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계리 산방산 서쪽얼굴이 내게 준 것
감히 무한의 세계를 슬그머니 감지 하였다는... 집으로 돌아오기 싫었고 돌아오는길이 이유를 모르게 몹시도 피곤했다. 이제 스물여덟 먹은 아들놈이 설계하고 감리하였다는 제법 규모있는 건축물을 둘러보고 사뭇 놀랍고 대견했다. 고등어회는 달았고 한라소주는 맑았고 산방산의 가늠할 수 없는 무게와 파란하늘 흰구름이 근심도 불안도 사념도 용납하지 않았다. 제주답지 않는 선선한 바람이 귀밑을 스쳐 주었고, 초원에 홀로선 빛갈고운 연갈색의 말이 갈증에 푸드덕 거리던 소리가 잠자리에까지 따라왔다. 분주히 오갔던 여러갈래 길 위에 서도 마음은 한없이 여유로운 여행이었다. 드물었던 일이다. 산방산의 서쪽얼굴이 준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