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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구차 Oct 23. 2024

회사, 직급으로만 설명되는 사람,에서 벗어나는 연습

요즘 일과의 거리두기를 연습하고 있다. 일을 열심히 안 한다거나 하는 의미보다는, 일이 곧 나, 내가 곧 일처럼 나를 일로만, 회사로만, 직급으로만 설명하는 데에서 벗어나고자 함이다. 또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의 스트레스를 내 다른 삶의 장면에 끌고 오지 않게 하기 위함도 있다.


일을 시작하고 10년 정도 되었다. 그간을 돌아보면 늘 바빴고, 늘 무언가 이슈가 있었고, 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보람도 있고, 칭찬도 받고, 일이 잘 될 때는 재밌기까지도 했다. 너무 힘들거나, 너무 뿌듯하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런데 하루 중 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거나, 일 생각을 하거나, 일을 잘하기 위한 체력, 시간관리를 하거나, 일에서 만난 이들과 교류를 하는 식으로 보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이. 그게 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그러다 보니, 일에서의 스트레스가 내 인생의 스트레스가 되고, 일에서의 보람도 내 인생의 보람인 듯했다. 뭐, 그것도 맞다. 하지만 일만이 내 삶을 결정하고 좌우하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근 10년간.


그런데, 일은 내 것이 아니지 않나. 내가 쌓은 실력과 경험은 내 것이 맞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라고 했을 때, 나를 위한 시간들이 아니었다. 회사를 위해, 대표를 위해, 조직을 위한 최선의 시간이었다. 덕분에 내 실력과 경험이 쌓이고, 부산물인 급여까지 받은 것은 맞지만, 분명한 건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 10년을 그리 보낸 것 같다. 헛헛하거나 후회되지는 않는다. 그저 스멀스멀 깨달아지기 시작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겠구나, 자칫 잘못하다가 회사만을 위해서, 즉 남을 위해서만 시간을 보내다가 또다시 20년째가 되는 해에는, 그때는 정말 ‘후회’까지 하고 있겠구나. 그리고는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후회할 새도 없이 회사만을 위한, 남을 위한 시간에서 밀려나 타의로 은퇴를 하고, 나는 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겠구나.


살짝, 아니 많이 무서웠다. 지금도 무섭다. 그래서 살짝 무서운 순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많이 무서워진 순간부터는 공부를 하고, 아침 가장 내 정신력과 집중력이 최상일 때 나에게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0년간 충실히 시간을 보낸 덕이 그래도 지금이라도 깨달았음을.


여전히 일터로 가면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10년을 그리 살아서 갑작스럽게 놀면서 다니는 것도 되려 힘들다. 다만, 예전보다 여러 가지 일에서 힘든 상황에 덜 과몰입하고, 부질없이 일로만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 동안은 압축적으로 집중하는 프로로서의 시간을 보내고, 출근 전, 퇴근 후에는 어디 어디 회사 무슨 직급이 아닌 나로 살고자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실천하게 되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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