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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원 Jiwon Kim Sep 15. 2024

다른 업계 친구들에게서 찾은 성장의 길

비록 변호사로 일하고는 있지만 다른 업계에 있는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만나려고 한다. 모르던 사람을 새로 알려는 노력은 생각보다 그리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게 되고, 원래 알던 사람들에게 계속 연락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들이 잘 지내는지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업계 사람들만 만나면 비슷한 주제와 시각으로, 계속 맴도는 대화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 업계에서 일하든 일을 대하는 태도와 성장에 대한 시각을 서로 공유했을 때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특히 사회 초년생들끼리 모이면 업계가 달라도 비슷하게 겪는 부분이 있어 공감하며 즐겁게 대화할 수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고등학교 친구 둘과 각각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영감을 얻어 글로 옮겨본다.


1. H의 이야기


H는 업계에서 글로벌 1위인 회사의 한국지사에서 일하는데, 한국지사는 크지는 않지만 성장세에 있다고 한다. 같은 외국계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서로 공감되는 점이 많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매년 있는 연봉협상에 관한 친구의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친구는 3년차라 그간 두 번의 연봉인상이 있었는데, 첫 해를 마치고 최고 수준의 연봉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 말에 "오늘 네가 말해준 일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야무지게 일했을지 알겠다. 그만큼 회사에서도 네 노고를 알아주나봐."라는 말을 했는데, 돌아온 친구의 대답이 놀라웠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긴 했지만 솔직히 부담스러운 게 제일 컸어. 연봉을 올려준 만큼 앞으로 그만큼 잘해달라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매니저님한테도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해주시더라." 팀원이 H처럼 말하면 예뻐하지 않을 상사가 또 있으랴. 월급을 올려준다는데 "개꿀"(...) 하고 말아버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직원이라니!

친구네 팀은 2-3주마다 팀장인 매니저님과 1 on 1 meeting을 하는데, 평소에 자신이 어디서 동기 부여를 받는지, 어떤 일을 하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지, 근래 일을 하면서 어떤 점이 어렵게 느껴지는지를 정리해서 말씀 드린다고 한다. 평소에 그런 말씀을 드리다보니 매니저님도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친구에게 잘 맞을 것 같은 직무를 먼저 제안해주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피플 매니징을 해본 경험이 없지만 H의 말에 내가 H의 매니저라도 된 것처럼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2. Y의 이야기


Y는 사내 컨퍼런스(이지만 외부에서도 찾아오는 행사)를 3년째 담당해서 준비하고 있다. 행사 컨셉을 잡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주도하고, 행사 진행에 필요한 각종 인쇄물 디자인까지 업체를 끼지 않고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행사 규모를 고려하면 컨퍼런스의 A to Z를 챙기는 일을 해보는 것 자체가 연차를 생각했을 때 쉽게 하기 힘든 경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주어진 기회에 있어 매년 기대에 부응하고 그 이상으로 결과물을 보여주는 Y가 자랑스럽다.

Y는 보여지는 일을 맡을 수 있다는 점도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하는데, 평소에 Y가 일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갈고닦아온 역량들이 오프라인 행사에서 그렇게 집약적으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컨퍼런스 당일이 가장 영광스럽고 뿌듯한 날이겠지만, 돌아봤을 때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 고되고 어려운 과정이 어느 하나 버릴 장면 없이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Y가 커리어 측면에서 이루어가는 성장을 지켜보고 있자니, Y가 점점 갈수록 이 분야에 있어 국내에서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중요한 인물로 자리잡아가지 않을까 싶다. 매일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역량을 쌓고, 자기 직무에서 주도성을 발휘해 성과를 내다보면 점점 몸집이 커진다. 그러다 언젠가 좋은 기회가 생기면 몸집을 더 빠르게 불릴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대체하기 어려운 인물이 되어갈 수 있지 않을까.

Y는 지금 회사가 두 번째 회사인데, 이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은 거진 많이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머무르는 기간 동안 회사가 제공하는 환경 덕분이든, 본인의 노력이 더해져서든 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사람, 항상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마침 나도 H 그리고 Y와의 대화를 나누기 전부터 "이 회사에서 꼭 얻어서 나가고 싶은 것"에 대해 정리해보고 있던 참이었는데, 둘과 대화를 나눈 뒤로 더 많은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다. 지금 회사에서 언제까지 머물게 되든간에 H처럼 몸값 그 이상을 하려고 노력하는 예쁜 팀원으로서, Y처럼 후회 없이 배우고 대체하기 어려운 인물로 성장해가는 경험을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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