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J 집사와 IIII 고양이
별생각 없이 방문한 고양이 보호소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매우 많았다. 고양이 입양 상담사와 상담하기 위한 대기 시간은 약 두 시간. 대기 시간 동안 철장에 갇힌 고양이들은 만지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마음껏 바라보고 귀여움의 함성 발사 가능. 그 시간 동안 맘에 든 고양이들의 번호를 기억했다가 상담사에게 말해주면 입양 상담사가 그 고양이와 나와의 성공적인 동거 가능성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만약 가능성이 높다면 고양이를 3분 간 철장에서 꺼내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참고로 나는 두 시간 대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니 두 시간이 뭐야, 30분도 잘 안 기다린다. 맛집도 예약이 되지 않고 워크인으로 기다려야 하면 가지 않는 편이고, 그냥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이 내 인생에 많지 않았다. 뭐에 대해서든 그만큼의 욕망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맛집을 한 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나의 시간 한 시간을 쓸 만큼까지 내가 그렇게까지 먹고 싶은 건 아마 없다. 오픈런을 두 시간 해야 한다고? 내가 그렇게까지 사고 싶은 건 아마 없다. 거기다가 난 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서 내 시간의 가치를 한 번 계산해 본다. 그러면 웬만하면 기다리기 싫어진다.
그런데 고양이. 고양이 보호소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란다. 나의 짧은 미국 경험치로 미루어보건대 두 시간 기다리라는 건 최소 2 시간 30분 - 4 시간 사이를 기다리라는 의미. 예약도 안 받는다는데 내일 아침 일찍 문 열자마자 1등으로 올까 잠시 고민도 했다. 하지만 아니, 난 오늘 충동적으로 고양이 보호소에 와버린 사람인 걸. 이 넓은 미국 땅에서 집에 가만히 앉아서 고양이 숏폼을 보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는 나의 금요일인걸. 두 시간 동안 귀여운 고양이들을 마음껏 보면서 귀여움의 함성을 발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시간 낭비일 수가 없는걸. 그래서 기다렸다. 고양이 보호소에 있는 고양이 이름과 짧게 적힌 성격 설명을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고양이 하나하나 다 꼼꼼히 보면서 세 시간을 기다렸다.
보호소에 고양이들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다. 네 바퀴 째 보호소를 돌 때는 이미 거의 모든 고양이들의 이름을 외울 정도였다. 그중에 내 눈에 들어온 턱시도 고양이가 하나 있었다. 얘가 바로 나중에 우리 애옹이가 되는 그 애다. 첫 바퀴를 돌 때부터 식빵 굽고 있는 고양이들 사이에서 유난히 활동적으로 보이던 우리 애옹이. 나를 보면 반응하고 따라오던 (아마 나의 착각일 거다) 우리 애옹이. 너무 예뻤던 회색털 흰색 양말 우리 애옹이! 보호소에서 붙여준 애옹이의 이름은 제임슨이었다.
제임슨 제임슨 제임슨...!
마침내 내 상담 차례가 되어 상담사가 너는 관심 가는 고양이가 누구냐고 질문하자 나는 그렇게 되니이던 그 이름을 말했다. 제임슨!
상담사는 제임슨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해 주고 그녀를 안아보겠냐고 했다. 그렇게 그녀가, 나의 애옹이가 철장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녀가 철장에서 나와서 나를 바라보며 하얀 발로 나를 톡 건들던 순간 알았다. 이건 간택이다! 이것이 고양이의 간택이라면 너의 간택에 기꺼이 내가 당해주겠다.
그렇게 그녀와의 짧은 만남이 끝난 후 상담사는 원하면 제임슨을 그날 당장 집에 데려가다로 했다. 내가 집에 아직 준비된 물품이 없다고 하자 그건 집에 가는 길에 구매하면 된다며(?) 정말로 이 고양이를 원하면 다른 사람이 입양하기 전에 데려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내가 아직 조금 마음의 준비와 지식적인 준비, 그리고 집의 환경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자 상담사는
'그건 너의 자유지만 제임슨은 너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 당장 내일 아침에 누가 데려갈 수도 있는 일'
이라며 나의 마음을 매우 조급하게 했다. 그러나 내 성격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반려묘를 집에 데려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상담사에게 곧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약 일주일 후, 필요한 물품을 모두 구매하고 수많은 유튜브 영상으로 초보 집사에게 필요한 셀프 학습을 완료한 후에 드디어 보호소에 가서 애옹이를 모시고 오게 되었다! 물론 그 일주일 사이에 누가 나의 애옹이를 데려갈까 봐 매우 조마조마했다.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보호소 웹페이지에 들어가 제임슨이 아직 입양 가능한 고양이 리스트에 있는지 체크하느라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다. 애옹이는 정말 그 보호소에서 가장 예뻤기 때문에 정말이지 꼭 누가 그녀를 데려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운명은 우리를 갈라놓지 않았고, 그렇게 애옹이는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애옹아!