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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비스트 Jul 09. 2020

캐나다 원주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인종차별 사례:

캐나다는 과연 "어떤" 여성을 위한 여성인권의 나라일까?

캐나다에는 10개의 주와 3개의 준주가 있다.

지도에서 가운데쯤에 위치한 사각형 모양으로 생긴 써스캐처원주의 주도는 리자이나 (Regina)이다.와스카나(wascana)라는 대규모 인공호수가 있어서, 경쟁관계(?)에 있는 옆도시 사스카툰 (Saskatoon)의 진짜 강과 종종 비교되곤 한다.  

[https://www.nrcan.gc.ca/environment/resources/publications/impacts-adaptation/tools-guides/16291?wbdisable=true]


인공호수와 드넓은 푸른잔디, 카지노, 산없이 평평한 땅, 정부건물들과 함께 무엇보다도 가파르게 늘어난 원주민 인구가 Regina의 대표적인 캐릭터들이다. 캐나다 전체 인구에서 원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9%이지만, 리자이나에서 원주민은 10.1%이다 (2016년 센서스). 무엇보다 리자이나의 원주민 인구는 젊다. 


{By Tintaggon - Own work,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5468202}


아주 오래전, 그 도시에 거주한 적이 있다. 그리고 기억한다. 원주민들의 급격한 인구증가에 대한 지역 백인들의 호들갑스러운 패러노이아를.


우연히 같은 차를 타고 한 백인부부와 다운타운을 지나던 중이었다. 길을 걸어가고 있던 원주민 꼬마들을 보고 그들은 "아, 저것 좀 봐. 저런 어린애들을 돌보지도 않는 무책임한 인디언들! 제대로 씻지도 않아서 더러운거 좀 보라고" 라며 혀를 찼다. (저런 어린애들을 기숙학교에 보내고, 강제로 입양보낸 무책임한 캐나다는 뭥미?)


젊은 대학생들조차 그런 편견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그들은 원주민 학생들과 조별과제를 하기 싫어했고, 엉뚱한 비난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인디언들은 게을러" "인디언들은 술만 마시는 알콜중독자들이야" "인디언들은 학비가 공짜인데, 게을러서 공부도 안해. 그들은 세금도 안낸다구!" 등등의 무책임한 가짜뉴스를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원주민에 대해 증오와 편견을 쏟아내는 이들이 제발 캐나다 식민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길 바란다. 기숙학교와 강제입양이 어떤 결과물을 낳았는지그리고 인디언 법 (Indian Act)이 무엇을 제재했는지를. 사실 원주민들도 세금을 내며, 대학수업료가 무조건 무료인 것도 아니다. 캐나다정부가 원주민들과 맺은 조약을 지켜, 부디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어쨌든, 그날은 리자이나의 다운타운에서 이른 아침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다운타운은 원주민들의 주 거주지역이었고, 도무지 걸어 다닐 줄을 모르는 리자이나 사람들은 주구장창 자동차로 운전을 하기에 평소에도 거리에서 사람을 마주치긴 쉽지 않았다.


그날은 웬걸, 그 이른 시간 술냄새를 풍기며 얼굴이 벌개진 백인남성 한명이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게 아닌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위협적으로 큰소리를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You fucking indian bitch. Go back to your place!" 그냥 소리만 지르는 것이였다면 무시하고 가던 길을 걸었을텐데, 그는 정말 주먹을 쥐고 나를 치기 위해 달려드는 것이었다. 머리털이 쭈볏하고 심장이 요동을 치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공포와 위협을 느꼈다. 무조건 그를 피하고 보자는 생존본능으로 나도 모르게 차들이 달려오는 찻길로 뛰어들었다. 거리에는 내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도와줄 사람 한명 없었기에, 운전하는 이들에게라도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달리기를 하면 항상 꼴찌였던 내가, 나도 모르는 괴력을 발휘해서 건너편 길로 무사히 건너 무조건 뛰었다. 제발 나를 쫒아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땀이 나도록 한참을 뛰고 돌아보았을 때 그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몇명의 사람들을 보고 그제야 안도했다.  


나는 무사했지만, 그 경험이 준 공포와 불쾌감, 분노를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깨워주는 일련의 모순들도 생각해 보았다. 1) 리자이나 사람들은 원주민들을 알콜중독자라고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술에 취한 이는 그 백인남성이었다. 사실, 술값이 싸지 않은 캐나다에서 술을 소비하는 층은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들이다. 2) 나를 원주민으로 착각하고 내게 go back to your place라고 했지만, 원주민들의 원래 장소는 바로 캐나다 땅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그가 이 땅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 3) 자유주의적 사고 (*비판적, 진보적 사고가 아닌) 를 가진 이들은 (캐나다인이건 한국인이건) 종종 캐나다 여성인권의 우수성을 설파한다. 하지만, 그때의 여성은 어떤 여성을 말하는 것일까? 혹, 백인 중산층 여성만의 인권인가? 유색인종 여성은 그 안에 포함되는가? 물론 한국에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경험한 적은 있지만, 이런식의 폭력을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 높은 수준의 여성인권이 있다는 캐나다에서 나는 다른 방식의 폭력을 마주해야 했는데, 그건 내가 소수인종인 아시아계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겪은 성차별과 캐나다에서 갑작스레 마주한 "인종화된 성차별" 사이에서, 나는 종종 당황하곤 한다.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성차별은 더 장기간이었고 그만큼 대처방식에 익숙했을테지만, 인종화된 성차별, 인종차별은 내게 생소한 것이며 그에 대한 대처방식과 노하우가 적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캐나다에서 오래 살아갈수록 더 강해지고 그만큼 노하우가 쌓일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진 쉽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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