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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영 Dec 01. 2022

나의 ‘눈 밝은’ 브런치 단골 독자들께

'눈 밝은' 출판사를 만났습니다.

오늘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를 취소하고 응모했던 원고 또한 모두 내렸다. 최근 나의 부족한 원고를 출판해주시겠다는 고마운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알게 됐는데 친절한 출판사들은 답을 보낼 때 이런 말을 덧붙인다. 


“눈 밝은 출판사를 만나셔서~” 


눈이 밝다. 거절의 이메일에서도나는 유독 저 말이 입가에 맴돌았다. 듣기에 좋은 말이다. 부드럽고, 상대를 높이면서 나를 낮추는 겸허한 말이기도 하고, 글을 볼 줄 안다는 말을 아름답게 은유한 말이다. 무엇보다 무언가 신비롭게 들린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글의 힘을 아는 사람들인 듯 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눈 밝은’ 출판사를 만났다. 내 일천한 원고가 눈 밝고, 저자의 의중을 이해하는 편집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재탄생되는 과정을 다시 한번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원고를 쓰고 퇴고를 거듭하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제 흥미롭고 설레이는 과정으로 들어선다. 


브런치에 올려두었던 원고들을 정리하면서 문득 나의 단골 독자들에 생각이 머물렀다. 내게는 글을 자주 올리지 않아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고마운 단골들이 있다.


마치 신상품으로 가게가 채워지지 않아도 오며가며 가게를 찾아주는 것으로 응원과 격려를 대신하는 동네 단골손님들처럼. 



어딘가에 내 글을 내보이려면 글이 온전하고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이가 오십 줄에 들어선 지긋한 중년이 되고보니 행동이 조심스럽고 남 부끄러울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이왕에 좋은 글을 올려보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글이 일단 좋아야 했다. 브런치 원고 하나를 쓰면서도 몇일을 집중했다. 


어느 날, 아이들이 한 마디씩 조언을 건넸다. ‘SNS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글을 많이 올리고, 다른 사람들 글도 많이 읽고, ‘좋아요’도 누르고 추천도 하면서 소통을 하는 거에요.’ 그 말을 듣고 단골 손님들 글을 읽고 잘 읽었다고 표시도 남겨두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가게와 SNS가 다를 것이 없다. 가게 운영에 손님과의 관계, 특히 단골 손님과의 관계가 중요한 것처럼 나의 유일한 SNS인 브런치에서도 단골 독자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소상공업 이야기를 쓰면서는 일반 독자들의 주목을 받기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꼼꼼하게 원고를 읽어주는 나의 ‘눈 밝은’ 브런치 단골 독자들과,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작은 가게 이야기를 다듬어 줄 나의 ‘눈 밝은’ 출판사와의 관계에 집중할 차례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작은 가게 이야기들을 써내려가며 언젠가 국내에도 ‘Buy Small’이나 ‘Buy Local’ 캠페인이 기분 좋은 봄바람처럼 불어올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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