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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해씨 Sep 27. 2023

선운사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선운사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정태춘

어디 숨어 뭣들 하는고

껄껄껄... 나...허허허허.

그 골짝 동백나무 잎사구만 푸르고

대숲에 베인 칼바람에 붉은 꽃송이들이 뚝 뚝 

앞산 하늘은 보재기만 하고 속세는 지척인데,,,

막걸리집에 육자배기 하던 젊은 여자는 어딜 갔나...

마하 반야 바라밀다 아아함, 옴 마니 마니 마니 오오홈,

밥 때 놓쳐서 후줄한데 공양 여분이 없으랴만

요사채 굴뚝이란 놈이

잘 가거라

이따우로 살다 죽을래? 

낄 낄 낄...나...허허허허.

그 골짝 동백나무 잎사구만 푸르고

재 재 재 새 소리에도 후두둑 꽃잎 털고

줄포만 황해 밀물 소금 바람도 잊아뿌리고

도회지 한가운데서 재미 나게끔 사시는데,,,

수리 수리 마하 수리 아아함,옴 두루 두루 두루 오오홈,

칠천원짜리 동백 한그루, 

내아파트 베란다에서 낙화하시고

느닷없는 죽비 소리로

"게으르구나"

옴 마니 마니 마니 오옴, 옴 두루 두루 두루 오옴

선운사에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서울로 모셔다가 오래 보자 하였더니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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