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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Apr 06. 2022

힘! 칭찬!

외국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일하는 것. 내가 선택한 일이지만 가끔은 넘을 수 없는 외국어의 벽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여기까지 와서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일을 시작한 지 2년 차, 이전보다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메일 한 통 보내기, 미팅 하나 앞에 서기 전에 무진장 마음이 떨린다. 잘하고 싶은 마음, 내가 투자한 시간과 관심만큼 그에 대한 칭찬과 고마움을 듣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내가 공들여 준비한 미팅일수록 더 잘하고 싶다. 그래서 미리 발표 연습을 하고, 어떤 질문을 할까 준비를 해 보고, 팀원에게 리뷰를 부탁하고, 내 발표 좀 들어보라고 앉혀놓기도 하고 그런다. 그렇게 해서라도 미팅이 잘 흘러가면 그 시간들이 기억도 나지 않게 기분이 좋다. 그러나 가끔 뜻대로 미팅이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다 갑자기 클라이언트가 예상치도 못한 질문을 훅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팀장이 옆에서 도와주면 다행이고, 팀장이 없이 나 혼자 거나 팀장이 내 이름을 부르며 네가 대답하라고 떠미는 경우에는 모두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적막 속에서 내가 입을 떼야한다. 고민을 한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이건 내가 아는 건가, 모르는 건가, 모르는 거면 알아보고 대답을 해줄 수 있는 건가, 답이 없는 문젠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인가. 그렇게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미팅 속에서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메일로 오늘 미팅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주겠다고 하고는 인사를 하고 줌 링크에서 나온다. 


그 순간 다시 혼자가 된다. 그때 전화가 오는 팀장들이 있다. 잘했으면 잘했다, 못 했으면 못 했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좋다. 그런데 그냥 날 내버려 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나는 왠지 울고 싶어 진다. 그날도 그렇게 울고 싶은 날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다른 팀원 한 명과 의논할 일이 있어서 줌을 켜고 들어갔다. 난 아마 그녀와의 짧은 대화를 잊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 난 네가 잘했다고 생각했어. 그 회의 때 너 얼굴을 보는데 안 좋아 보여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고 싶었어. 난 그 미팅 장소에 클라이언트랑 같이 앉아있었잖아, 분위기 괜찮았어. 난 그런 느낌이 있었어. 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의견을 말했고, 클라이언트는 이미 설득된 것 같았어. 그냥 더 확신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질문을 하는 느낌이었어."


내 표정이 얼마나 안 좋았으면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나 싶기도 해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했다. 맞아, 나 정말 되지도 않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 많은 노력을 투자했는데. 그걸 전달하는 미팅에서 내 맘대로 흐름이 잡히지 않고 계속되는 질문 세례에 내가 뭔가 많이 잘못한 사람처럼 느껴졌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으로부터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하는 칭찬에 짠 편이라, 이젠 잘했다고 생각하면 아끼지 않고 칭찬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뜻하지 않게 그렇게 힘이 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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