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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원 Jiwon Kim Sep 04. 2024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는 20대 후반 직장인에게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는 20대 후반 직장인에게 20대 후반 변호사가 들려주는 이야기

─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는 20대 후반 직장인이 고려할 만한 요소들


주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는 20대 후반 또래 친구들이 꽤 있다. 나는 학부를 칼졸업하고 바로 로스쿨에 입학한 케이스인데, 친구들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로스쿨 준비를 해보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이나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꽤 있었다. 물론 나와는 케이스가 달라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로스쿨 입시와 로스쿨 생활, 변호사시험과 변호사로서의 삶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 최대한 도움이 될 만한 말을 최대한 해주려고 노력하며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내가 생각하기에 20대 후반 직장인이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기 전에 고려하면 좋을 듯한 요소들을 몇 가지 꼽아 글로 적어본다(군복무기간 및 결혼 시기 등 성별 차이를 고려해 여자 기준).  

    나이를 '20대 후반'이라 한정한 것은 내가 20대 후반이고 실제 나와 로스쿨 진학 고민을 나눈 친구들이 전부 20대 후반 또래였기 때문이다. 30대 초중반을 넘어 (1) 기혼 및/또는 유자녀이거나 이른 시일 내에 결혼 생각이 있는 경우 (2) 직장생활 기간이 더 긴 경우는 내가 겪어보지 않았거나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 섣불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부득이하게 나이를 한정하였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직장생활을 거쳐보지 않고 바로 로스쿨에 진학한 케이스이고 아래 내용들은 모두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점을 알아주십사 부탁드린다.  

    이 글에서는 변호사의 삶에 대한 구체적 정보전달을 하기보다는 '고려 요소들'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1. 기대: 변호사가 되고 싶은가? 왜?


학부 졸업 후 바로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와 달리 직장생활을 하다가 20대 후반이 된 경우는 직장생활 기간이 짧든 길든 직장생활에서 불만족한 부분이 있고 (혹은 없더라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면 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거라는 생각에 로스쿨 입학을 꿈꾸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우선은 스스로에게 첫 번째 질문을 던져 자기 나름대로의 답을 만들어보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주변에서 혹은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찾아보는 작업을 거치면 좋을 것 같다.


첫 번째, 변호사가 되면 (현재 자신의 직장생활보다) 어떤 점에서 얼마나 더 나아질 것 같다고 기대하고 있는가?

두 번째, 실제 변호사가 되면 이 부분에 있어 기대가 얼마나 충족될 것인가?



물론 실제 직업세계에 뛰어들기 전 미리 모든 것을 아는 건 불가능하다. 또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진로나 근로조건, 전문 분야가 천차만별인 만큼, '변호사의 삶'은 애초에 획일적으로 규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고 그에 대한 답을 모색해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고? 몇 가지 이유만 들어보겠다.  

    로스쿨 입시부터 로스쿨 재학기간까지 최소 3년 반부터 4년을 투자해서 변호사 자격을 따게 되는 만큼, 자기 스스로 로스쿨 진학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과 실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경우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는 알아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로스쿨 입시부터 시작해 변호사시험 직전까지 힘든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될 텐데, 위 두 가지 내용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갖춰 중심이 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 순간들을 굳건한 마음으로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 말할 내용과도 관련이 있는데, 내게 '변호사 자격을 따는 것'이 중요한지 혹은 '변호사 생활도 여러 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한 상태로 시작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큰지(예컨대 입시에서 경쟁이 치열한 로스쿨에 입학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야 자신의 기대가 충족될 것이라 생각하는지)'에 따라 입시와 관련해서도 의사결정을 달리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적성: 내가 변호사라는 직업과 잘 맞는가?


앞서 1.에서 말한 질문들에 대해 답을 알아가면서 자연스레 본인이 변호사라는 직업과 잘 맞을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변호사라는 직업과 잘 맞을지 안 맞을지 중에 어느 한쪽으로 확실하게 답을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도 실제 택하는 직업이나 근로조건, 전문분야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이나 적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부분도 크기 때문이다. 애초에 로스쿨 진학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변호사라는 직업은 죽어도 못하겠다, 적성이 너무 안 맞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므로 의지가 있다면 우선 변호사가 된 뒤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자질, 역량, 적성, 덕목에 관해서 일반적인 내용들을 알아두는 것은 장기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이제야 2년차 변호사이기 때문에 선배 입장에서 내 견해를 말할 만한 경력이랄 것은 없지만, 로스쿨 시절부터 변호사시험을 거쳐 저년차 변호사로서 공통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덕목은 '집요함'이 아닐까 한다.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힘들고 어렵지만 한 발짝 더 내딛으려고 하는 GRIT(그릿)이 항상 중요했던 것 같다. 이외에도 여러 일반적인 내용에 대해 조사하고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3. 가능성: 내가 우선 (특정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인가?


변호사로서의 삶에 대한 기대가 아무리 크고, 변호사라는 직업과 너무 잘 맞을 것 같아 적성면에서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일단 현행의 체계에서는 로스쿨 입학 원서를 내고 합격증을 받는 것이 변호사 자격을 따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다.


학점과 자기소개서에 쓸만한 재료들은 미리 결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나머지 요소인 리트 성적을 예측하기 위해 집에서 리트를 풀어보는 게 우선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때와 달리 요즘 애들은'(…) 코로나 시절에 학부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학점 관리를 잘 해놓는 경우가 많으며, 로스쿨 입시도 과열되고 여러 해에 걸쳐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점점 입시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의 리트 예상성적을 대략적으로 파악해두고 자신의 학점, 리트성적 등 정량적인 지표를 갖고 합격할 수 있는 로스쿨이 어디인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대로 자신에게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가 되는 것이 중요한지'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특정한 로스쿨에 진학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로스쿨에 안 가는 것이 나은지'(일단 변호사가 된 입장에서는 전자로 생각해도 좋을 듯하나 실제 내 주변은 후자가 대부분이었다)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4. 기회비용: 로스쿨 입시와 로스쿨 재학기간(변호사시험 준비기간) 동안의 기회비용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인가?


학부 졸업 직후 사회생활 경험 없이 멋모르고(?) 로스쿨 진학을 선택한 경우에는 학생으로서 공부에 우선순위를 두는 삶, 직장에서 받는 월급 없이 생활을 꾸려나가는 삶에 익숙한데, 직장생활을 하다 오신 분들은 처음에는 다시 공부하는 삶이 힘들다거나 모아둔 돈을 쓰면서 사는 삶에 제약이 많아 힘들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만큼 직장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월급, 근로경력, 연애/결혼/출산 등 개인/가족계획 측면에서 여러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오셨기 때문에 공부에 더 진지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임해 잘해내시는 경우를 많이 봤다.

자신이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가끔은 기회비용 생각 때문에 힘든 경우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로스쿨 재학기간과 변호사시험 준비기간을 묵묵히 헤쳐나가겠다는 각오를 하고 로스쿨 진학을 할 필요가 있겠다.


5. 걱정: 일단 마음 먹었으면 쇠뿔도 단김에!


로스쿨 입시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로스쿨에 진학하면 공부는 잘 할 수 있을까, 체력이 안 받쳐주지는 않을까, 변호사시험을 초시에 합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내신경쟁이 치열하고 공직이 되기는 어렵다는데 어떡할까, 변호사가 되어서도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지레 겁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먼저 로스쿨 생활을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걱정할 만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런 걱정이 되더라도 우선 입시 준비를 해서 결과를 받아들고 나중에 노력과 행동으로 극복해나갈 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걱정이 너무 커서 로스쿨 진학 자체를 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면 그 또한 자신의 선택이니 자기 자신을 믿고 살아가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첨부하고 싶은 것은 임경선 작가님의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의 한 구절이다:


자신의 선택에 납득을 한다는 것은 '이 선택으로 인해 난 잘될 거야!'라는 넘치는 자신감이나 확신이 아닌, 그에 대한 '건전한 자기 의심'도 차분히 갖고 간다는 의미임을 알게 되었다. 자기 의심을 가진다는 것은 인생의 통제 불가능함, 흐릿함, 모호함, 불가해함을 경험하고 끌어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나면 인생이 공식처럼 이것은 성공이고 이것은 실패라는 식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로 알게 된다. 그래서 '잘 내린 선택'이란 긍정과 믿음, 확신과 지나친 들뜸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1.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모습을 이루기 위해 이것을 선택했다.
2. 다만 내 선택은 틀릴 수 있고 내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3.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이것을 선택하기로 한다.
4. 그래도 난 괜찮을 것이다.
라는 담담하고 차분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 인생에서는 가끔 그냥 정신 차려보니 내가 이것을 하고 있네? 이런 느낌도 괜찮은 것 같다. 모든 상황을 내가 결정하고 통제할 필요는 없다.


2018년에 법학적성시험 준비과정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감사히도 많은 분들이 해당 글을 봐주셨다.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이나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신 분들, 그리고 로스쿨에 진학한 뒤로의 일상이나 변호사가 되었다는 소식까지 내가 쭉 받아보고 있는 분들도 있다.


그 이후로 4년 반이 지나 변호사가 되어 이번 글을 쓴다. 이번 글도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가닿아 단 한 분에게라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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