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하던 것이 익숙해지고, 당연해질 때, 직장에서도 그렇다. 이직을 해보면 그 당연함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내가 알던 룰은 이곳의 룰이 아니고, 이곳의 방식이 아니다. 같은 업계 안에서 이직을 하더라도 그렇다. 비슷한 듯 전부 다르다. 새로운 룰에 적응하다 보면 아, 내가 아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타이밍이 온다. 주말 동안 비슷한 생각을 했다. 고작 배구경기 한 경기를 보고 왔는데, 세상이 넓어진 것 같다. 내가 모르던 곳에 엄청난 세계가 있구나, 그곳에서 간절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곳만의 룰들이 있구나 싶었다. 새로운 세계를 확장하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 계속해서 이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은 것부터 새로운 걸 해 버릇하고, 시도해 버릇해야겠다. 사실 하던 것만, 편한 것만 하고 싶다. 그래도 해봐야겠다. 놀고, 취미에서라도, 하다못해 점심메뉴라도 안 먹던 것도 먹어보고 말이다. 배구는 근데 또 보러 가고 싶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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